트럼프, 평양에 가는 첫 미국 현직 대통령 될까
실현 가능성 없는 미국의 북한 비핵화 정책
핵 보유 인정하면 정상회담, 북은 러 지원 중단?
트럼프-김정은 만남을 가로막는 문제도 지적
NPT 탈퇴하고 대가 치르지 않으면 나쁜 선례

도널드 트럼프와 김정은을 한 방에 함께 두지 마라.(Don't put Donald Trump and Kim Jong Un in a room together.)
10월 1일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기사의 제목이다. 왜? 그 두 '친구'(friends)가 만나면 끔찍한 결과(horribly wrong)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오는 11월 18일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선전에서 열릴 예정인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회의(APEC) 정상회의에 참석할 경우, 김 위원장이 중국에 가거나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에 가서 만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이코노미스트 기사는 썼다.
그들을 한 방에 함께 있게 놔 두지 마라고 경고하는 것은 그럴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실현 가능성 없는 미국의 북한 비핵화 정책
지난 9월 29일 백악관에서 "이란은 핵무기를 가지면 안 된다고 하면서 왜 북한은 햅무기를 가질 수 있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내 친구"(my friend)라며 "그가 나를 존중하고 좋아하기 때문에, 내가 있는 한 김정은은 괜찮을 것(아무 문제 없을 것, He will be fine)"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관찰자들의 생각은 그리 낙관적이지 못하다고 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세습 신정(神政)체제의 절대군주(hereditary god-king)인 김 위원장은 57~120개의 핵폭탄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의 '강제수용소 국가'(gulag state)는 매년 10~20개의 핵폭탄을 추가로 제조할 수 있는 양의 핵분열 물질을 생산해 낸다. 또한 북한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을 타격할 수 있는 단거리 미사일과 미국이나 유럽의 어느 지역이든 도달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도 생산하고 있다."
그 한 달 전인 8월 19일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출입기자들에게 북한이 57개의 핵무기를 지닌 핵 보유국(Nuclear Power)라고 말해, 북한이 핵 보유국임을 사실상 인정했다.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지난 30여 년간 북한의 핵 개발 프로그램을 페기시키기 위해 노력했으나 실패했다.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김 위원장이 "선대 김정일 전 위원장과 마찬가지로 핵무기를 자신의 정권이 전복되지 않도록(나아가 자국민의 손에 살해당한 무아마르 카다피와 같은 최후를 맞지 않도록) 보장해 줄 최고의 수단"으로 여기기 때문이라고 했다.

11월 중국 APEC 회의 때 트럼프가 평양 갈 수도
두 '친구'가 하노이 회담 실패 때까지 세 번이나 만났음에도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했지만, "트럼프가 자신의 '친구'를 다시 만나고 싶어한다는 점은 분명하다"면서,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가 11월 18일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할 경우 두 사람의 만남이 성사될 수도 있다며 이렇게 적었다.
"김정은이 평양에서 (중국으로) 건너가 만날 수도 있고, 심지어 트럼프가 '은둔의 왕국'(hermit kingdom) 수도(평양)를 방문하는 최초의 현직 미국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
트럼프가 평양까지 갈 수 있을까? 11월 18일이면 이미 미국 중간선거가 끝난 뒤인데, 역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하원에서 만약 민주당이 실제로 다수당이 된 상황에서도 트럼프가 평양까지 가서라도 얻어내야 할 절박한 유인요소가 있을까?
만일 중간선거 전까지 이란과의 종전협상에 합의한 뒤 북한과의 협상을 통해 북중간의 거리를 벌려 놓고, 러시아에 대한 북의 무기 제공과 파병을 중단시켜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도록 블라디미르 푸틴까지 압박할 수 있다면, 중간선거 성적이 좋지 않더라도 트럼프는 그런 성과를 레임덕을 피해갈 수 있는 카드의 하나로 활용하려 할지도 모른다.
이미 핵 보유국인 북한의 핵 보유 인정이 문제?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만나려면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 재개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 인정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가 그럴 수도 있을 것으로 보는 듯하다. 기사는 "북한이 (이미) 명백한 핵 보유국인 상황에서, 이를 인정한다고 해서 정말로 문제가 될까?"라고 반문한다. 게다가 트럼프는 이미 북한이 핵 보유국이라는 것을 사실상 공개적으로 인정하지 않았는가? 실은 북한이 이미 사실상 핵 보유국이라는 것을 인정하지만 공식적으로는 핵 보유국이라고 인정해선 안 된다는 것이야말로 문제 아닌가?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의 이재명 대통령이 비핵화 논의를 일단 뒤로 미루는 '평화 우선' 정책을 선호하지만, 이는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과는 엄밀히 다르긴 하나, 실질적으로는 그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한다. 이 대통령이 그렇게 하는 것은, 그런 접근방식이 더 작고 다루기 쉬운 사안들에서 진전을 이룰 수 있게 해 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며, 여기에는 핫라인 개설이나 상호방문 같은 신뢰 구축 조치, 또는 무역 및 투자 확대 등이 포함될 수 있다면서, 남북 접경지역에서 병력을 일부 철수할 수도 있고, 북한이 핵무기 보유량을 다소 줄일 수 있는 가능성 등을 구체적인 예로 들었다.

핵 보유 인정하면 북한은 러시아 지원 중단?
이코노미스트는 그러면서 "아니면, 미국이 완전한 비핵화(full denuclearisation) 요구를 중단한다면 북한도 우크라이나인을 살상하는 데 쓰일 미사일과 병력을 러시아에 제공하는 일을 멈출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하지 않는다면(북의 핵 보유를 인정한다면) 김 위원장은 그를 만날 것이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에 동원되는 병력과 무기 제공을 그만두는 대가까지 지불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얘기로 들린다. 미국이 북의 핵 보유를 인정하고 대북 제재를 풀면서 상호 수교 쪽으로 방향을 튼다면 북한이 그것을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 어쩌면 그것은 북이 가장 바라고 있는 시나리오일지도 모른다.
트럼프-김정은 만남을 가로막는 세 가지 요소
이코노미스트는 그러나 그것이 이뤄지기 어려운 세 가지 문제를 들면서 주장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유보조항들을 설정했다. 그 첫째는 북미가 그렇게 접근하면 전 세계에 그나마 남아 있는 핵확산금지조약(NPT)의 잔존 체제마저 위태롭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북한이 NPT에 가입했다가 핵 개발을 한 뒤 마음대로 탈퇴하고도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는다면 다른 국가들도 그것을 본보기로 삼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지적 역시 문제가 있다. 북한은 이미 핵 개발을 하고도 멀쩡(?)하다. 트럼프는 김 위원장이 만나주지 않더라도 이미 북한을 57개 핵탄두를 지닌 핵보유국으로 사실상 인정하기까지 했다. 그 때문에 북한이 전방위적인 제재를 받고 있긴 하지만, 그것은 북의 핵개발 및 핵 보유를 막는 데 아무런 실질적인 역할도 하지 못했다. 다른 국가들은 그런 사실에서 이미 충분한 교훈을 얻고 있지 않을까?
두 번째 문제는 "김정은은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합의를 하더라도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이 되면 언제든 그것을 파기할 인물이라는 것이다. 핵 보유룰 인정하는 대가로 그가 덜 호전적인 태도를 보일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라며, "미국에 대한 공포심을 조장하는 것은 김정은이 자신이 억압하는 인민의 수호자 행세를 할 수 있게 해주는데, 이는 그의 대내 선전 활동에서 핵심적인 부분"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또한 동맹국과의 관계마저 철저히 이해를 따지는 거래적 관계로 바꾼 트럼프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미 세 차례나 트럼프와 만난 이력으로 보건대, 김 위원장은 '미국에 대한 공포심 조장'보다 미국으로부터 정권안보와 지원 보장을 받아내는 것이 자신의 정권안보에 더 유리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김 위원장과의 거래 가능성이 있고, 그것이 자신과 공화당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확신이 선다해도 트럼프가 평양행을 주저할까.
이코노미스트가 지적한 세 번째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다. 그는 극도로 복잡하고 기술적인 사안을 포함할 수밖에 없는 북한과의 합의의 세부 사항을 꼼꼼하게 챙길 위인이 못되기 때문에 "준비가 미흡한 트럼프 대통령이 교묘하게 비위를 맞추는 김정은을 만난다면, 상상조차 하기 싫은 최악의 합의가 도출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주한미군 병력을 대거 철수하는 데 동의해 버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타인에게 '최악의 합의'일지라도 자신에게 최선일 수 있다면, 그것을 감행할 수 있는 사람이 트럼프 아닌가.
어쨌든 이코노미스트는 이 세 가지 문제 때문에 "차라리 평양에 있는 그(트럼프)의 '친구'가 계속해서 그를 좋아하고 존경하게 놔두되, '멀리서' 그렇게 하도록 하는 편이 훨씬 더 나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누가 알겠는가? 그것은 외부자의 희망사항일 뿐, 두 '친구'가 서로에게 절박한 필요성이 있다면, 쌍방에게 득이 되는 지점 어디에서 접점을 찾아낼 수 있게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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