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177만그루 피해…'소나무재선충' 왜 다시 번지나?

조인준 2026. 10. 2.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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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재선충병이 다시 전국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해 충남도내에서 발생한 소나무재선충병 피해목은 5331그루였는데 올해는 5월 말까지 13만9922그루가 피해를 입었다.

태안군 전체 산림면적 2만1708ha 가운데 약 69%인 1만5057ha가 소나무림으로, 재선충병이 번질 경우 피해가 빠르게 확대될 수 있는 산림구조를 갖고 있다.

실제로 대형산불이 발생했던 경북지역에 소나무재선충병 피해가 극심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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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재선충병에 의해 고사한 나무들 (사진=연합뉴스)

소나무재선충병이 다시 전국으로 번지고 있다. 한때 영남지역을 중심으로 나타나던 대규모 피해는 충남 서해안에서 폭증한 데 이어 수도권에서도 감염목이 확인됐다. 한동안 줄어들던 피해가 다시 확산되면서 정부는 현재 상황을 2007년과 2014년에 이은 소나무재선충 '3차 대발생' 국면으로 보고 있다.

2일 경기 구리시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교문동 일원의 잣나무 1그루에서 소나무재선충병이 확인됐다. 산림청은 곧바로 구리시에서 긴급 중앙방제대책회의를 열고 추가 감염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정밀관측에 들어갔다.

'소나무 에이즈'로 불리는 소나무재선충병은 크기 1㎜ 내외의 실같은 선충인 소나무재선충이 나무에 침입해 빠르게 증식하면서 나무의 수분과 양분이 지날 통로를 막아 나무를 끝내 고사시킨다. 아직 치료제가 없어 재선충에 감염된 소나무는 벌목한 다음에 피복제를 덮어 공기이동을 완전히 차단한 상태에서 독성이 강한 약제로 훈증하는 방식으로 피해를 줄이고 있다.

구리에서 재선충병이 확인되면서 수도권으로 재선충병 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올 8월에 서울 강동구 서울숲과 경기 남양주시에서 감염목이 발견되기도 했다. 

충남에서는 이미 확산이 시작됐다. 지난해 충남도내에서 발생한 소나무재선충병 피해목은 5331그루였는데 올해는 5월 말까지 13만9922그루가 피해를 입었다. 지난해의 26배가 넘는다. 태안·보령·서천·청양에 피해가 집중됐다. 태안 3만4783그루, 보령 3만1751그루, 청양 3만1717그루, 서천 3만1427그루 등 4개 지역에서 발생한 피해목은 충남 전체의 92.6%를 차지한다.

이에 산림청은 태안을 시작으로 보령·서천·청양까지 특별방제구역으로 지정했다. 특별방제구역에서는 일반 지역보다 예방과 피해목 제거를 집중하고 경우에 따라 소나무림 자체를 다른 수종으로 바꾸는 '수종전환'도 추진할 수 있다.

특히 태안의 상황은 심각하다. 태안군 전체 산림면적 2만1708ha 가운데 약 69%인 1만5057ha가 소나무림으로, 재선충병이 번질 경우 피해가 빠르게 확대될 수 있는 산림구조를 갖고 있다. 태안군에 따르면 지난 2024년 이후 최근까지 확인된 누적 감염목은 3만7000여 그루다. 전문가들은 외관상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잠복 감염목까지 포함하면 실제 감염 규모가 20만 그루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결국 태안군은 피해가 심한 지역에서 감염목만 골라 제거하는 방식으로는 확산을 막기 어렵다고 판단해 일정구역 내의 소나무를 모두 베고 다른 수종을 심는 수종전환 사업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경북의 피해도 심각하다.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 2022년부터 올해까지 최근 5년간 경북에서 254만5843그루가 재선충병에 감염됐다. 안동과 포항 등 피해지역도 광범위하다. 이 때문에 2022년 피해규모는 11만여그루였지만 올해는 79만여그루로 7배나 늘었다.

▲2021년과 2025년 소나무재선충병 피해 상황을 비교한 지도(출처=산림청)

2023년 피해 소나무가 107만그루였다가 이듬해인 2024년 90만그루로 감소했다. 그러다가 올해 177만그루로 피해목이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다.

산림당국과 전문가들은 확산 원인을 다양하게 지목하고 있다. 우선 기온상승으로 재선충을 옮기는 매개충인 북방수염하늘소와 솔수염하늘소의 활동기간이 길어진 점을 꼽았다. 2013년까지만 해도 5월 16일쯤 부화하던 경북지역의 북방수염하늘소는 지난해 4월 25일로 21일 당겨졌다. 매개충이 더 일찍 부화한 탓에 재선충도 더 많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역마다 차이나는 방제속도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경북 청송의 방제율은 2025년 6월부터 올 5월까지 99%를 넘었지만 일부 지역은 20%에도 못미쳤다. 피해가 심각한 포항은 같은기간 방제율이 약 77%에 그쳤다. 방제되지 않은 나무에서 매개충이 빠져나오면 다음해 주변 소나무를 다시 감염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지자체별 예산과 인력, 방제작업의 역량 차이가 방제 공백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재선충병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원인 중 하나로 인간활동이 꼽히기도 한다. 최근 5년간 재선충병이 새로 발생하거나 재발한 34개 시·군 가운데 25곳은 화목과 원목, 조경수 등의 이동에 따른 인위적인 확산으로 분석됐다. 매개충이 자연적으로 이동하는 거리는 보통 2㎞ 내외 수준인데, 사람이 재선충병에 감염된 나무를 옮기면서 감염범위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형 산불도 변수가 됐다. 불에 타거나 열 피해를 입은 소나무는 쇠약해지면서 수염하늘소류의 산란처가 될 수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이 진행한 한 연구에서는 산불 피해지의 재선충 매개충 밀도가 비피해지보다 최대 14배 이상 높은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실제로 대형산불이 발생했던 경북지역에 소나무재선충병 피해가 극심한 상황이다.

결론적으로 현재의 3차 대발생은 기후변화로 매개충이 활동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진 가운데 지역별 방제 공백과 감염목 이동, 산불, 소나무가 밀집한 산림구조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박은식 산림청장은 "기존에는 지방정부가 소관 지역의 방제를 전담하면서 감염목을 제때 찾아 제거하지 못하는 누락이 발생했고, 이것이 최근 확산을 키운 요인 중 하나로 보인다"며 "앞으로는 국가가 직접 예찰과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국가 방제벨트 구축과 1ha 단위 정밀 방제체계를 통해 확산을 차단하는 방안을 고려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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