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삭은 군화 대신 새 가죽…금손 4인이 이은 호국영웅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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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벽돌 담장을 따라 세월의 흔적을 켜켜이 쌓아온 대전 옛 관사촌 '테미오래'는 지명(테미)과 '한동네의 몇 집이 한 골목이나 한 이웃으로 되어 사는 구역 안'(오래)이라는 단어의 합성어다.
자동차 디자이너 출신의 가죽공예가 하안 아뜰리에는 전장에서 삭아버린 낡은 군화 위에 새 가죽을 덧대고 한 땀 한 땀 바느질을 이어가는 마음으로 작품을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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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크리에이터 사나고·하안 아뜰리에·몽중다과·탬미닛 참여
!['하안 아뜰리에'가 작업한 군화 전시품 [촬영 이재림 기자]](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10/02/yonhap/20261002173619675gwek.jpg)
(대전=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붉은 벽돌 담장을 따라 세월의 흔적을 켜켜이 쌓아온 대전 옛 관사촌 '테미오래'는 지명(테미)과 '한동네의 몇 집이 한 골목이나 한 이웃으로 되어 사는 구역 안'(오래)이라는 단어의 합성어다.
과거 충남도지사와 고위 공무원들의 귀갓길 발걸음이 멈춘 이곳에는 군화, 칫솔, 철모, 수통이 우리 시대 '금손'들의 손끝에서 새 모습으로 되살아나 있다.
2일 대전문화재단이 테미오래 1호 관사에서 선보인 특별전 '시간을 고치고, 기억을 잇다' 현장은 거창한 전쟁의 서사를 말하지 않았다.
대신 어느 이름 모를 군인의 소박했던 일상이 촘촘히 복원돼 있었다.
이번 전시에는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발굴 현장에서 나온 칫솔, 펜, 군화, 숟가락 같은 평범한 용품이 모티프로 쓰였다.
유품에 새 숨을 불어넣은 이들은 특별한 손재주로 이름난 크리에이터 4명이다.
3차원(3D) 펜 아티스트 '사나고'(410만명·이하 이날 기준 유튜브 구독자 수), 가죽공예가 '하안 아뜰리에'(120만명), 음식 조형 작가 '몽중다과'(100만명), 조소 작가 '탬미닛'(11만명)은 유해발굴감식단 수장고를 직접 찾아 작품의 소재로 쓰일 유물을 골랐다고 한다.
전시실 입구에 들어서자 디딤돌 위에 덩그러니 놓인 군화 한 켤레가 눈에 들어왔다.
자동차 디자이너 출신의 가죽공예가 하안 아뜰리에는 전장에서 삭아버린 낡은 군화 위에 새 가죽을 덧대고 한 땀 한 땀 바느질을 이어가는 마음으로 작품을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모든 발걸음은 저마다의 집을 향하는데, 전장에서 시간이 멈춰버린 이들의 군화는 길 위에 남아 돌아오지 못한 시간만큼 낡고 헤져 있었다"고 했다. 집을 떠나던 날 밟았을 디딤돌 위에 방금 돌아와 벗어놓은 듯 놓인 군화 한 켤레에는 '귀로'(歸路·돌아오는 길)라는 한자도 새겨져 있다.
!['사나고'가 만든 칫솔 전시 공간 [촬영 이재림 기자]](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10/02/yonhap/20261002173619863aikj.jpg)
3D펜 아티스트 사나고의 작품 역시 발길을 사로잡았다.
그는 교과서 속 12만명이라는 거대한 전사자 통계 수치 대신 소소한 생활용품 중 하나인 칫솔로 전쟁통의 일상을 입체적으로 불러냈다.
사나고는 "군인을 떠올리면 거리감이 느껴지는 게 사실인데, 그런 거리감을 어떻게 좁힐 수 있을지 고민했다"며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칫솔 같은 용품을 활용해 작품을 만들어서 관람객이 (장병들에게)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몽중다과의 전시 공간에서는 영원히 상하지 않는 뒤늦은 한 상이 차려져 있었다. "녹슨 반합과 수통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작가는 전사한 이들을 위해 "식지 않는 온기"의 음식 모형을 올렸다.
!['탬미닛'의 철모 작품 [촬영 이재림 기자]](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10/02/yonhap/20261002173620075qlxl.jpg)
탬미닛은 총탄 자국이 선명한 철모를 택했다. 구멍 뚫린 빈자리 안쪽, 빛이 새어드는 곳에 낮잠이 든 얼굴 하나를 조각해 넣었다.
관사라는 '따뜻한 집'에 마련된 이번 전시에서는 돌아오지 못한 이들을 기억하고자 하는 정성 어린 손때가 곳곳에 묻어났다.
실제 발굴 유물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영상 자료와 발굴자료집을 갖춘 아카이브 공간에서는 유해발굴감식단의 활동과 신원확인 과정을 소개한다.
전시는 12월 31일까지 이어진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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