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석의 슬기로운 AI생활] AI 진짜 사용 설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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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 볶음밥을 데울 때 밥을 그릇 한가운데 쌓아 놓고 전자레인지를 돌리면, 겉은 김이 나는데 속은 차갑기 일쑤다. 하지만 기계를 직접 조립할 줄은 몰라도 전자레인지의 원리가 "마이크로파가 수분 분자를 흔들어 열을 내며, 겉에서 2~3㎝ 정도만 침투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다르다.
기업이 AI라는 기계를 도입해도 '판단 구조'라는 작동 원리를 모르면 똑같은 혼란을 반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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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어진 데이터에 의미 부여해
부서 간 서로 다른 용어 통일
업무가 누구에게 흘러가는지
데이터 릴레이 습관화 필요

냉동 볶음밥을 데울 때 밥을 그릇 한가운데 쌓아 놓고 전자레인지를 돌리면, 겉은 김이 나는데 속은 차갑기 일쑤다. 하지만 기계를 직접 조립할 줄은 몰라도 전자레인지의 원리가 "마이크로파가 수분 분자를 흔들어 열을 내며, 겉에서 2~3㎝ 정도만 침투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다르다. 밥을 도넛처럼 파놓고 넓게 펼쳐놓음으로써 기계의 스펙을 높이지 않고도 전체적으로 따뜻한 요리를 얻어낸다. 이렇듯 우리는 기계를 만들 줄은 몰라도, 돌아가는 원리를 알면 훨씬 더 효과적으로 쓸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기업의 인공지능(AI) 활용도 이와 같다.
바야흐로 이제 과거 실적 분석을 넘어 미래를 내다보는 '프리딕노믹스(Predicnomics, 예측 경제)' 시대다. 기업이 AI를 도입하는 궁극적 목적 역시 비즈니스의 향방을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예측'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우리는 종종 산더미 같은 엑셀 데이터를 무작정 AI에 밀어 넣고 마법이 일어나길 바란다.
기업이 AI라는 기계를 도입해도 '판단 구조'라는 작동 원리를 모르면 똑같은 혼란을 반복할 뿐이다. 부서마다 상이한 목표와 주관 탓에 같은 데이터를 보고도 제각각 엉뚱한 결정을 내리고, 실패한 프로젝트의 데이터를 아무리 뜯어봐도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 역시 데이터 자체가 아니라 데이터를 결론으로 잇는 '판단의 뼈대'가 빠져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온톨로지(Ontology)'가 등장한다. 온톨로지는 '존재하는 사물들의 근본적인 본질과 그 관계를 연구하는 존재론'을 뜻하지만, 이를 기업과 AI의 관점으로 설명하자면, '우리 회사가 세상을 이해하고 일하는 방식을 컴퓨터가 알아들을 수 있게 그려 놓은 지식의 청사진이자 세계관'이라고 할 수 있다.
온톨로지는 흩어져 있는 데이터에 '의미'와 '관계'를 부여해 구조화하는 작업이다. 생성형 AI가 가장 나올 법한 숫자와 텍스트의 패턴을 종합하는 것을 원리로 한다면, 온톨로지 기반 AI는 '어떤 데이터가 어떤 역할을 해서, 다른 데이터와 어떻게 상호작용했는지' 그 논리적 뼈대를 바탕으로 결과를 종합한다.
즉 온톨로지가 구축되어 있으면 AI가 결론을 도출한 '경로'를 추적할 수 있어서 AI가 잘못된 데이터를 참조하지 않았는지 논리적으로 검증할 수 있고, 피드백을 주어 올바른 방향으로 통제하고 진화시킬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이 온톨로지를 일상 업무에서 구성원들이 체화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첫째, 회의실 테이블 위 '용어의 영점'부터 맞춰야 한다.
마케팅팀이 말하는 '충성 고객'과 영업팀이 말하는 '충성 고객'은 기준이 전혀 다를 수 있다. 온톨로지의 첫걸음은 부서 간 서로 다른 언어와 잣대를 통일하는 작업이다. 합의된 단어들이 모여 기계가 헷갈리지 않는 명확한 기준이 된다.
둘째, 내 업무가 누구에게 흘러가는지 '데이터 릴레이'를 습관화해야 한다.
내가 오늘 쓴 고객 불만 접수 일지가 단순히 내 폴더에 저장되고 끝나는지, 아니면 품질팀의 불량률 개선 지표로 연결되는지 그 관계를 아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메모한 작은 연결 지도가 모여 기업 전체의 지식 그래프가 되고, AI가 정확하게 뻗어나갈 도로망이 된다.
분명 지금 우리 회사가 당면한 골치 아픈 문제를 이미 성공적으로 풀어낸 기업이 어딘가에는 존재한다. 그 성공의 비밀은 데이터의 막대한 양이 아니라, 의사결정의 구조화된 논리에 있다. 전자레인지의 작동 원리를 안 순간 일상의 효율이 180도 달라지듯, 온톨로지라는 논리적 뼈대와 구성원들의 공통된 '감'이 합쳐질 때 비로소 기업은 진정한 예측 경제 시대의 승자가 될 것이다.
[김의석 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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