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덕의 도시 발견] 교통망과 인구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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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는 철도나 도로 같은 교통망이 갖춰지면 지역이 활성화되고 인구가 늘어난다고 한다. 인구가 줄어드는 현재, 특히 몇몇 대도시를 제외한 지역에서는 교통망이 늘어나거나 요금이 낮아지는 것이 지역의 활력을 빼앗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다.
철도역과 기존 시내 사이가 너무 떨어지자 당국은 이용객이 늘지 않아 곤란하고, 해당 지역은 도시계획에 차질이 생기는 문제가 발생한다.
철도가 지역에 활력을 가져다주는 게 아니라, 도리어 지역의 활력을 빼앗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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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역세권과 국도 주변부 쇠락
신설 기차역은 원도심과 단절
고속철 타고 수도권 병원 이용
세종역 생기면 서울 통근 늘수도
KTX 요금 인하는 버스에 타격
교통망 확충은 좋은 일이지만
대도시 아닌 지역엔 양날의 검

일반적으로는 철도나 도로 같은 교통망이 갖춰지면 지역이 활성화되고 인구가 늘어난다고 한다. 하지만 어쩌면 이런 접근은 이제 시효가 다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전국을 답사하면서 하고 있다. 인구가 줄어드는 현재, 특히 몇몇 대도시를 제외한 지역에서는 교통망이 늘어나거나 요금이 낮아지는 것이 지역의 활력을 빼앗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다.
우선은 철도 선로를 개량하는 사업이다. 예전에 놓였던 철도·도로는 기술·재정적 한계로 인해 터널이나 고가를 놓지 못해 구불구불한 선형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가 기술·재정적 장벽이 제거되면서 선형을 개량하는 작업이 이뤄지게 된다. 그런데 이렇게 선형이 개량되면 기존의 철도·도로를 따라 자리했던 마을이나 시설이 교통의 '요지'에서 교통의 '오지'로 바뀌어 쇠락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중앙선 선로 개량 공사가 이뤄지면서 강원도에서 경상북도에 이르는 지역 곳곳에서 수많은 철도역 주변 마을들이 쇠락의 길을 겪고 있다. 새로 고속도로가 놓이고 난 뒤 예전 국도변에 들어섰던 휴게소·주유소 등이 폐업한 것을 본 사람도 많을 것이다.
철도가 신설되는 경우에도 문제가 발생한다. 토지 수용에 따른 민원이나 보상비를 줄이기 위해 도시를 비켜난 산골짜기에 철도역을 만드는 경우가 늘고 있다. 철도역과 기존 시내 사이가 너무 떨어지자 당국은 이용객이 늘지 않아 곤란하고, 해당 지역은 도시계획에 차질이 생기는 문제가 발생한다.
철도가 탄생한 뒤로 200년쯤 지났다. 그동안은 전 세계적으로 계속 인구가 늘었기 때문에 철도역과 도시가 떨어져 있어도 결국 그 빈 공간에서 연담화 현상이 일어났다. 하지만 인구 감소 시대에는 더 이상 연담화 현상이 일어나지 않거나, 억지로 연담화하려다 원도심이 쇠락하는 경우가 보이기 시작했다. 철도가 지역에 활력을 가져다주는 게 아니라, 도리어 지역의 활력을 빼앗고 있는 것이다.
철도역이 새로 생기면 해당 지역의 생활 인프라가 약화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SRT라는 브랜드는 2026년 9월 1일자로 소멸했지만, 그전까지는 SRT가 운행하기 시작한 지역의 병원들이 운영상 어려움을 겪는 일이 발생하곤 했다. 새벽에 SRT를 타고 수서역에 내려 대형병원으로 가는 시민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요즘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세종역 설치 문제도 비슷한 우려를 하게 한다. 세종시 남부에는 정부청사·공공기관들이 모여 있다. 많은 경우 이들 시설은 1차 공공기관 이전 때 수도권에서 옮겨왔다. 이 시설에서 근무하던 직원들은 해당 시설이 세종으로 옮겨온 뒤에도 한동안 원거리 출퇴근을 유지했다. 하지만 집에서 오송역까지 이동한 다음, 다시 버스나 택시를 타고 직장으로 이동하는 고단한 과정을 견디다 못해 결국 세종 일대로 이사한 경우가 많다. 교통이 불편한 것이 세종시 인구 증가에 기여한 것이다.

1970년대 말 백지계획에서는 임시 수도의 인구가 최대 100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현재 세종시 인구는 40만명이 조금 안 되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비교적 순조롭게 증가해왔다. 하지만 만약 세종역이 생긴다면, 세종시 남부를 중심으로 늘어나던 인구가 도로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일이 발생할 것이다. 주거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한 권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약 세종시 인구를 늘리고 싶다면 세종역 신설에 반대하는 것이 합리적인 판단이다. 물론 세종역 설치는 대통령 세종 집무실 설치와 직결돼 있기 때문에 상황이 좀 더 복잡하다는 점을 덧붙여둔다.
마지막으로 요금이다. 최근 KTX와 SRT가 통합하면서 요금을 인하했다. 그간 고속·시외버스 업계는 각종 요인으로 인해 운영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KTX·SRT보다 약간 낮은 요금을 유지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KTX가 요금을 인하한 것은 버스 업계에 타격을 줘 노선 및 버스터미널 폐지가 전국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직접적으로 지역의 활력을 감소시킨다.
교통망이 갖춰지는 것은 물론 좋은 일이지만, 대도시가 아닌 지역들에는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진정 자기 지역을 사랑하는 정치인·행정가라면 무조건 교통망의 신설·확충만을 주장해서는 안 된다.
[김시덕 도시문헌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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