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다들 야구장 간다는데, 왜 골프 보러 오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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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야구장엔 '대포카메라'가 늘어선다.
선수가 공 앞에 설 때면 갤러리들은 일제히 숨을 죽인다.
박상현을 보러 온 30대 박민 씨는 골프 직관의 매력으로 '선수와의 거리'를 꼽았다.
"야구나 축구랑 다른 건 선수들이랑 훨씬 가깝다는 거예요. 야구장은 내 자리에 앉아 있어야 하잖아요. 여기는 좋아하는 선수를 처음부터 끝까지 쭉 따라다니면서 응원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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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보면 재밌는데 아직 아는 사람이 적어요”
요즘 야구장엔 ‘대포카메라’가 늘어선다. 선수가 몸만 풀어도 셔터 소리가 쏟아진다. 한국프로야구(KBO리그)는 2년 연속 1200만 관중을 넘겼다. 선수들의 인기는 웬만한 아이돌 부럽지 않다.

2일 경기 여주 페럼클럽.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 2라운드가 한창이다. 이곳엔 지정된 관중석도, 쉴 새 없이 울려 퍼지는 응원가도 없다. 선수가 공 앞에 설 때면 갤러리들은 일제히 숨을 죽인다.
“탕!”
공이 멀리 날아가자 그제야 탄성이 터진다. 선수가 다음 샷을 향해 움직이면 갤러리들도 뒤를 따른다. 그렇게 한 홀, 또 한 홀을 함께 걷는다.
이들에게 물었다. “요즘 다들 야구장 간다는데, 왜 골프 보러 오셨어요?”

함정우를 기다리던 한 여성 팬은 이날 새벽 대구에서 출발했다. 현대해상 플래너인 그는 팀장과 함께 여주까지 올라왔다. 주말마다 TV로 골프를 챙겨 봤지만 직접 대회장을 찾은 건 이날이 처음이었다.
“진짜 너무 좋아요. TV에서도 잘 친다는 건 알았는데 직접 보니까 ‘역시 다르구나’ 싶어요.”
그가 내민 우산엔 함정우의 사인이 있었다.
“함 프로님 실제로 보니 인상도 너무 좋으시고요. 팬서비스도 좋으세요. 오늘 사인도 흔쾌히 해 주셨어요.”
야구도 좋아한다. 그래도 이날은 골프였다. 그는 “여자 골프도 봤지만 파워 있는 샷이 좋아서 요즘은 남자 골프를 더 본다”며 “제가 저렇게 칠 수는 없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다”고 웃었다.
박상현을 보러 온 30대 박민 씨는 골프 직관의 매력으로 ‘선수와의 거리’를 꼽았다.
“야구나 축구랑 다른 건 선수들이랑 훨씬 가깝다는 거예요. 야구장은 내 자리에 앉아 있어야 하잖아요. 여기는 좋아하는 선수를 처음부터 끝까지 쭉 따라다니면서 응원할 수 있어요.”
말 그대로다. 선수와 갤러리 사이엔 로프 한 줄뿐이다. 몇 걸음 앞에서 선수가 캐디와 다음 샷을 상의한다. 선수가 홀을 옮기면 갤러리도 함께 움직인다.

고등학교 2학년 배준형 군은 송민혁의 뒤를 쫓고 있었다. 꿈은 프로골퍼다.
“프로 선수들은 공이 날아가는 것부터 달라요. TV로 볼 때랑 직접 보는 거랑 완전히 다르거든요. 와서 보면 많이 배워요.”

배 군에겐 관람이 곧 공부다. 덤도 있다. 사진을 부탁하면 선수들이 기꺼이 옆에 서 준다고 했다.

김홍택을 기다리던 한 여성 팬은 유튜브 영상을 보고 팬이 됐다. 김홍택을 실제로 본 건 이날이 처음이었다. 선수를 발견하자 튀어나온 첫마디는 스윙도, 스코어도 아니었다.
“생각보다 얼굴이 너무 작아요.”
팬의 한마디에 샷을 준비하던 김홍택이 웃음을 터뜨렸다.
이날 만난 갤러리들은 골프 보는 재미를 한참 이야기하다가도 비슷한 아쉬움을 꺼냈다. 직접 와 봐야 알 수 있는 이 재미가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배 군은 “실제로 와서 보면 선수들도 다 친절하고 재미있는데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함정우 팬도 “직접 와 보니 훨씬 좋다”고 말했다.

대회 호스트인 최경주는 직관의 또 다른 재미로 선수들의 코스 공략을 꼽았다.
“선수들이 한 타 한 타 코스를 어떻게 공략하는지 지켜보면 현장에서 훨씬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거예요.”
골프장엔 수만 명이 함께 부르는 응원가는 없다. 대신 좋아하는 선수와 같은 잔디를 밟으며 몇 시간을 걷는다.
박상현이 다음 홀로 향하자 박민 씨도 다시 그 뒤를 따랐다.
골프장에선 팬도 18홀을 돈다.
글·사진 김리원 기자 rewonv@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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