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목조르기·폭행·욕설에도 영등위, ‘암살자(들)’ 12세 관람가 판정

영화나 비디오물의 연령별 관람 등급을 결정하는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영화 ‘암살자(들)’에 등장한 피투성이 고문과 목 조르기, 망치·각목 등을 이용한 폭행 장면과 거친 욕설에 대해 ‘경미하고 간결하게 표현됐다’며 12세 이상 관람가로 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2일 국민의힘 김석기 의원실이 영등위에서 받은 ‘등급 분류 결정 종합 의견서’ 등에 따르면, 영화에는 행사장에서 남성이 총을 쏘고 영부인과 여학생이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장면과 피투성이가 된 남성에게 물을 들이붓는 고문 장면, 허리띠로 목을 조르는 장면, 망치·각목·방망이로 폭행하고 발로 짓밟는 장면 등이 등장한다. 영등위는 이를 “신체와 총기, 둔기 등을 이용한 물리적 폭력 장면”으로 봤다.
그러나 영등위는 이런 폭력 표현이 “시대적, 영화적 맥락상 경미하고 간결하게 표현”됐다고 판단해 폭력성을 12세 수준으로 분류했다. 현행 기준상 12세 이상 관람가는 물리적 폭력이 ‘경미하고 간결’해야 하고, 상해·살인·유혈·신체 훼손·고문 등은 ‘강조되지 않고 빈도가 낮아야’ 한다.
욕설과 비속어도 12세 수준으로 판단했다. 영화에는 “개××들” “××○들” “빨갱이 ○○들”, “아가리 닥쳐 이 ○○야” 등의 표현이 등장하고, 사무실·경찰서·자동차 안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술집에서 술을 마시는 장면도 나온다. 영등위는 이 역시 “시대적 맥락상 경미하고 간결하게 표현”됐다고 봤다. 현행 등급 분류 기준은 12세 이상 관람가는 욕설·비속어·저속어가 ‘경미하고 간결하게’ 표현되고 가족·대인관계·교육과정 등을 통해 통상 접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영화 내용의 주제에 대한 판단도 있다. 영등위는 “한국 현대사의 정치적 사건과 국가 폭력, 진실 은폐 의혹 등 사회적 갈등을 다루고 있으나 12세 이상 청소년이 수용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암살자(들)’은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한 설정을 두고 역사적 사실 왜곡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영등위는 이런 논란과 별개로 영화가 다루는 주제 자체는 12세 이상 청소년이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본 것이다.
위원들 간 판단이 완전히 일치한 것은 아니다. 지난 8월 19일 열린 등급분류 회의에서 참석위원 8명 가운데 7명은 12세 이상 관람가 의견을 냈지만, 1명은 15세 이상 관람가 의견을 냈다. 이 위원은 주제와 폭력성을 각각 15세 수준으로 판단했다. 영등위는 “주제·선정성·폭력성·대사·공포·약물·모방위험 등 7개 항목에 대하여 영상물의 전체적인 맥락과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연령별로 등급을 분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폭력 장면이나 욕설이 등장한다고 해서 모두 15세 이상 관람가로 분류되는 것은 아니다. 12·12 군사반란을 다룬 영화 ‘서울의 봄’ 역시 고문의 정황과 차량으로 사람을 들이받는 장면, 총격전과 총격 살상, 일부 유혈 장면 등이 있었지만 간결하게 표현됐다는 이유로 12세 이상 관람가 판정을 받았다. 반면 1970년대 대통령 암살을 소재로 한 ‘남산의 부장들’은 15세 이상 관람가로 분류됐다. 영화 ‘기생충’ 역시 영등위가 주제·폭력성·대사·공포 등을 ‘다소 높음’으로 보고 15세 이상 관람가로 판단했다.
김석기 의원은 “해당 영화는 대한민국 영부인이 피살된 국가적 비극을 자극적인 음모론으로 재구성하고,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이를 실제 역사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낳고 있다”며 “이런 영화를 12세 청소년에게 보여줘도 된다는 판단이 과연 국민 눈높이에 맞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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