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직장인 말투 왜 이래?"…챗GPT 쓰더니 '뜻밖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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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아침 회의가 아닙니다. 이것은 리셋입니다."
한 스웨덴 벤처캐피털 직원은 최근 업무 회의를 하다 자신이 인공지능(AI) 챗봇처럼 말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람들이 챗GPT와 클로드 등 생성형 AI를 일상적으로 사용하면서 인간의 말투까지 AI를 닮아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AI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디판 메타는 사무실 화이트보드에 직원이 AI 같은 표현을 사용할 때마다 표시를 남기는 '프롬프트 말투 저금통'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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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쓰다 '챗GPT 말투' 닮아간 인간

“이것은 아침 회의가 아닙니다. 이것은 리셋입니다.”
한 스웨덴 벤처캐피털 직원은 최근 업무 회의를 하다 자신이 인공지능(AI) 챗봇처럼 말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것이 아니라 저것이다’라는 식으로 대조해 강조하는 챗봇 특유의 화법을 자신도 모르게 사용한 것이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람들이 챗GPT와 클로드 등 생성형 AI를 일상적으로 사용하면서 인간의 말투까지 AI를 닮아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회의와 이메일, 슬랙, 문자메시지 등에서 AI가 즐겨 사용하는 표현과 문장 구조가 확산하면서다. 이를 두고 ‘LLM 말투’, ‘클로드 말투’라고 부르기도 한다.
말이 이전보다 짧고 강해졌을 뿐 아니라 상대방에게 “훌륭하다”, “정말 똑똑하다”와 같은 칭찬도 자주 건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역시 상대방에게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대규모언어모델(LLM)의 답변 방식과 비슷하다는 설명이다.
AI에 명령을 내릴 때 쓰는 ‘프롬프트 말투’도 일상으로 침투하고 있다. 미국 포춘 500대 기업의 AI 자문인 앨리 K. 밀러는 창업자들이 모인 단체 대화방에서 최소한의 단어만으로 의사를 전달하는 이른바 ‘동굴인 말투’가 유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왜 글머리 기호 없음?”처럼 AI에 명령하듯 사람에게 말하는 식이다.
회의 방식도 달라졌다. LLM이 처음부터 명확한 목표를 제시했을 때 좋은 답변을 내놓는 데 익숙해진 사람들이 동료에게도 같은 방식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밀러는 회의에서 누군가 말을 길게 늘어놓으면 “목표가 무엇인가요?”라고 끊어 묻는 일이 생겼다고 했다. 이렇게 하면 회의 진행 속도가 빨라질 뿐 아니라 회의 내용을 기록하는 AI가 더 정확한 요약을 만드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AI를 사용하지 않고 직접 쓴 글조차 AI가 작성한 것처럼 보이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 베이 지역 스타트업에서 채용을 담당하는 윌 바넷은 자신의 이메일과 슬랙 메시지가 갈수록 격식을 갖춘 정형화된 문장으로 변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직접 쓴 글을 다시 읽으며 AI가 작성한 것처럼 보이는 표현을 일부러 지우기도 한다. 바넷은 “AI가 나를 자기처럼 만들도록 학습시킨 셈”이라고 말했다.
AI 말투를 의식적으로 피하려는 움직임도 등장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AI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디판 메타는 사무실 화이트보드에 직원이 AI 같은 표현을 사용할 때마다 표시를 남기는 ‘프롬프트 말투 저금통’을 만들었다. ‘진정으로’, ‘중요한’, ‘결정적 증거’, ‘X는 새로운 Y다’ 같은 표현이 프롬프트 말투에 해당한다. 한 주 동안 가장 많이 적발된 직원이 회식비를 내는 식이다.
AI 말투가 완전히 새로운 언어 현상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워싱턴DC에서 비영리체를 운영하는 데이비드 보히기언 최고경영자(CEO)는 AI가 사용하는 표현 상당수가 경영 컨설턴트와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이 오래전부터 사용해온 화법이라고 지적했다. ‘분석가처럼 생각하라’, ‘이 아이디어를 공격적으로 검증해보자’ 같은 표현이 대표적이다. 과거 일부 전문가만 사용했던 ‘결론부터 말하자’ 같은 표현도 AI 시대 들어 더 쉽게 통용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인간의 언어가 효율적으로 바뀌는 만큼 개성이 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20년간 홍보(PR) 분야에서 일한 엔젤라 닙스는 기업 창업자들에게 창업 계기를 물으면 개인적인 일화를 들려주는 대신 ‘세 가지 핵심 축’, ‘시장 기회’, ‘경쟁 우위’처럼 AI가 정리한 듯한 답변을 내놓는 경우가 늘었다고 했다. 닙스는 “모두가 세련되게 다듬어진 말을 한다”며 “하지만 그 누구의 말도 특별히 흥미롭게 들리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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