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 위 피겨’ 태권도 품새, 무술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다

[스포츠경향 도요하시 | 황민국 기자] 생애 첫 출전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윤규성(24·육군 군악의장대대 태권도시범대)은 품새를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종목”이라고 정의했다. 겨루기의 그림자에 가려져 있던 품새만의 진정한 매력에 대해 그는 할 말이 많은 듯했다.
품새는 ‘무술과 예술의 경계에 있는 종목’으로 불린다. 본래 품새는 태극, 고려, 금강 등 무도 태권도의 근본을 얼마나 정확하고 절도 있게 보여주느냐가 관건이었다. 하지만 세계태권도연맹(WT)이 태권도에 역동성과 대중성을 더하기 위해 ‘자유 품새’를 도입하면서 경기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었다. 고난도 회전 발차기와 아크로바틱 기술, 그리고 음악에 맞춘 창의적인 연출이 핵심 채점 요소로 자리 잡으면서 ‘매트 위의 피겨스케이팅’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종목의 진화는 선수들의 면면도 바꾸어 놓았다. 겨루기와 공인 품새에 이어 태권도의 또 다른 축을 담당하던 ‘시범단’ 출신 선수들이 자유 품새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 나란히 금메달을 거머쥔 윤규성과 정하은(25·용인시청) 모두 국내에 아크로바틱 태권도를 처음 시도한 ‘K타이거즈(K-Tigers)’ 시범단 출신이다. 특히 정하은은 품새가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처음 채택된 2018년, 17세라는 다소 늦은 나이에 선수로 입문해 8년 만에 아시아 정상에 섰다.
물론 시범단 출신이라고 해서 모두 성공 가도를 달리는 것은 아니다. 고난도 기술과 표현력에서는 압도적인 기량을 뽐내지만, 반대로 공인 품새에서 요구되는 무게 중심과 절도 등 정통 기본기가 부족해 한계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윤규성과 정하은은 뼈를 깎는 노력으로 공인 품새의 기본기까지 완벽하게 연마하며 품새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젖혔다.

정하은이 결선에서 선보인 자유 품새는 타국 경쟁자들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할 만큼 압도적이었다. ‘한국 전사의 탄생’이라는 주제로 1분 40초간 펼쳐진 무대는 역동적인 공중 회전과 연속 발차기, 그리고 1080도 회전에 곁들인 5~6번의 연속 뒷발차기가 완벽하게 어우러지며 장내의 탄성을 자아냈다. 정하은은 “3년 전 항저우 대회 선발전에선 2위로 탈락해 아쉬움이 컸다.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까지 딸 줄은 몰랐다”며 활짝 웃었다.
두 챔피언은 앞으로 더 많은 이들이 품새의 매력에 빠져들기를 바라고 있다. 정하은은 “겨루기는 반드시 상대가 있어야 하지만, 품새는 오롯이 혼자서도 수련하며 자신을 단련할 수 있다는 점이 굉장한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윤규성은 품새가 가진 ‘자유로움’을 강조했다. 그는 “다른 종목과 달리 내가 하고 싶은 동작과 구성을 마음대로 보여줄 수 있다. 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종목이기에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도요하시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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