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표 IP ‘미르’ 중국 품으로…‘위메이드 매각’이 던진 경고장

이예서 기자 2026. 10. 2. 11:45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박관호 지분 39.33% 홍콩 네오펄스에 매각…중국 자본 최대주주로
연 1000억원 로열티 ‘미르’ 넘어 20년 개발·운영 노하우까지 영향권
경영권 변경 앞두고 고용 승계·구조조정 우려 제기…노동조합 설립
위메이드 사옥 전경. [사진=위메이드]

【투데이신문 이예서 기자】 '미르의 전설2'로 중국 대륙에 '게임 한류'를 일으킨 위메이드의 경영권이 사실상 중국 자본으로 넘어간다. 연 1000억원 이상의 로열티를 창출하는 '미르' IP(지식재산권)뿐 아니라 20년 넘게 축적한 게임 개발 및 운영 노하우와 이용자 데이터까지 중국 측 영향권에 놓일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게임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위메이드 경영권 매각을 앞두고 내부 직원들의 고용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이를 보여주듯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노조 위메이드지회가 지난달 30일 공식 출범했다. 지회는 설립 선언문에서 "프로젝트 성공의 열매는 특정 경영진과 주주에게 집중됐고, 사업 변경이나 실적 부진에 따른 책임과 불안은 오롯이 노동자 개인의 몫으로 돌아왔다"고 토로했다.

노조는 단체교섭을 통해 ▲대주주 변경·조직개편에 따른 구조조정과 정리해고 거부 ▲일방적인 근로조건 악화 저지 ▲성과급 체계 개선 ▲주요 사업 방향 전환 시 사전 협의 의무화 ▲위믹스 등 주요 사업부의 고용 승계와 조직 존속 확인 등을 요구할 방침이다. 위메이드 관계자는 "노조의 권리를 존중하고 관련 법령과 절차를 준수하며 열린 대화로 발전적인 노사관계를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노조 출범 배경에는 박관호 의장의 지분 매각이 있다. 박 의장은 지난 6월 말 보유 지분 전량인 39.33%(1335만738주)를 네오펄스에 9200억원에 넘기기로 계약했다. 네오펄스는 킹넷 등과 컨소시엄을 꾸려 인수를 추진하고 있으며, 킹넷은 인수 자금의 절반 가까이를 책임지는 투자자로 참여했다. 오는 30일까지 잔금 지급과 당국 승인 절차가 마무리되면 컨소시엄은 기존 보유분을 합쳐 지분 40.25%의 최대주주에 오른다.

◆ 10년 소송 앙숙이 '큰손'으로…킹넷, 경영권 없이 미르 IP 챙긴다

위메이드의 핵심 자산은 단연 '미르'다. 2001년 출시된 '미르의 전설2'는 중국 시장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국내 게임산업의 대표적인 중국 진출 성공 사례로 자리 잡았다. 중국 게임·디지털 콘텐츠 전문 조사기관 감마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전기(傳奇)'로 불리는 미르 IP의 중국 내 시장 규모는 355억5000만위안(약 7조3000억원)에 달했다. 위메이드는 미르 IP를 기반으로 중국에서 연 1000억원 이상의 로열티 수입을 거두고 있다. 

이번 지분 매각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중국 게임사 킹넷이 컨소시엄의 핵심 투자자로 참여했다는 점이다. 킹넷은 '미르의 전설' 시리즈를 원작으로 한 '전기' 계열 게임을 주력으로 키운 중국 상장사로, 불과 몇 달 전까지 위메이드와 IP 사용료를 두고 법적 분쟁을 벌였다.

두 회사의 인연은 2016년 킹넷이 위메이드와 '미르의 전설2' IP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중국에서 웹·모바일 게임 사업을 시작하며 출발했다. 이후 라이선스 대금과 로열티 지급 문제로 갈등이 불거지면서 국제중재와 소송전으로 10년 가까이 맞섰다. 올해 2월 화해 계약으로 한국·중국·싱가포르의 절차를 서로 취하했다. 이어 4월 위메이드는 화해금으로 약 430억원을 받았다.

그로부터 7개월 만이다. 킹넷이 위메이드 인수 자금의 절반 가까이를 대는 투자자로 돌아왔다. 다만 위메이드 주식을 직접 매입하는 구조는 아니다. 홍콩 투자회사 네오스피어 지분 49%를 2억9800만달러(공시 기준 약 4000억원)에 확보한다. 네오스피어는 홍콩 성송투자회사를 거쳐 네오펄스를 100% 지배하는 최상위 회사로, 박 의장과 네오펄스의 계약 체결 뒤인 7월 말 설립됐다. 킹넷은 공시에서 소수 지분만 취득하는 만큼 위메이드의 경영권이나 의사결정 지배권은 확보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신 킹넷은 미르 IP 관련 조항을 넣었다. 지분 인수 뒤 위메이드가 네오스피어와 미르 IP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맺도록 추진하고, 네오스피어가 확보한 권리를 킹넷도 활용한다는 내용이다. 킹넷이 제시한 투자 목적은 미르 IP 라이선스와 수익 배분, 중국 내 각색·퍼블리싱 권리 확보 등이다. 경영권은 갖지 않되 IP 활용 권리는 챙기려는 셈이다. 대상 게임과 수익 배분 방식 등 구체적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IP를 두고 다투던 상대가 이제는 자본으로 얽힌 협력자가 된 것이다.

◆ IP 넘어 노하우·데이터까지…결정권 이전에 고용 불안 확산

문제는 IP만이 아니다. 동양대학교 김정태 게임학부 교수는 "위메이드가 20년 넘게 축적해온 온라인 게임 개발 노하우가 사실상 넘어가는 상황"이라며 "단순한 개발 기술뿐 아니라 게임 운영 노하우도 함께 이전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게이머들의 이용 로그와 게임 내 행동 데이터, 시간대별 이용자 행동 패턴, 게임 플레이 관련 비즈니스 모델도 중요한 자산"이라며 "이런 데이터와 노하우가 중국으로 넘어가는 것은 국내 게임산업 입장에서 상당히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물론 경영권 이전이 '미르' IP 소유권 이전으로 단정지을 순 없다. 게임협회장 이철우 변호사는 "회사가 IP를 보유하는 것과 그 회사를 지배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며 "이사회와 주주총회, 소수주주권 등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지배주주가 IP를 마음대로 처분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IP 자체보다 IP와 관련한 중요한 의사결정 권한이 중국 측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라며 "위메이드가 중국에서 협업해온 회사들과의 권한 배분이나 제3의 업체와 계약할 권한 등에 대한 결정권이 상당 부분 중국 측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 같은 변화는 결국 직원들의 고용 불안으로 이어진다. 박 의장은 지분 매각 뒤 입장문에서 "위메이드는 자식과 같은 회사"라고 했지만 향후 경영진 구성이나 고용 승계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지난달 14일 발표된 최대주주 변경 관련 위메이드와 네오펄스의 공동 입장문에서도 사업 연속성을 강조했으나 원론적인 입장에 불과했다. 위메이드는 "사업의 안정적인 운영과 지속적인 성장에 중점을 두고 투자자 컨소시엄과 긴밀히 협력해 관련 절차를 성실히 진행할 예정"이라며 "현재 추진 중인 핵심 사업과 조직 운영은 차질 없이 기존 계획에 따라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메시지만으로는 고용 불안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체 개발 역량이 충분한 중국 입장에서는 위메이드의 기존 인력을 유지할 유인이 적을 수 있다"며 "로열티 계약 재협상이나 중국에 유리한 IP 사업 재편 과정에서 조직 변화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정태 교수도 "당장은 특별한 변화가 없을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인수 측이 자신들의 경영 방향에 맞춰 인적 쇄신이나 고용에 손을 댈 가능성이 있다"며 위메이드가 중국과 사업적 연관성이 높은 만큼 인수 측에서 선의를 갖고 경영에 접근해야만 고용 안정성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 "매각 자체는 합법" 하지만…도의적 책임·제2의 위메이드 우려

박 의장의 지분 매각 결정을 두고도 업계 시각은 엇갈린다. 한 관계자는 "회사를 키운 뒤 매각하는 것은 스타트업에서 흔한 엑시트 방식이라 그 자체를 비난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주요 게임사 수장으로서 시장과 업계가 기대했던 역할이 있었던 만큼 도의적인 비판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한국 게임 생태계의 후배들을 생각하면 '꼭 그렇게 해야 했는지', '다른 방법은 없었는지' 하는 아쉬움은 남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법적 판단은 보다 명확하다. 이철우 변호사는 "주식 양도의 자유는 상법과 세계 주식시장의 기본 원칙으로, 지분 매각 사실 자체를 문제 삼기를 어렵다"면서도 "이용자 개인정보 유출, 고용 문제, 신기술 유출 같은 부작용이 생길 것을 알면서 이를 무시하고 매각에만 집중했다면 추후 법적·도덕적 책임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자본은 이미 국내 게임업계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텐센트는 크래프톤 지분 14.52%를 보유한 2대 주주이며 넷마블 지분 4.7%도 보유하고 있다. 중국 펀게임은 웹젠 지분 20.45%를, 텐센트 계열사 에이스빌은 시프트업 지분 35.03%를 보유하고 있다. 창업자의 지분 매각으로 최대주주 자리가 중국 컨소시엄에 넘어가는 것은 위메이드가 처음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철강뿐 아니라 게임산업에서도 중국 자본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며 "중국은 경제적 파트너이면서 경쟁자이기도 한 만큼 주요 게임사 한 곳이 중국 회사 소유로 넘어갔다는 점은 장기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위메이드뿐 아니라 국내 주요 게임사들의 IP가 외국 자본으로 넘어가는 흐름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만큼 국내 게임사들이 위메이드 사례를 추진 사업과 핵심 자산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 더욱 분발하지 않으면 "상당히 어려운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따라서 제2의 위메이드를 막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 변호사는 "주주에게는 자신의 주식을 자유롭게 양도할 권리가 있어 외국 자본 유입 자체를 정부가 직접 막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지분 매각 이후 체결되는 계약, 개인정보 이전, 기술 유출 과정에서 문제가 없는지 정부가 사후적으로 집중 감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데이신문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해당 언론사로 이동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