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음료와 물, 체중 감량 효과 비슷…2년 임상시험 결과 [건강팩트체크]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과체중 또는 비만인 성인이 체중을 줄일 때 비영양 감미료가 들어간 다이어트 음료를 마셔도 물을 마신 사람과 비슷한 수준으로 체중을 감량하고 유지했다는 장기간 임상시험 결과가 나왔다.
연구를 끝까지 마친 참가자를 기준으로 비영양 감미료 음료 그룹은 처음보다 평균 4.8㎏, 물 그룹은 3.7㎏ 체중이 줄었다.
2년 동안 물과 비슷한 체중 감량·유지 효과를 보였다는 사실만으로 장기간 비영양 감미료 섭취가 건강 전반에 물과 똑같은 영향을 미친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
체중을 줄이려고 설탕이 든 음료를 끊었지만 물만 마시기 어렵다면, 비영양 감미료 음료를 선택한다고 해서 적어도 2년 동안의 체중 감량과 유지가 방해된다는 근거는 나타나지 않았다는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영국 리버풀대학교와 리즈대학교 연구진은 과체중 또는 비만인 18~65세 성인 493명을 대상으로 2년 동안 진행한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 결과를 국제학술지 ‘영국 영양학저널(British Journal of Nutrition)’에 발표했다.
비영양 감미료(non-nutritive sweetener·NNS)는 설탕 대신 단맛을 내면서 열량은 없거나 매우 적은 감미료를 말한다. 이번 연구에서 제공한 음료에는 주로 아스파탐, 아세설팜칼륨, 수크랄로스 등이 사용됐다.
참가자들의 체질량지수(BMI)는 27~35였다.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으로 BMI 25 이상은 과체중, 30 이상은 비만에 해당한다. 국내에서는 일반적으로 BMI 25 이상부터 비만으로 분류한다.
연구진은 ‘SWITCH’라고 이름 붙인 임상시험 참가자들을 무작위로 두 그룹으로 나눠 한쪽에는 물을, 다른 쪽에는 시중에서 판매되는 비영양 감미료 음료를 마시도록 했다.
두 그룹 모두 하루 최소 330㎖씩 두 번, 총 660㎖의 지정 음료를 마셨다.
비영양 감미료 그룹에는 다이어트 콜라와 무설탕 탄산음료, 과일 맛 음료와 향을 첨가한 물 등 20가지 제품이 제공됐으며 원하는 음료를 골라 마실 수 있었다. 비영양 감미료 음료를 마시는 사람은 물도 자유롭게 마실 수 있었다. 반면 물 그룹은 비영양 감미료 음료뿐 아니라 커피나 차에 감미료를 넣는 것도 피하도록 했다.
중요한 점은 단순히 음료만 바꿔 비교한 실험이 아니라, 체중 감량과 유지 과정에서 해당 음료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2년간 추적했다는 것이다.
참가자들은 처음 12주 동안 영양사가 진행하는 체중감량 프로그램에 매주 참여했다. 이후 40주 동안에는 한 달에 한 번씩 체중 유지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일상적인 신체활동을 늘리는 방법에 관한 지도도 받았다. 이렇게 첫 52주(1년)를 보낸 후 마지막 52주에는 별도의 체중 관리 교육 없이 추적관찰만 했다.
2년 뒤 결과는 흥미로웠다.
연구를 끝까지 마친 참가자를 기준으로 비영양 감미료 음료 그룹은 처음보다 평균 4.8㎏, 물 그룹은 3.7㎏ 체중이 줄었다. 수치만 보면 비영양 감미료 그룹이 약 1.1㎏ 더 많이 감량했지만 두 그룹 간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이번 연구에서 이른바 ‘제로 음료’ 섭취가 체중 감량을 방해했다는 근거는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진은 장기간의 체중 관리 측면에서 두 음료의 효과가 동등한 수준이었다고 평가했다.
두 그룹 모두 처음 12주 동안 체중이 가장 빠르게 줄었다. 비영양 감미료 그룹은 약 36주, 물 그룹은 약 44주에 평균 체중이 가장 낮았다. 이후 두 그룹 모두 조금씩 다시 체중이 증가했다. 하지만 104주가 지난 시점에도 두 그룹 모두 연구 시작 당시보다 체중이 적게 나갔다.
허리둘레와 엉덩이둘레, 체성분에서도 두 그룹 사이에 뚜렷한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배고픔 정도도 2년 동안 두 그룹에서 조금 증가했지만 그룹 간 유의한 차이는 없었다.

이번 결과는 비당류 감미료의 장기적인 체중 관리 효과가 명확하지 않다고 본 WHO의 기존 판단을 재검토할 때 참고할 수 있는 새로운 근거를 제시한다.
WHO는 2023년 체중 조절이나 만성질환 위험을 낮추기 위한 수단으로 비당류 감미료를 사용하지 말 것을 조건부로 권고했다. 장기적으로 체지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근거가 명확하지 않고, 일부 관찰연구에서는 장기간 섭취와 제2형 당뇨병·심혈관질환·사망 위험 증가 사이의 연관성이 관찰됐기 때문이다.
다만 WHO 역시 이러한 연관성이 비영양 감미료 자체 때문이라고 확정한 것은 아니다. 이 지침은 개별 감미료의 독성이나 안전성 자체를 평가한 것이 아니라, 체중 조절이나 만성질환 예방을 위해 비당류 감미료를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되는지를 평가한 것이다.
또 이미 비만하거나 질환 위험이 높은 사람이 체중을 관리하기위해 비당류 감미료를 더 많이 선택하는 ‘역인과성’ 등이 관찰연구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다. WHO는 이러한 불확실성과 근거의 전반적인 확실성이 낮다는 점 등을 고려해 권고의 강도를 ‘조건부’로 정했다.
WHO가 검토한 무작위 임상시험도 대부분 3개월 이하로 짧았고, 6~18개월의 장기간 연구는 수가 적고 결과를 해석하기 어려웠다. 이번 2년 연구가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다.
그렇다고 이번 결과를 제로 음료의 건강상 안전성을 보장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서는 곤란하다.
연구에서 참가자들은 비영양 감미료 음료를 하루 최소 660㎖ 마시도록 요청 받았다. 연구진은 감미료 섭취량이 유럽식품안전청(EFSA)이 정한 안전 기준 이내였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의 핵심 결과는 어디까지나 ‘체중 관리’다. 제로 음료를 양에 관계없이 많이 마셔도 안전하다는 것을 입증한 연구가 아니다. 또한 연구의 핵심 결과는 어디까지나 ‘체중 관리’다. 2년 동안 물과 비슷한 체중 감량·유지 효과를 보였다는 사실만으로 장기간 비영양 감미료 섭취가 건강 전반에 물과 똑같은 영향을 미친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

연구비의 출처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번 연구는 미국의 음료업계를 대표하는 미국음료협회(American Beverage Association)의 지원을 받았다. 논문에 따르면 협회는 연구 설계와 수행, 데이터 분석 및 결과 해석에는 관여하지 않았고 최종 원고 내용은 연구진이 결정했다. 다만 협회 관계자에게 논문을 검토할 기회가 주어졌으며, 논문 작성을 도운 의학전문 작가의 비용도 협회가 지원했다. 일부 연구진은 코카콜라 등 식품·음료 관련 기업 또는 단체와 연구비·자문 등의 관계도 공개했다.
따라서 이번 결과를 ‘물 대신 제로 음료를 많이 마셔도 괜찮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체중을 줄이려고 설탕이 든 음료를 끊었지만 물만 마시기 어렵다면, 비영양 감미료 음료를 선택한다고 해서 적어도 2년 동안의 체중 감량과 유지가 방해된다는 근거는 나타나지 않았다는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
비영양 감미료에 대한 장기적 건강 영향을 둘러싼 연구 결과는 아직 엇갈리고 장기간 무작위 임상시험도 충분하지 않다. WHO 역시 단순히 설탕을 비당류 감미료로 바꾸는 데 그치기보다 식단 전체에서 단맛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을 권고하고 있다.
관련 논문 주소: https://doi.org/10.1017/S0007114526108150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