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억달러 대미투자 본격화···한국 기업 수주 뒤 ‘계약 리스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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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억달러 규모 대미 전략투자가 실제 집행 단계에 들어갔다. 1호 사업인 텍사스 가스복합화력발전소에 24억달러가 송금되면서 국내 기업의 참여 기대도 커지고 있다.
사업별 추진 단계에는 차이가 있지만 국내 기업에 실제 얼마나 일감이 돌아갈지는 향후 발주와 계약 조건을 봐야 한다.
법무법인 율촌은 지난 1일 발행한 '대미투자 사업 참여 기업이 미국 계약서에서 먼저 확인할 세 가지'에서 "정부 발표는 사업의 추진 의사를 알리는 것이고 기업의 권리는 발주와 계약에서 생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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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8기는 프레임워크·알래스카 LNG는 검토 단계
한국 기업 우대에도 실제 수주·수익은 ‘계약조건’에 달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2000억달러 규모 대미 전략투자가 실제 집행 단계에 들어갔다. 1호 사업인 텍사스 가스복합화력발전소에 24억달러가 송금되면서 국내 기업의 참여 기대도 커지고 있다. 다만 정부 간 합의가 개별 기업의 수주와 계약 조건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닌 만큼 실제 사업에서는 발주처와 현지법, 해지·대금 지급 조건 등을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한미 전략투자 1호 사업인 텍사스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 프로젝트에 투입할 24억달러를 미국 측 상위 투자목적법인(I-SPV)에 송금했다. 자금은 프로젝트에 필요한 자재비 등을 중심으로 쓰일 예정이다.
엔시날 사업은 총사업비 223억달러를 들여 6472M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용 가스복합화력발전소를 짓는 사업이다. 2029년 1단계 상업운전을 시작해 2032년 전체 가동을 목표로 한다. 정부는 발전 기자재와 설계·시공, 운영·정비 등 사업 전 과정에서 국내 기업 참여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텍사스와 달리 미국 원전 8기와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는 아직 후속 절차가 남아 있다. 한미는 한국형 APR1400 2기와 웨스팅하우스 AP1000 6기를 건설하는 원전 프레임워크에 합의했지만 부지와 사업구조, 일정은 개별 사업별로 다시 정해야 한다. 상업적 합리성 검토와 국내 절차도 거쳐야 한다.
알래스카 LNG는 미국 측 발표가 한국 정부보다 앞서가면서 혼선도 빚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한국의 투자 대상으로 발표했지만 한미 공동 문서에는 사업성 등을 검토한 뒤 추진 여부를 판단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한국 정부도 투자 여부와 규모가 확정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알래스카 LNG는 북부 노스슬로프의 천연가스를 약 1300㎞ 떨어진 남부 니키스키까지 운송한 뒤 액화해 수출하는 사업이다. 사업비는 445억~545억달러로 추산된다. 현재 확보한 LNG 구매 합의도 상당수가 비구속적이어서 안정적인 자금 조달을 위해서는 추가 장기 판매계약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기업 우대에도 자동 수주는 아냐···"권리는 계약에서"
사업별 추진 단계에는 차이가 있지만 국내 기업에 실제 얼마나 일감이 돌아갈지는 향후 발주와 계약 조건을 봐야 한다.
한미 전략투자 양해각서(MOU)에는 '미국이 가능한 경우 유사한 외국 업체보다 한국 업체를 선정하고 한국 정부가 추천한 업체를 검토'하도록 한 내용이 담겼으나 이 조항만으로 개별 기업이 발주나 특정 물량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 간 투자 합의와 실제 기업이 맺는 계약은 별개인 셈이다.
법무법인 율촌은 지난 1일 발행한 '대미투자 사업 참여 기업이 미국 계약서에서 먼저 확인할 세 가지'에서 "정부 발표는 사업의 추진 의사를 알리는 것이고 기업의 권리는 발주와 계약에서 생긴다"고 설명했다. 계약 상대방과 적용 법률, 대금 지급 방식 등에 따라 사업에 참여한 기업이 부담하는 위험도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기업의 계약 상대방도 미국 정부가 아니라 현지 사업자나 설계·조달·시공(EPC) 업체가 될 가능성이 높다. 발주처의 재무상태에 따라 지급보증이나 신용장 등이 필요할 수 있고 협력사로 참여하면 상위 계약의 해지·지급 조건이 하도급이나 공급계약으로 내려올 수도 있다.
우선 첫 사업이 추진되는 텍사스에서는 현지 계약법도 살펴봐야 한다. 텍사스는 현지 부동산과 관련한 건설계약에서 다른 미국 주의 법을 적용하거나 다른 주에서 소송·중재하도록 한 조항을 제한하고 있다. 하도급이나 자재·장비 공급계약도 대상이 될 수 있다. 한국에서 제작한 발전 기자재를 텍사스 현장에 공급하는 계약도 적용 가능성이 있다는 게 율촌의 설명이다.
공사가 중단되거나 규모가 줄어드는 경우도 따져볼 부분이다. 미국 건설계약에서는 발주처가 상대방의 잘못이 없어도 계약을 끝내는 임의해지 조항이 사용된다. 현장 사양에 맞춰 기자재를 제작하다 계약이 끝나면 이미 투입한 원자재와 제작비가 손실로 남을 수 있다.
대금 지급도 마찬가지다. 발주처로부터 돈을 받아야 협력사에 지급하는 조건이 붙으면 상위 발주처의 지급 위험이 협력사로 넘어갈 수 있다. 선급금과 공정별 지급, 지급보증과 신용장 등을 계약 단계에서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법무법인 태평양 역시 "정부의 투자가 국내 기업의 사업기회로 자동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원전은 국내 기업의 설계·조달·시공과 기자재, 운영·정비 참여뿐 아니라 기술·지식재산권과 후속 사업 참여 가능성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봤다. 알래스카 LNG에 대해서도 "장기 구매와 지분투자, 플랜트·선박·기자재 수주가 서로 다른 거래인 만큼 각각의 사업성과 위험을 따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율촌 관계자는 "발주처와 직접 계약하는 시공사는 발주처의 자금 조달 구조와 신용보강 장치를, 시공사를 거쳐 참여하는 협력사는 상위 계약의 해지·중단·지급 조건이 자신의 계약에 어떻게 옮겨졌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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