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2만~3만석 돔구장 유치, 제주에 새로운 기회 만든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34년 완공을 목표로 스포츠와 K팝 공연을 함께 열 수 있는 복합형 돔구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9월 21일에는 전국 광역자치단체를 대상으로 5만석 대규모 1곳과 중규모 1곳을 선정해 국비를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부산, 충북, 충남, 대구, 경기, 인천 등이 이미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제주도 한번 검토해 볼 만한 사업이다. 특히 제주라면 5만석보다 2만~3만석 규모의 중규모 돔이 현실적이다.
정부가 돔구장을 추진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국내에는 수만 명의 관객과 대형 공연 장비를 함께 수용할 실내 공연장이 없어, 세계적 스타들의 투어가 한국을 건너뛰는 '코리아 패싱'이 반복되고 있다. K팝이 만든 부가가치가 정작 국내에서는 발휘되지 못하는 셈이다.
대형 공연의 경제효과는 막대하다. 올해 5월 BTS의 멕시코 3회 공연에 대해 멕시코시티 상공회의소는 약 1505억원의 직접 경제효과를 예상했고, 영국 가디언은 BTS 라스베이거스 4회 공연이 4500억원의 경제효과를 냈다고 보도했다. 인기 K팝 공연은 숙박, 음식, 굿즈, 지역 소비까지 끌어올리는 거대한 경제 이벤트다. 다만 5만석 돔은 건립비만 1조원이 넘고, 공연만으로 연중 객석을 채우기도 어렵다. 업계에서 5만석은 '꿈의 무대'로 불린다. 대부분의 K팝 투어는 1만~3만석 규모에서 열린다. 제주의 여건에도, 공연 시장의 실수요에도 맞는 2만~3만석을 제안한다.
그렇다면 제주는 어떤가. 돔구장은 정체된 제주 관광과 문화산업에 새로운 활력이 될 수 있다. 한류 공연을 중심으로 굿즈, 콘텐츠, 공연 연계 산업이 함께 자랄 기반이 생기고, K팝 공연과 관광을 결합한 상품이 가능해진다. 그냥 스쳐가던 크루즈관광에도 정박형 콘서트 상품이 생긴다. 트로트 공연, 해외 스타 공연, 대규모 마이스까지 활용 폭도 넓다. 숙박과 관광 대응 체계가 이미 갖춰져 있어 기존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타지역보다 유리하다.
무엇보다 제주만의 강점은 해외 관객이다. 사드 사태 이후 중국 본토에서는 K팝 대형 공연이 사실상 막혀 있고, 공연은 홍콩과 마카오에서 열리고 있다. 항공 접근성과 제주 무사증 제도를 갖춘 제주는 중국을 비롯해 일본, 대만, 동남아 팬들이 가장 쉽게 찾을 수 있는 K팝 무대가 될 수 있다. 이 지점이야말로 다른 어느 지자체도 내세울 수 없는, 제주만의 가장 매력적인 카드다.
물론 약점도 분명하다. 첫째, 제주에는 프로야구단이 없다. 그러나 이는 역으로 야구 시즌에 묶이지 않고 연중 공연이 가능한 공연 중심 돔이 된다는 뜻이다. 둘째, 교통이다. 섬이라는 특성상 5만명을 한꺼번에 실어 나르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바로 이 때문에 2만~3만석이 답이다. 이 규모라면 항공과 크루즈로 감당할 수 있고, 새로운 관광·크루즈 상품과 결합해 해외 관객 중심으로 수요를 설계할 수 있다. 셋째, 재정이다. 현재 제주 재정으로는 무리다. 하지만 중규모라면 사업비 부담이 5만석의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여기에 국비 지원과 JDC를 통한 부지 확보, 민간 투자 유치 등 다양한 재원 구조를 도정이 설계해 제안할 수 있다. 입지 역시 기존 관광개발사업 가운데 추진되지 못한 부지를 활용한다면, 신규 개발에 따른 환경 우려를 최소화할 수 있다.

김훈
경영학 박사, 문화콘텐츠 기획자.
전 제주도의회 정책연구위원, 전 종합 엔터테인먼트사 사업부서장.
『TV드라마 산업의 수익구조와 현안: 대박나는 TV드라마와 쪽박차는 제작사』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