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폼 벗고 예능 명찰…방송은 은퇴선수 ‘두 번째 직업’[SS연예프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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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식이 대중과의 작별을 뜻하던 시대는 지났다.
은퇴선수에게 방송이 특별한 외출을 넘어 다음 일정을 기다리는 일터가 됐음을 드러낸 대목이다.
선수 출신 방송인의 활동 반경은 이미 스포츠 예능을 훌쩍 넘어섰다.
방송이 은퇴선수의 일터로 자리 잡으려면, 이들의 전성기 이후에도 계속 써 내려갈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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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은퇴식이 대중과의 작별을 뜻하던 시대는 지났다.
코트와 그라운드를 떠난 스포츠 스타들이 예능에서 새로운 경력을 쌓고 있다. 누군가는 선수 시절의 전문성을 살려 감독이 된다. 누군가는 음식과 여행을 이야기하며 프로그램을 이끈다. 승패를 가리던 유니폼을 벗은 자리에 방송인이라는 명찰이 붙었다.
전 테니스 국가대표 이형택의 최근 발언은 이러한 변화를 보여준다. 그는 지난 16일 방송된 MBC ‘라디오스타’에서 JTBC ‘뭉쳐야 찬다’가 끝난 뒤의 근황을 전하며 “요즘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서 고정 예능 프로그램이 하나 좀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은퇴선수에게 방송이 특별한 외출을 넘어 다음 일정을 기다리는 일터가 됐음을 드러낸 대목이다.
선수 출신 방송인의 활동 반경은 이미 스포츠 예능을 훌쩍 넘어섰다. 서장훈이 대표적이다. JTBC ‘아는 형님’에서 동료들과 웃음을 주고받는 그는 ‘이혼숙려캠프’에서는 갈등을 겪는 부부의 사연을 듣고 문제를 짚는다. 농구 선수 시절의 명성으로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방송에서 맡는 역할과 활동 영역이 넓어졌다.
서장훈의 방송 경쟁력은 상황을 정리하고 질문을 던지는 방식에서 드러난다. 때로는 단호한 반응으로 갈등의 핵심을 짚고, 때로는 출연자의 사정을 들으며 대화를 이어간다.
안정환 역시 축구 전문성과 예능 경험을 함께 쌓아온 사례다. ‘뭉쳐야 찬다’에서는 감독으로 팀을 이끌었고, MBC ‘푹 쉬면 다행이야’에서는 무인도 폐가를 고쳐 손님을 맞는 ‘0.5성급 호텔’ 프로젝트의 중심에 섰다.

박세리는 음식 예능에서 또 다른 자리를 만들었다. tvN STORY ‘남겨서 뭐하게’에서는 이영자와 함께 손님에게 음식을 대접하고 식탁의 대화를 이끈다. 프로그램이 내세우는 넉넉한 씀씀이와 ‘리치 언니’ 이미지는 골프 선수로서의 성취에 생활 속 취향과 성격이 결합한 결과다. 골프를 잘 모르는 시청자도 음식에 진심인 박세리에게 접근할 수 있는 셈이다.
격투기 선수로 이름을 알린 김동현은 tvN ‘놀라운 토요일’에서 고정 출연자로 활동하고 있다. 강한 신체와 경기 경력이 주는 첫인상에, 문제를 풀고 동료들과 어울리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허술함이 더해진다. 경기장에서의 강인함과 방송에서의 친근함 사이에 생기는 간격이 예능 캐릭터의 재료가 된다.
추성훈은 지난해 EBS·ENA ‘추성훈의 밥값은 해야지’로 자신의 이름을 건 여행 예능까지 선보였다. 세계 각지의 극한 직업에 도전하고 직접 번 돈으로 여행하는 형식이다. 선수 시절 익힌 체력과 승부욕은 노동 현장에서 드러나고, 낯선 사람들과 부딪치는 순간에는 일상의 표정이 나온다. 한 사람의 경력과 성격이 프로그램 전체를 이끄는 사례다.

새로운 진입도 이어진다. 프로야구 선수 생활을 마친 황재균은 지난 5일 JTBC ‘아는 형님’에 출연해 은퇴 이야기를 풀어냈다. 프로그램은 그를 ‘차세대 스포테이너’로 소개했다. 황재균 역시 해설과 함께 다양한 방송 활동에 도전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선수로 쌓은 인지도와 경험을 바탕으로, 카메라 앞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시험하는 단계다.
기존 종목의 전문성을 방송에서 이어가는 방식도 있다. 은퇴선수의 경험이 경기의 완성도를 높이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인물 관계와 성장 서사가 만들어지는 구조다.
지난해 방송된 MBC ‘신인감독 김연경’은 이를 선명하게 보여줬다. 현역 생활을 마친 김연경이 ‘필승 원더독스’를 이끌며 감독으로 첫발을 내딛는 과정을 담았다. 팀에는 방출과 은퇴 등을 겪은 선수, 프로 무대를 꿈꾸는 지망생들이 모였다. 김연경 개인의 새로운 출발에 선수들의 재도전이 포개지면서, 은퇴 이후의 시간이 프로그램의 핵심 이야기가 됐다.

이 프로그램에서 중요한 것은 김연경이 배구를 얼마나 잘했는지만이 아니었다. 자신이 직접 뛰던 때와 달리 선수의 상태를 읽고, 기량 차이를 조율하며, 팀의 결과를 책임져야 하는 변화가 관전 지점이었다. 선수로서는 익숙했던 경기장도 감독이라는 역할을 만나면 새로운 도전의 공간이 된다. 방송은 그 전환 과정을 따라갈 수 있다.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의 이영표도 전문성을 예능의 서사로 연결한다. 출연자들의 기량에 맞춰 전술을 세우고 훈련을 이끄는 감독의 판단이 경기 결과에 영향을 준다. 시청자는 선수들의 성장과 함께 지도자의 선택을 지켜본다. 축구 스타의 출연이 프로그램에 신뢰를 더하고, 지도 과정에서 드러나는 성격과 관계는 예능적 재미를 만든다.
이형택이 활동한 ‘뭉쳐야 찬다’는 다른 방식으로 선수들의 경험을 활용했다. 자신의 종목에서 정상급 기량을 보였던 인물들이 축구라는 새로운 과제 앞에서 다시 배웠다. 익숙하지 않은 포지션에 적응하고 실수를 만회하려는 과정은 선수 시절의 명성과 맞물려 이야기를 만들었다. 이형택이 골키퍼로 훈련하고 경기에 나서는 모습 역시 이러한 형식 안에서 방송의 한 축이 됐다.
유니폼을 벗은 선수에게 예능 명찰은 새로운 출발의 상징이다. 다만 그 명찰을 오래 달게 하는 것은 과거의 성적표만이 아니다. 자신의 경험을 다른 사람에게 전하는 능력, 동료와 호흡하는 태도, 새로운 역할을 배우려는 자세가 두 번째 경력을 만든다. 방송이 은퇴선수의 일터로 자리 잡으려면, 이들의 전성기 이후에도 계속 써 내려갈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khd998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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