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금메달 7개 따고도 공개 질책에 반성문까지… 눈물 쏟은 北 역도 선수들

김형준 2026. 10. 2.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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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7개 등 10개의 메달을 휩쓴 북한 역도 대표팀 선수들이 경기장 안에서 선수단 최상위급 간부에게 공개 질책을 받고, 반성문으로 보이는 문서를 작성해 제출하는 장면이 본보에 단독 포착됐다.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북한 역도 대표팀 선수 10여 명은 지난달 28일 낮 12시 20분쯤 역도 경기가 열린 일본 나고야시 중소기업진흥회관 내 외딴 공간에서 한 여성 간부 앞에서 호된 질책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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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감옥, 나고야]
본보, 北 선수단 질책 장면 단독 포착
28일 낮, 역도 경기장서 '공개 질책'
상급 간부 의식한 '생활 총화' 가능성
고성으로 다그친 인물은 김춘희 감독
질책 후엔 반성문 추정 문서 작성·제출
전문가 “공개 질책은 심각한 인권 침해”
북한 역도 대표팀 선수들이 28일 낮 12시 20분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역도 경기가 열리는 일본 나고야시 중소기업진흥회관 안에서 차렷 자세로 선 채 김춘희 감독에게 질책을 듣고 있다. 이날 오후 로광렬이 남자 85㎏급에서 세계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땄다. 나고야=하상윤 기자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7개 등 10개의 메달을 휩쓴 북한 역도 대표팀 선수들이 경기장 안에서 선수단 최상위급 간부에게 공개 질책을 받고, 반성문으로 보이는 문서를 작성해 제출하는 장면이 본보에 단독 포착됐다. 일부 선수는 ‘차렷 자세’로 서서 눈물을 쏟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선수들의 사상과 행동을 점검하는 ‘총화’로 추정하면서,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도 드러난 북한 선수단의 통제 방식이 인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북한 역도 대표팀 선수 10여 명은 지난달 28일 낮 12시 20분쯤 역도 경기가 열린 일본 나고야시 중소기업진흥회관 내 외딴 공간에서 한 여성 간부 앞에서 호된 질책을 받았다. 이후 선수들은 반성문으로 보이는 문서를 작성해 제출했다. 이 자리에는 이번 대회 금메달리스트인 리성금 송국향 강현경 등도 있었다. 일부 선수는 차렷 자세를 유지한 채 눈물을 펑펑 쏟기도 했다.

선수들을 질책한 인물은 김춘희 북한 역도 대표팀 감독으로 확인됐다. '북한 여자 역도의 대모'로 잘 알려진 김 감독은 오랜 기간 국제 무대에서 유능한 여성 역도 지도자로 인정받아 온 인물이다. 열 살이던 림정심을 발굴해 2012년 런던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키웠고, 2014년 세계역도선수권대회 여자 69㎏급 우승자 려은희도 김 감독이 육성한 선수다.

질책의 구체적인 이유와 선수들이 작성한 문서의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현장 관계자들은 경기 성적보다 대회 기간 선수들의 행동을 문제 삼았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익명을 요구한 대회 관계자는 "(김 감독이) 이날 유독 많은 북한 간부들을 수행하고 있었다"라며 "성적에 대한 질책보다는 선수들의 행동이나 처신에 실수가 있어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선수단 총화는 국제 대회 때 종종 있는 걸로 알지만 이번처럼 외부에 노출이 된 적은 거의 없었다"고 귀띔했다.


김춘희 질책에, 금메달리스트도 오열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응원단이 지난달 28일 일본 나고야시 중소기업진흥회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역도 남자 85kg급 시상식이 끝난 뒤 금메달을 딴 로광렬 등 북한 선수단과 함께 응원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맨 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 안경 쓴 인물이 김춘희 북한 역도 대표팀 감독이다. 나고야=하상윤 기자

전문가들은 공개된 장소에서 선수들을 질책하고 반성문을 작성하게 한 행위를 인권 침해로 봤다. 강동완 동아대 교수는 대회장에서 지침에 어긋나는 외부 접촉이 있었거나 간부들 앞에서 자유분방한 모습을 보인 것이 총화의 계기가 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강 교수는 “이런 모습을 국제 대회 경기장에서 보인 것은 화합과 교류라는 스포츠 정신을 완전히 위배한 행동"이라며 "과거 해외에 있는 북한 식당에서 자주 목격되던 장면"이라고 지적했다.

상급자에게 사상 지도 성과를 보여주려는 행동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석좌교수는 "이런 지도 방식은 상급자에게 '해외에서도 열심히 사상 지도를 하고 있다'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행동일 가능성이 높다"라며 "다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정상 국가 이미지를 구축하고자 했을 텐데, 해당 간부(김 감독)가 공개된 장소에서 상당히 미숙한 리더십을 보여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현장을 찾은 북한 간부들을 의식한 ‘과잉 충성’ 행동이 오히려 북한의 대외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 '판단 실책'이라는 지적이다.

한편, 북한 역도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리스트 7명 가운데 무려 5명이 세계신기록을 갈아치우는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나고야=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나고야= 하상윤 기자 jony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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