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리부트-AI헬스케어로 산업 전환의 해법을 찾다]제조업 넘어 헬스케어·농업 등으로 AI 영역 빠르게 확장

김가람 기자 2026. 10. 2.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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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제조업 DNA에 AI 입힌다 - 밴쿠버(하)
AI가 변화된 상황 감지하고 로봇이 상황에 맞춰 움직여
디지털트윈·피지컬AI 결합 실제-가상시스템 간격 좁혀
울산 차·조선 등 축적된 제조 AI 역량에 피지컬AI 연계
의료데이터·임상수요 연결땐 바이오헬스까지 확장 가능
▲ 캐나다 SFU 서리 캠퍼스 전경.

캐나다 정부의 적극적 인공지능(AI) 산업 육성과 함께 현지 대학들은 AI를 실제 산업과 결합하는 응용기술 개발에 뛰어들면서 밴쿠버 광역권을 중심으로 AI가 제조업을 넘어 헬스케어와 농업 등 물리적 산업 영역으로 빠르게 확장되는 모습이다. 취재진은 캐나다 서부의 대표 연구대학인 사이먼프레이저대학교(SFU) 서리 캠퍼스를 찾아 피지컬 AI와 3D 프린팅, 웨어러블 센서를 융합한 연구 현장을 살펴봤다.

◇디지털트윈 넘어 '스스로 적응하는 공장'으로

전문가들은 울산의 AI 전환을 단순한 공장 자동화에 가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자동차와 조선 등 울산이 축적한 제조 역량을 피지컬 AI로 끌어올려 바이오메디컬 등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우수(사진) SFU 메카트로닉스시스템공학과 교수

김우수(사진) SFU 메카트로닉스시스템공학과 교수는 "기존 자동화는 정해진 프로그램 안에서 움직였지만 피지컬 AI는 센서로 현장의 변화를 읽고 AI가 상황에 맞게 다음 행동을 바꾸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피드백 제어가 고정된 로직을 따랐다면 피지컬 AI는 온도와 습도, 부품 상태 등 달라지는 조건에 스스로 적응한다.

울산과 가장 직접적으로 맞닿은 분야는 제조업이다. 김 교수 연구팀은 디지털트윈에 피지컬 AI를 결합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디지털트윈이 실제 설비와 공정을 가상공간에 구현해 위험과 오류를 찾는 기술이라면, 피지컬 AI는 현장 데이터와 예상값을 비교해 작업 조건을 다시 조정한다.

김 교수는 "디지털트윈만 있으면 시뮬레이션으로 끝나지만 피지컬 AI를 결합하면 실제와 가상 시스템의 차이를 계속 좁힐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선업에서는 용접이 대표적이다. 같은 제품을 작업해도 온도와 습도, 부재 상태가 달라지면 전날과 같은 조건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 로봇 끝에 용접 장치와 센서를 달고 AI가 변화를 읽어 움직임과 작업조건을 실시간 조정하는 'AI 기반 로봇용접'이 대안이 될 수 있다.

김 교수는 "용접은 위험하면서도 숙련도가 높은 작업"이라며 "오늘의 조건을 내일 그대로 쓸 수 없는 현장을 AI가 감지하고 로봇이 상황에 맞춰 움직이는 것이 중요한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AI와 로봇 도입이 곧 인력 감축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도 했다. 그는 미래 엔지니어를 '오케스트레이터'에 비유하며 "사람의 개입이 줄어든다는 것이 사람 한 명을 덜 쓴다는 뜻은 아니다. AI와 로봇이 제대로 일하도록 전체 시스템을 조율하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김우수 교수가 식물의 미세한 전기적 신호를 센서로 읽고 AI와 연결하는 연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제조기술, 환자 맞춤형 의료로

제조업에서 쓰는 센서와 3D 설계·프린팅, AI 최적화 기술은 의료에서도 같은 원리로 활용된다.

환자 맞춤형 3D 프린팅 의족 소켓이 대표적이다. 환자가 서거나 걸을 때 압력이 집중되는 부위를 압력센서가 측정하면 AI가 이를 분석해 격자구조를 최적화한다. 압력이 많이 가는 곳은 촘촘하게, 적은 곳은 가볍고 통기성이 높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김 교수는 자동차 차체나 배터리에도 같은 개념을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충격이나 열 등 스트레스가 집중되는 위치를 파악해 필요한 부분의 구조를 강화하는 식이다.

또 다른 연구는 AI 기반 젤프리 심전도(ECG) 시스템이다. 일회용 접착 패치와 전해질 젤 대신 재사용 가능한 3D 프린팅 건식 전극을 가슴 벨트에 넣고, 여기서 얻은 심장 신호를 AI가 분석해 부정맥의 조기 평가를 지원한다.

그는 "AI 헬스케어는 소프트웨어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데이터와 소재, 센서, 설계, 제조기술, 임상적 요구가 모두 연결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의료진이 실제 임상 문제를 제시하고 데이터와 검증에 참여해야 현장 적용이 가능하다고 했다.

◇식물 신호 읽어 물·비료까지 조절

피지컬 AI는 농업으로도 확장된다. 김 교수 연구팀은 사람의 심전도를 측정하듯 식물의 미세한 전기적 신호를 센서로 읽어 생육 상태와 스트레스를 파악한다.

식물은 강한 심장 신호가 없어 주변 잡음 속에서 원하는 신호를 분리하기가 더 까다롭다. 하지만 이를 AI와 연결하면 물 부족 등 식물의 상태를 파악해 관수량을 자동 조절할 수 있다.

궁극적 목표는 물과 비료, 농약을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만 공급하는 '자율 자원관리'다. 김 교수는 "농부들이 원하는 것은 자원을 최소화하면서 수확량을 극대화하는 것"이라며 "센서 네트워크와 AI를 통해 이를 자동 제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농업은 이윤 폭이 크지 않아 장비 투자비 회수가 늦으면 기술 도입이 쉽지 않다. 대규모 온실이나 신기술에 적극적인 농가부터 실증해 수익성을 보여주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 아이클릭아트 이미지

◇"울산, 제조 강점 활용 헬스케어 시작할 수 있어"

울산은 자동차와 조선을 통해 정밀공학과 자동화, 소재, 센서, 생산시스템 역량을 축적해 왔다. 이를 의료데이터와 임상 수요에 연결하면 제조업의 영역을 바이오헬스까지 넓힐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지역이 반드시 바이오메디컬 연구만을 출발점으로 삼을 필요는 없다"며 "기존 산업의 강점을 활용해 헬스케어 혁신을 시작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과 병원, 기업, 정부가 초기부터 함께 움직여야 한다. 대학은 연구와 인재를 공급하고 병원은 임상 문제를 제시하며, 기업은 기술을 제품으로 확대하고 정부는 실증과 규제, 사업화를 지원하는 구조다.

그는 "미래의 AI 헬스케어는 AI 하나만으로도, 의료 하나만으로도, 제조 하나만으로도 만들어지지 않는다"며 "세 영역이 결합하는 지점에서 새로운 산업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울산처럼 강한 제조업 DNA를 가진 도시는 그 자체가 차세대 헬스케어 혁신 생태계를 만들 수 있는 출발점"이라고 덧붙였다.
캐나다 밴쿠버=이다예 기자·사진=김가람 기자
※이기사는지역신문발전기금을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