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악 척결’ 상징이던 검찰, 李정부서 ‘거악’으로 몰려 간판 내려

유희곤 기자 2026. 10. 2. 00:4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중수청∙공소청 출범]
검찰, 78년 만에 역사속으로

1948년 출범한 검찰은 전두환 정권 말기인 1987년 1월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 등을 거치며 역할이 커지고 위상이 높아졌다. 경찰 수사를 통제하는 인권 보호 기관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검찰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나 서울지검 특수부를 중심으로 권력형 부패 사건을 수사하면서 ‘거악 척결’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1990년대 말부터 정치권에서는 검찰 권한을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에서 부패 혐의로 조사받은 후 2009년 5월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현 여권 진영의 공격을 받게 됐다. ‘조국 사태’ 때 현 여권의 집중 공격을 받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통령에 오르며 위상을 회복하는 듯했지만, 윤 전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이재명 정권에서 검찰청은 간판을 내리게 됐다.

현 여권에선 검찰청 폐지를 표적 수사 등 검찰의 해악을 척결하는 개혁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반대쪽에선 “부패 수사를 두려워하는 정치 권력의 보복”이라고 한다. 검찰 해체로 인한 피해는 서민 등 시민들이 보게 될 것이란 주장이다.

◇민주화 이후 힘 세져

검사는 수사권은 물론 기소권도 독점한 막강한 권력 기관이었다. 그러나 검찰은 한동안 파워에선 경찰에 밀렸다. 그러다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과 민주화를 거치며 검찰의 위상이 높아졌다. 경찰 권한을 통제하는 감독자이자 수사 지휘자로서 검찰의 역할이 커진 것이다.

권력형 부패 사건 수사를 도맡은 대검 중수부와 서울지검 특수부는 검찰의 상징이었다. 검찰총장이 직할하는 중수부는 대형 부패 사건 수사를 직접 하면서 전국 검찰청의 특별 수사를 지휘했다. 중수부는 1995년 비자금 의혹과 관련해 노태우 전 대통령을 구속했다. 이후 김대중 전 대통령 아들 김홍업·김홍걸씨의 불법 자금 수수, 노무현 전 대통령 불법 대선 자금, 현대자동차 비자금 사건 등도 맡았다. 서울지검 특수부는 12·12 및 5·18 비자금 의혹과 관련해 노태우·전두환 전 대통령을 구속 기소했다.

◇盧 죽음으로 현 여권 공격 직면

검찰은 ‘거악 척결’을 내걸고 전직 대통령, 대기업 총수 등을 구속하며 대형 부패 사건 수사를 주도했지만 정치권에서는 “검찰 권한을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도 커졌다. ‘검찰 공화국’이란 공격도 받았다. 검찰이 정치인이나 기업인 약점을 쥐고 수사를 정치적으로 활용한다는 비판이었다.

검찰은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으로 위기에 몰렸다. 노 전 대통령은 퇴임 후 ‘박연차 게이트’와 관련해 2009년 대검 중수부에 피의자로 소환돼 조사를 받은 후 5월 23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에 현 여권을 중심으로 대검 중수부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졌다. 결국 중수부는 박근혜 정권 때인 2013년 4월 폐지됐다.

그 뒤로도 검찰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등을 중심으로 정치인과 대기업 오너들이 연루된 대형 비리 사건 수사를 주도했다. 검찰은 2016년 국정 농단 사태에 휘말린 박근혜 전 대통령을 이듬해 4월 구속 기소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문재인 전 대통령도 검찰에 비판적이었지만 집권하자 ‘적폐 청산’을 내걸고 검찰을 앞세워 전 정권 수사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이때 검찰은 이명박 전 대통령,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구속 기소했다.

◇李 취임 1년 만에 간판 내려

문재인 정권 때 주요 수사를 주도한 검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이었다. 박근혜 정부 때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를 하다가 좌천됐던 윤 전 대통령은 문 정권에서 서울중앙지검장을 거쳐 검찰총장에 올랐다.

하지만 2019년 조국 사태로 검찰은 다시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문 전 대통령이 당시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한 뒤 그의 일가와 관련한 비리 의혹이 불거지면서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조 전 장관 지지자들은 “검찰 개혁을 저지하려는 검찰의 공작 수사”라며 검찰을 거악으로 규정하고 공격했다. 이후 취임한 추미애(현 경기지사) 전 법무부 장관은 윤 전 총장 징계를 시도했다.

문 전 대통령은 퇴임 6일 전인 2022년 5월 검찰 직접 수사 대상을 2대 범죄로 제한하는 내용의 개정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을 국무회의에서 공포했다. 이를 부패가 완전히 판치는 ‘부패완판’이라고 비판한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022년 3월 대선에서 승리했다. 그는 집권 후 시행령을 개정해 검찰 직접 수사 대상을 넓혔다.

윤석열 정권에서 검찰은 이재명 대통령(당시는 민주당 대표) 수사를 이어갔다. 이 대통령 관련 수사는 사실 문재인 정권 때 시작됐다. 결국 이 대통령은 12개 혐의로 기소돼 5개 재판을 받게 됐다. 윤 정권 때 검찰은 문 전 대통령도 뇌물 등 부패 혐의로 기소했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이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탄핵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이 대통령이 작년 6월 치른 조기 대선에서 당선되자 현 여권 강성 지지층은 “검찰 해체”를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이 대통령이 검사의 수사권을 없앤 개정 형사소송법에 서명해 검찰청은 결국 문을 닫게 됐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