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트럼프 ‘알래스카 LNG’ 일방 발표, 위험 직시하고 손익 따져야

조선일보 2026. 10. 2.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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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텍사스 가스복합화력발전소, 알래스카 LNG(액화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원전 8기 등 최대 2000억달러(약 271조원)에 달하는 한국의 대미 투자 계획을 직접 발표했다.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 등 정치적 계산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한국 정부가 열흘 전 국회에 보고한 대미 투자 대상은 텍사스 발전소 한 곳뿐이었다. 원전은 큰 틀에 합의했지만 개별 사업마다 상업성 검증이 남아 있고 알래스카 LNG는 참여 여부조차 정해지지 않은 검토 대상이었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입을 통해 확정된 사업처럼 일방 발표된 것이다.

특히 투자금 500억달러 이상으로 발표된 알래스카 LNG 사업은 엑손모빌 등 미국 석유 메이저조차 경제성이 없다며 포기했던 고위험 프로젝트다. 혹한 속에 1300㎞ 파이프라인을 깔아야 하는 데다 영구 동토층 해빙에 따른 지반 침하 등 비용 증가 위험이 산적해 있다. 아시아까지 수송 거리가 짧다는 장점에도 막대한 초기 투자비 탓에 경쟁력 확보가 쉽지 않다는 게 냉정한 평가다.

트럼프의 발표에선 대미 투자 구조의 한계도 드러났다. 양국이 체결한 팩트시트에 따르면 투자 대상은 양국 협의를 거치되 최종 선정은 미 대통령이 하게 돼 있어 한국은 돈을 대면서도 사업 선정의 주도권을 쥐기 어렵다. 다만 현행 대미 투자 특별법은 상업적 합리성이 미흡한 사업에 투자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안전장치를 두고 있고, 연간 투자 한도 200억달러를 감안하면 전액 집행에 최소 10년이 걸린다는 점을 방패막이로 활용할 수 있다.

‘원전 8기’ 사업 역시 부지 확보와 전력망 연결 등 철저한 사전 검증이 필요하다. 50여 년 전 웨스팅하우스 기술로 첫 원전을 지었던 한국이 독자 노형 APR1400으로 원전 종주국 미국에 진출하게 된 것은 역사적·전략적 의미가 크다. 특히 미국 진출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낸다면 AI 시대 폭증하는 글로벌 전력 수요 속에서 한국형 원전의 수출 영토를 넓히는 강력한 동력이 될 것이다.

정부는 미국의 일방적 발표에 조급하게 반응하거나 당황할 필요가 없다. 미 행정부와의 외교적 마찰을 피하겠다는 이유로 위험이 큰 부실 사업에 막대한 국민 혈세와 기업 자금을 무리하게 밀어 넣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수익성과 국익에 대한 철저한 검증, 국회 동의 절차라는 원칙을 지키며 마찰은 줄이고 실리는 확실히 챙기는 차분한 대응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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