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울 필요 없는 평화” 외친 李…北 지뢰에 시험대 오른 대북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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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운이 감도는 한반도, 싸울 필요가 없는 평화의 시대는 도래 할 수 있을까. 이재명 정부가 공들여온 '평화공존' 대북정책이 까다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지뢰 폭발 사고에 대한 정부 대응을 비판하며 "북한 정권에 대북송금 약점 잡힌 것은 이재명 대통령 개인이지, 대한민국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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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공존 지키자니 안보 공세, 강경 대응하자니 노선 흔들
野일각 “李 사법리스크 탓 안보리스크” 맹비난…정부 대응 주목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싸워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더 중요하고, 그보다 더 확실한 안보는 '싸울 필요가 없는 평화'를 만드는 것이다. 남과 북은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함께 이기는 길'을 찾아내고 신뢰를 쌓아가야 한다."(이재명 대통령)
"알지도 못할 곳에서 출처도 모를 지뢰를 밟아 터뜨리고는 무작정 누구를 의심하면서 정전협정 위반이 명백하다고 지껄이는 너절한 추태를 앉아서 구경만 할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총탄 한발이라도 우리 땅에 탄착될 때에는 많은 것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
전운이 감도는 한반도, 싸울 필요가 없는 평화의 시대는 도래 할 수 있을까. 이재명 정부가 공들여온 '평화공존' 대북정책이 까다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비무장지대(DMZ) 지뢰 사고를 계기로 북한의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서다. 야권이 이 대통령의 '대북 저자세'를 지적하고 나선 가운데, 지뢰 폭발 사고에 대한 정부의 대처와 향후 대북 기조 변화 여부에 이목이 집중된다.
이 대통령은 1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제78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싸워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더 확실한 안보는 싸울 필요가 없는 평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DMZ 지뢰 사고로 부상한 장병들에 대해서는 "불의의 사고"라고 표현했다. 북한을 직접 비판하기보다는 남북 간 신뢰 회복과 대화 복원에 무게를 둔 메시지였다.
다만 전날 군 당국의 언어와는 온도차가 있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번 사고를 '북한군 지뢰 사건'으로 명시하고 북한에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했다. 유엔군사령부 역시 사고 현장에서 북한 대인지뢰가 확인됐다며 정전협정 위반으로 판단했다.
정치권에선 정부의 '투 트랙' 메시지에서 대북 정책 딜레마가 드러난다는 해석이 나온다. 일단 북한과의 '평화공존'은 정권 출범 이후 일관되게 추진해온 핵심 대북 노선이다. 정부는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고 접경지역 고정식 확성기를 철거하는 등 군사적 긴장을 낮추기 위한 조치를 이어왔다. 이 상황에서 대북 강경 메시지를 내면 앞선 노력들이 수포가 될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게 여권 일각의 시각이다.
특히 여권에선 이번 사고를 곧바로 이재명 정부의 대북정책 실패로 연결하는 것은 무리라는 반론도 나온다. 북한의 적대적 대남정책과 도발은 어느 정부에서든 통제하기 어려운 변수인 데다, 정부 역시 조사 결과에 따른 합당한 대응 조치를 예고하고 있어서다.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이번 사건이 이 대통령에게 치명타가 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봤다. 안 교수는 "사고 초기 정부 메시지는 매끄럽지 못했지만 이후 북한에 대한 단호한 태도를 밝히는 등 메시지가 많이 정돈됐다"며 "현 정치 국면에서 크게 영향을 미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번 사고 후 야권의 대정부공세 수위가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군이 북한 책임을 공식화한 상황에서 대통령이 '평화'를 앞세우자, 야권에서는 '북한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부의 지뢰 폭발 사고 대응을 두고 "국군통수권자가 김정은의 눈치나 살피면서 한없이 저자세로 나가니까 국민들이 이 정권이 안보를 지킬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는지 걱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이번 사건의 파장은 안보를 넘어 청와대를 향하는 양상이다. 야권이 이 대통령의 과거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을 다시 소환하면서다. 이 대통령이 대북송금 사건으로 북한에 약점을 잡힌 탓에 정부가 이번 지뢰 사고에도 단호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지뢰 폭발 사고에 대한 정부 대응을 비판하며 "북한 정권에 대북송금 약점 잡힌 것은 이재명 대통령 개인이지, 대한민국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안을 이재명 정부의 대북정책이 현실의 안보 위기와 충돌한 장면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평화 기조를 유지하더라도 북한 책임을 분명히 묻는 대응이 뒤따르지 않으면 안보 신뢰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9월29일 시사저널TV 《시사끝짱》에 출연해 "이번 DMZ 지뢰 사고에서 드러난 가장 커다란 문제는 사태를 대하는 이 대통령의 미온적인 태도"라며 "북한의 개입 가능성을 선뜻 인정하지도 못하고 사건의 진상을 제대로 밝히지도 못하면서 대북 정책 전반에 심각한 딜레마가 생겼다"고 지적했다.
진 교수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비무장지대 사고조차 정지적 계산 때문에 명확히 규명하지 못한다면 국정 운영의 기본이 흔들리는 것"이라며 "이 대통령이 대북 기조의 틀에 갇혀 상황을 회피하려 할수록 안보 불안만 증폭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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