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끝이구나” 5km 급강하한 여객기…174명 살린 기내의 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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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구리온 관제탑, 좋은 저녁입니다. 30번 활주로 최종 접근 중입니다." "좋은 저녁입니다, 플라이두바이 1073편. 이스라엘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승객들을 무사히 고국으로 데려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30번 활주로로 계속 접근하십시오."
UAE를 떠나 이스라엘로 향하던 이 여객기엔 승객 174명이 타고 있었습니다.
현재까지 이스라엘 당국과 승객들이 말하고 있는 내용을 종합하면, 당시 조종실 안에서는 기장과 부기장 두 명이 몸싸움을 벌인 것으로 파악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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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이두바이 1073편
"벤구리온 관제탑, 좋은 저녁입니다. 30번 활주로 최종 접근 중입니다."
벤구리온 공항 관제탑
"좋은 저녁입니다, 플라이두바이 1073편. 이스라엘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승객들을 무사히 고국으로 데려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30번 활주로로 계속 접근하십시오."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출발했던 플라이두바이 여객기가 현지 시각 지난달 30일 이스라엘 텔아비브 벤구리온 국제공항에 착륙할 때의 교신 내용입니다.
지금 해외 언론과 소셜 미디어엔 이 여객기 이야기가 넘쳐나는데요. 바로 이스라엘로 향하던 이 여객기가 비행 중 납치 신호를 송출했기 때문입니다. 이 여객기 때문에 이스라엘에선 긴급회의도 열었고 전투기도 출격했습니다.
이내 이런 납치 신호 송출은 두 조종사 간 '난투극' 때문이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일종의 '소동'으로 여겨졌습니다. 두 조종사의 국적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라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도 전파됐습니다.
그런데 당시 기내에 있었던 승객들이 찍은 증언과 영상들이 공개되면서, 전해졌던 것보다 상황이 심각했다는 게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 공포의 5km 급강하…당시 여객기에선 무슨 일이?
UAE를 떠나 이스라엘로 향하던 이 여객기엔 승객 174명이 타고 있었습니다. 처음 비행기가 흔들리자, 승객들은 난기류 때문이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후 비행기가 떨어지고 있다는 걸 알아챈 뒤, 승객들은 공포에 질렸습니다.
당시 승객 이탈리에 씨는 "(이륙 후) 두 시간쯤 지나 요르단 국경을 넘고 있을 때 갑자기 항공기가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며 "엄청난 중력이 느껴질 정도였고 그게 20~30초 정도 계속됐다"고 말했습니다.
현재까지 이스라엘 당국과 승객들이 말하고 있는 내용을 종합하면, 당시 조종실 안에서는 기장과 부기장 두 명이 몸싸움을 벌인 것으로 파악됩니다. 부기장이 기장을 공격하고, 기수를 내려 추락하려고 시도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항공 정보 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 데이터를 보면, 이 여객기는 2분도 안 되는 시간에 17,000피트, 그러니까 5km 이상 고도가 급강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 순간, 승객 라자로비치 씨는 "모든 걸 잃는단 느낌이 들었다. 정말 끝났다고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이 여객기는 처음엔 기체 결함이나 엔진 고장 등을 의미하는 '코드 7700'을 발신했다가, 피랍 등을 의미하는 '코드 7500'로 신호를 변경해 송출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승객들이 조종실로 달려갔고, 흉기에 찔린 기장이 조종실 문을 열었습니다. 승객들이 부기장을 제압한 사이, 한 승객이 조종간을 당겨 추락을 막았습니다. 이 승객은 " 조종간을 당겨서 비행기를 조금 바로 세웠다"며 "항공 사고 조사'라는 TV 프로그램을 봤기 때문에 조종간을 당겨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에 비상착륙 할 때까지, 여객기 조종은 같은 여객기에 타고 있던 예비 조종사가 맡았습니다.
실제로 당시 부기장을 제압했던 당시 승객이 찍은 영상을 보면, 기장이 피를 흘리며 산소 호흡기를 쓴 채 누워있는 모습과 제압된 부기장의 모습이 보입니다. 기내엔 이들이 흘린 피가 묻어 난장판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탈리에 씨는 "이 모든 일이 대략 5분 정도 걸렸던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자칫 또 하나의 9·11이 될 뻔했다는 평가도 나왔는데, 승객들이 직접 이런 참사를 막은 셈입니다.
■ '영웅' 된 인도인 파일럿…네타냐후도 모디도 "감사"
당시 기장과 부기장은 당초 알려졌던 것과 달리 각각 인도와 오만 국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특히 기장 스미트 마차르 씨는 공격을 받으면서도 부기장에 저항하고 조종실 문을 열어줬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스라엘과 인도에서 '영웅'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마차르 기장은 만 시간 가까운 비행 경력을 가진 베테랑 기장으로 파악됐는데요, 인도 언론에서는 마차르 기장의 집 앞까지 찾아가 취재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한 이웃은 마차르 기장에 대해 "부드럽게 말하고,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했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엑스(X, 옛 트위터)에 글을 올리고 "비범한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며 마차르 기장이 "칼에 찔려 중상을 입었음에도 저항하며 조종석 문을 열어 승객과 승무원들이 공격자를 제압할 수 있게 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마차르 기장에 대해 "진정한 영웅"이라며 감사를 표했습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도 두 번이나 글을 올렸습니다. 마차르 기장에 대해 "영웅", "인도는 마차르 기장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더니 또 "세상에서 가장 높은 용기를 보여줬다"며 "용맹하게 싸워 또 다른 9·11 같은 공격이 일어나는 것을 막았다"고 전했습니다.

■ 자살 시도? 종교적 극단주의자?…"조사 계속"
이제 남은 건 이 아찔한 소동과 훈훈한 이야기의 배경, 어쩌다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파악하는 일입니다.
일단, 부기장이 항공기를 추락시키려 한 이유가 무엇인지, 그리고 기장과 부기장 사이에 충돌이 벌어진 이유도 명확하지 않습니다. 현재 부기장은 사우디아라바이에 비상 착륙한 뒤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에 이란이 개입했단 정황이 있냐'는 질문에 "아직 그렇게 말하기엔 이르다"고 답했는데요.
네타냐후 총리와 이스라엘 카츠 국방부 장관은 성명을 통해 이번 사건을 지하디스트, 그러니까 이슬람 성전주의자의 테러 시도로 규정한 상태입니다.
같은 항공사 소속인 동료 조종사가 해당 부기장에 대해 평소 종교적 극단주의 성향을 보였다고 말한 내용이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하루종일 지나치게 기도를 많이 했고, 여성들과 악수조차 거부했다"는 등 내용입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테러로 단정하진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와 이야기했다며 "부기장이 테러범이었을 수도 있고, 그냥 제정신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여객기가 UAE에 등록된 항공기인 만큼, UAE 검찰이 본격 수사를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사우디에서 진행되는 부기장의 조사엔 이스라엘 조사관들도 합류하기로 했습니다.
수사 당국은 이번 사건과 특정 무장 단체와의 연관성, 사전 계획 여부 등을 조사할 계획입니다.
항공사인 플라이두바이 측은 성명을 통해 이번 사건의 근본 원인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며 성급한 추측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인 가운데, 조사 기간 이스라엘행 항공편 운항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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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숙 기자 (vox@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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