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시장 5조시대 ①] “잠도 자기관리의 영역”⋯ 5조원 된 ‘숙면 경제’

김명근 기자 2026. 10. 1.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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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잠’ 찾는 소비자⋯ 프리미엄 침대 판매 급증
침구 넘어 의약품·의료기기·신약까지 산업 외연 확장
다만 “숙면 제품보다 충분한 수면시간 확보가 먼저”
'잘 자는 것'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수면산업이 침대와 침구를 넘어 의약품, 의료기기, 디지털 헬스케어 등으로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AI 생성 이미지

운동, 식단, 독서에 이어 이제는 ‘잠’도 자기관리의 영역으로 들어오고 있다. 수면을 더 나은 일상과 건강을 위해 관리·투자하는 대상으로 바라보는 소비자가 늘면서 프리미엄 침대부터 기능성 침구, 의약품, 의료기기까지 ‘숙면’을 둘러싼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실제 수면 문제를 체감하는 한국인이 적지 않다. 시몬스와 대한수면학회가 올 3월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6 대한민국 수면건강 리포트’에 따르면 응답자의 72.1%가 수면의 질 저하에 따른 불편을 최소 주 1회 이상 경험했다.

이로 인한 불편으로는 ‘업무·학업 집중력 저하’가 52.4%로 가장 많았고, 두통·피부 트러블 등 신체적 불편(46.5%)과 감정 기복·예민함 등 정서적 변화(41.5%)가 뒤를 이었다.

2026 대한민국 수면건강 리포트. /시몬스 제공

‘잘 자는 것’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수면이 새로운 소비시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수면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수면시장 규모는 2011년 약 4800억원에서 2021년 3조원으로 10년 만에 6배 이상 성장했다. 최근에는 약 5조원 규모에 이른 것으로 추산된다.

이런 흐름 속에 침대업계에서는 프리미엄 제품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에이스침대의 하이엔드 브랜드 ‘에이스 헤리츠’의 올해 1~8월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3.4% 증가했다. 지난해에도 전년 동기 대비 84.0% 늘었다.

신세계까사의 마테라소 역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2023년 7월 독립 수면 브랜드로 전환한 이후 약 3년간 매출이 연평균 약 33% 성장했다. 300만원 이상 프리미엄 매트리스 제품군도 매 분기 두 자릿수 매출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마테라소 모션베드 '르 무브' DSS 헤드보드. /신세계까사 제공

소비자들이 침대를 고르는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브랜드와 가격, 크기나 푹신함 정도가 주요 선택 기준이었다면 최근에는 자신의 체형과 수면 자세에 맞는 경도와 소재, 지지력 등을 세밀하게 비교한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에이스침대 관계자는 “여러 쿠션감의 제품에 직접 누워보며 비교하거나 생활 패턴과 수면 습관을 반영해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며 “한정된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쾌적한 숙면을 취하려는 경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숙면을 향한 소비는 의약품과 의료기기 등으로도 영역을 넓히고 있다. 비알피인사이트(BRP Insight)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수면진정제 시장 규모는 약 1060억원으로 추정된다. 수면무호흡증 환자에게 사용되는 글로벌 양압호흡기 시장도 지난해 29억달러에서 올해 30억6000만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제약업계에서는 수면과 각성을 조절하는 신경물질 ‘오렉신’이 차세대 신약 개발의 새로운 축으로 떠올랐다. 일라이 릴리는 최근 오렉신 신약 개발사 센테사를 약 63억달러에 인수했다. 국내에서도 SK케미칼이 한국에자이와 오렉신 수용체를 차단하는 불면증 치료제 ‘데이비고’ 공동 판매에 나섰고, 셀트리온은 바이오벤처 아름테라퓨틱스와 오렉신2 수용체(OX2R) 작용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불면증 치료 앱 슬립큐 앱 화면. /한독 제공

이 같은 흐름은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영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한독은 기존 불면증 치료제에 디지털 의료기기와 AI 수면분석 의료기기를 더하며 수면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수면 AI 기업 에이슬립의 수면리듬 기록 디지털의료기기 ‘크로노트랙’을 국내 유통·판매에도 나섰다.

정경렬 한국수면산업협회 수석부회장은 “수면산업은 침대나 조명 등 개별 제품에 머무르지 않고 낮의 생활과 밤의 환경을 연결해 소비자가 자신의 수면을 이해하고 실천하도록 돕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수면제품과 서비스가 부족한 수면시간 자체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 부회장은 “환경을 개선하는 것과 필요한 수면시간을 줄이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며 “제품을 활용해 더 편안하게 잤다고 해서 부족한 수면시간이 충분히 대체됐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품의 가격이나 기능 수보다 자신의 불편함을 해결하는 데 적절한 제품인지를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명근 기자 meang@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