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접종 ‘독립법’ 생겼다...비급여 접종까지 이력 통합관리

이재원 기자 2026. 10. 1.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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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접종관리법’ 국회 본회의 통과…공포 1년 후 시행
국가 지원 여부 관계없이 접종 전 이력 확인·접종 후 기록 등록 의무화
잠복결핵감염자 취업 거부도 금지…결핵예방법 개정안 함께 통과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예방접종 정책을 감염병 관리의 일부가 아닌 독자적인 영역으로 규율하는 '예방접종관리법'이 제정된다. 앞으로 국가예방접종뿐 아니라 개인이 비용을 부담한 비급여 예방접종까지 접종 이력을 통합 관리하고, 백신 도입부터 효과평가와 안전관리, 피해보상까지 전 과정을 별도 법률에 따라 관리하게 된다.

이와 함께 잠복결핵감염자라는 이유만으로 사업주가 취업을 거부할 수 없도록 하는 결핵예방법 개정안도 국회 문턱을 넘었다.
AI 생성사진.

질병관리청은 1일 '예방접종관리법' 제정안과 '결핵예방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예방접종 정책은 별도 법률 없이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운영돼 왔다. 그러나 생애주기별 예방접종의 중요성이 커지고 코로나19를 거치며 안전한 접종과 이상반응 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예방접종 전반을 포괄하는 별도 법적 기반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제기돼 왔다.

이번 법 제정에 따라 예방접종의 범위도 확대된다. 기존 감염병 예방을 위한 백신 중심에서 벗어나 질병 예방을 위한 백신 또는 이에 준하는 의약품의 예방접종까지 포괄할 수 있도록 '예방접종'의 정의를 새로 마련했다.

질병청장은 5년마다 예방접종 기본계획을 수립·시행하고, 지방자치단체는 기본계획과 연계한 지역계획을 마련한다. 질병청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예방접종위원회'도 설치해 예방접종 관련 주요 정책과 제도를 심의한다.

특히 눈에 띄는 변화는 예방접종 이력 관리다. 모든 예방접종을 시행하기 전에 접종 이력을 확인하고 접종 후에는 해당 기록을 등록하도록 의무화한다.

현재는 국가예방접종을 중심으로 이력이 관리돼 개인이 비용을 부담해 맞은 비급여 예방접종은 체계적인 관리에 한계가 있었다. 법 시행 이후에는 국가 지원 여부와 관계없이 예방접종 이력을 확인하고 예방접종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게 된다.

질병청은 이를 통해 비급여를 포함한 접종 이력을 통합 관리함으로써 오접종과 중복접종을 예방하고 정확한 접종률 파악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백신 품질관리도 강화된다. 보건소장이나 위탁의료기관장은 예방접종약품에서 품질 이상을 발견하거나 이를 의심할 경우 질병청에 보고·신고해야 한다. 질병청장은 필요할 경우 예방접종 중단 등 후속 조치를 할 수 있다.

백신의 효과와 질병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예방접종약품을 지정하고 구매·비축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됐다. 질병·접종률 감시, 면역도 조사, 백신 효과평가 등을 실시해 새로운 예방접종 정책의 도입이나 변경에 활용하도록 했다.

예방접종 후 이상사례 관리체계도 달라진다. 예방접종과의 인과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경우까지 포함하는 '예방접종 후 이상사례' 개념을 새로 도입해 의사 등의 신고 범위를 넓혔다. 반면 기존 감염병예방법에 규정돼 있던 미신고 벌칙은 삭제했다.

환자를 진료하는 단계에서 의료진이 예방접종과 이상사례 사이의 인과관계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반영하면서, 동시에 인과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사례도 폭넓게 수집해 백신 안전성 신호를 조기에 탐지하겠다는 취지다.

국가예방접종과 임시예방접종으로 인한 피해보상 결정에 대해 이의신청할 수 있는 근거도 법률에 명시됐다. 피해보상은 진료비와 간병비, 일시보상금, 장례비 등을 대상으로 한다.

예방접종휴가에 대한 근거도 마련됐다. 사업주가 국가·임시예방접종을 받은 근로자에게 유급휴가를 줄 수 있도록 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관련 비용을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예방접종관리법은 공포 후 1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된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예방접종의 도입부터 실시, 효과평가, 안전관리와 피해보상까지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변화하는 예방접종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잠복결핵감염 이유로 취업 거부 못한다

이날 함께 본회의를 통과한 결핵예방법 개정안은 잠복결핵감염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불이익을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현행 결핵예방법 제13조 제4항은 사업주 또는 고용주가 '비전염성 결핵환자'라는 이유만으로 취업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개정안은 보호 대상을 '잠복결핵감염자'까지 확대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사업주나 고용주는 근로자가 잠복결핵감염자라는 이유만으로 취업을 거부할 수 없다.

잠복결핵감염은 결핵균에 감염됐지만 결핵이 발병하지 않은 상태다. 증상과 전염성이 없고 다른 사람에게 결핵균을 전파하지 않는다. 질병청은 잠복결핵감염을 이유로 일상생활이나 업무를 제한하거나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피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법 개정과 함께 잠복결핵감염 검진 지원도 확대한다. 질병청은 2027년부터 아동복지시설 가운데 생활시설과 학대피해아동쉼터 등의 일부 종사자를 대상으로 잠복결핵감염 검진을 지원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대상과 신청 방법은 사업 시행에 맞춰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안내한다.

현재 잠복결핵감염 치료는 충분한 설명과 자발적 동의를 전제로 실시한다. 전염성 결핵환자 접촉자와 면역저하자 등 발병 고위험군, 결핵 발생 시 파급력이 큰 집단시설 종사자에게는 치료를 권고한다. 잠복결핵감염 치료비는 건강보험 산정특례를 통해 본인부담금을 지원하고 있다.

임 청장은 "잠복결핵감염은 결핵이 발병한 상태가 아니며 다른 사람에게 결핵균을 전파하지 않는다"며 "이번 개정을 계기로 잠복결핵감염에 대한 오해와 불필요한 낙인을 줄이고, 이를 이유로 취업 기회를 제한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일이 없도록 인식 개선에도 힘쓰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