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캘리포니아, 조혼 전면 금지···32개주선 여전히 허용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18세 미만 아동의 결혼을 전면 금지했다. 부모가 동의하더라도 미성년자의 결혼을 금지한 미국 내 18번째 주가 됐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주내 조혼을 금지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새 법안은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된다.
캘리포니아주는 법정 최저 혼인연령을 두지 않아 미성년자도 부모의 동의가 있을 경우 결혼 또는 사실혼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이로 인해 매년 약 9000명의 캘리포니아 소녀가 결혼한 것으로 추산된다. 조혼 금지 단체 ‘언체인드 앳 라스트’에 따르면 이들 대부분은 성인 남성과 결혼했다.
새 법이 시행되면 18세 미만은 부모가 동의하더라도 결혼하거나 사실혼 관계를 맺을 수 없다. 뉴섬 주지사는 서명식에서 “어린 캘리포니아 시민과 미성년자 보호를 위해 오래전에 이뤄졌어야 할 조치”라며 “오늘날 캘리포니아 아이들은 그 어느 때보다 안전하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지난 10년간 조혼 금지 법률을 마련하라는 목소리가 커져 왔다. 10년 전만 해도 미국 모든 주에서 법정 최저 혼인연령이 없거나 부모 동의 등 예외 조항을 둬 미성년자의 결혼이 사실상 가능했다.
이 같은 법률상 허점이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에 면죄부를 준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또 ‘성년의제’ 제도를 통해 혼인한 미성년자를 성인으로 보는 한국과 달리, 미국은 원칙적으로 미성년자 신분이 유지돼 이혼 등 법적 구제 수단에 접근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꼽혔다.
2018년 델라웨어주가 미국에서 처음으로 조혼을 전면 금지했다. 캘리포니아주까지 조혼 금지에 동참하면서 조혼을 전면 금지한 미국 주는 18곳으로 늘었다. 32개 주에서는 조혼이 여전히 가능하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게일 펠러린 하원의원(민주·캘리포니아)은 “이번 노력의 중심에는 항상 생존자들이 있었다”며 “그들은 동의라는 허울 뒤에 숨겨진 강요와 학대에 대해 증언해줬다”고 말했다.
조혼 생존자들도 이번 결정을 반겼다. 16세에 50세 남성과 결혼해야 했던 코트니 스토든은 서명식에 참여해 “캘리포니아의 승리”라고 밝혔다. 결혼 생활에서 학대와 착취를 겪었다고 증언한 스토든은 “오늘 뉴섬 주지사의 조치로 나와 모든 조혼 생존자들이 애초에 이런 짐을 짊어져서는 안 됐다는 점이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조혼 생존자 브리트니 비는 BBC와 인터뷰에서 이번 결정이 전 세계 아동들에게 구조적인 폭력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고 평가했다.
유엔은 오늘날 조혼이 여전히 만연하다고 보고, 2030년까지 이를 종식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은 전 세계 소녀 5명 중 1명꼴로 조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경윤 기자 cky@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이 대통령, 정청래 전 대표와 청와대서 독대 만찬···퇴원·건강 회복 격려
- ‘JYP신사옥 부지’ 논란에 유현준 공개 저격한 서울시···“어떻게 용산공원과 비교하나”
- 조희대 대법원장, 국군의 날 행사 불참 “건강 문제”···청사로 출근
- 대선 출마 선언 전 ‘광주 백반집 기부’ 한덕수…선거법 위반 1심 무죄
- 중수청 초대 차장 전종민·서울중수청장 최재민···임은정은 광주중수청장
- 배 나오고 머리 벗겨진 백발 성성 톰 크루즈?···“듣도 보도 못한 이야기와 캐릭터”
- ‘사회복무 102일 무단결근’ 가수 송민호, 1심서 징역형 집행유예···재복무 계획 묻자 ‘입 꾹
- “가출했다” SNS 보고 접근, 오피스텔 감금하고 성범죄···경찰, 30대 현행범 체포
- ‘술 접대 의혹’ 기소된 지귀연 판사 결국···재판 업무서 배제됐다
- 베테랑 조종사가 막은 ‘여객기 참사’…총선 불안한 네타냐후는 정치 공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