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DMZ 지뢰 폭발 현장에 ‘도심용 4족로봇’ 투입했다 포기
25사단 보유 ‘폭발물 탐지·제거 로봇’도 못 써
우리 군이 지난달 26일 북한 지뢰 폭발 현장 조사를 위해 투입했던 다족보행로봇은 도심 대테러작전용이었던 것으로 1일 확인됐다. 비무장지대(DMZ) 지형에서 사용하기 어려운 다족보행로봇을 굳이 현장에 가져갔다가 사용하기 어렵다는 것만 재확인했다는 것이다.

군 당국은 지난달 27~29일 사흘 동안 이뤄진 북한 지뢰 폭발 현장 조사에 앞서 지난달 26일 사전 조사에 착수했다. 군은 이때 2024년 전력화된 다족보행로봇을 현장에 시험 투입했다. 하지만 우거진 수풀과 경사로를 제대로 이동하지 못해 사실상 무용지물이었다고 한다.
합참 관계자는 지난달 28일 “넝쿨과 급경사가 있어 장비를 운용하기 ‘제한적’이라 이를 배제하고 작전을 수행했다”며 “현장 조사를 하기 위해 테스트했으나 경사와 수풀 등으로 다족보행로봇이 성과를 내기가 어려운 곳으로 판단했다”고 했다. 이에 따라 실제 현장 조사가 이뤄진 사흘 동안에는 무인 전력은 투입하지 않았다고 한다.
해당 다족보행로봇은 군이 신속획득시범사업을 통해 2024년 4대 도입했다. 하지만 배터리를 가득 채워도 2시간 가량이면 방전되고, 산악 지형이 아닌 ‘대테러전’ 목적으로 도심에서 운용할 목적으로 만들어져 DMZ와 GOP 경계 작전 등에는 활용도가 낮았다고 한다.
군은 이 다족보행로봇을 추가로 구매해 산악 지형에서도 사용하려 했다. 하지만 개발 당시 요구성능(ROC)에 산악지형작전과 관련한 조건이 없었던 만큼 별도 사업을 통해 도입해야 한다는 결론이 났다. 군 소식통은 “만약 도입 사업이 그대로 진행돼 해당 다족보행로봇이 전방 GOP에 깔렸다면 안 그래도 바쁜 장병들이 장비를 챙기느라 일이 더 늘어났을 것”이라고 했다.
현재까지 산악 지형에서 활용할 수 있는 국산 다족 보행 로봇은 지난 7월 육군교육사령부가 전투 실험을 통해 인증한 모델이 하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장비는 경사 40도의 산길을 오르내릴 수 있고 수중에서도 작전이 가능하다고 육군이 인증했다고 한다. 이번에 DMZ에 투입된 제품보다 배터리도 3~4배 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군에 납품되지 않아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25사단은 ‘KR-1 폭발물 탐지·제거 로봇’ 2대도 보유하고 있었다. 다족보행로봇과 달리 이 제품은 개발 당시부터 ‘DMZ 통로 개척’을 목표로 산길과 험지 등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궤도형으로 개발됐다. 하지만 군 당국은 ‘사람 키가 넘는 수풀’로 사용하기 어려웠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이 로봇은 지난달 21일 사고 당일과 조사를 위해 병력이 투입된 지난달 26~29일 모두 작전에 쓰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군 관계자는 “다족보행로봇과 폭발물 제거 로봇을 AI 대표 사례로 군이 수차례 홍보했는데, 이번 북한 지뢰 폭발 상황을 겪으며 실전에서 활용도가 심각하게 떨어진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군이 실전에서 쓸 수 있는 장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사무총장은 “소형 궤도식 로봇이든 사족 보행이든 DMZ 처럼 수풀이 우거진 환경에서는 운영이 어렵다”며 “개활지 운용을 상정한 장비가 아닌 우리 지형에 적합한 장비를 개발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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