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은 정해져 있다’?…청년·중소건축설계업계 고사시키는 공공건축 설계공모의 그늘

임창희 기자 2026. 10. 1.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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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당선될지 이미 다 아는 판에 참가비만 수백, 수천만 원씩 들여 들러리를 서는 격입니다."

수행 실적을 쌓으려는 청년 건축사들과 중소 건축사사무소 사이에서 공공건축 설계공모를 향한 불신의 목소리가 높다.

공정함과 투명성을 바탕으로 우수한 디자인을 발굴해야 할 공공건축 공모전이 언제부터인가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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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프랑스 건축가 장 누벨(Jean Nouvel)의 루브르 아부다비 (Louvre Abu Dhabi)박물관 전경. /클립아트코리아

“누가 당선될지 이미 다 아는 판에 참가비만 수백, 수천만 원씩 들여 들러리를 서는 격입니다.”

수행 실적을 쌓으려는 청년 건축사들과 중소 건축사사무소 사이에서 공공건축 설계공모를 향한 불신의 목소리가 높다.

공정함과 투명성을 바탕으로 우수한 디자인을 발굴해야 할 공공건축 공모전이 언제부터인가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법령과 지침은 정교해졌다고 하지만, 현장에서는 사전 모의와 정보 공유를 통한 편법 영업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가장 큰 문제는 사전 정보 유출과 불평등한 출발선이다.

공모전이 공식 공고되기 전, 발주기관 관계자나 사전기획·타당성 조사 용역을 수행한 특정 업체가 기획 정보와 심사 방향을 미리 입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남들이 공고 후 한두 달 남짓한 시간에 밤을 새우며 안을 짜낼 때, 정보 선점자들은 수개월 전부터 심사위원 성향에 맞춘 ‘맞춤형 설계안’을 준비하는 불공정이 되풀이된다.

심사 제도의 허점도 불신을 키운다. ‘건축서비스산업 진흥법’ 등 관련 규정에 따라 심사위원 사전 접촉을 금지하고 익명 심사(블라인드)를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실효성은 미비하다.

인력풀이 한정된 건축계 특성상 학연과 지연으로 얽힌 심사위원과 대형 업체 간의 사적 접촉을 일일이 잡아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표면적으로 이름을 가리더라도 패널의 편집 스타일이나 특유의 표현 기법, 사전 약속된 암호성 표시를 통해 업체를 알아채는 일은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정성평가 중심의 심사 구조 역시 ‘점수 몰아주기’ 같은 편법을 용인하는 토양이 된다.

한 전문가는 “절대적인 기준이 없는 디자인 평가의 특성을 악용해 사전에 협의된 특정 업체에 압도적으로 높은 점수를 주어 판세를 뒤집는 행태가 심심찮게 일어난다”고 전했다.

심사 과정이 생중계되거나 심사록이 공개되더라도 형식적인 수식어 뒤에 숨은 주관적 폭주를 제지할 수단은 마땅치 않다.

비위가 적발되더라도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친다. 사법 당국이 수사에 나서지 않는 한 은밀한 사전 모의나 담합을 법적으로 입증하기 어렵고, 적발되더라도 실질적인 자격 박탈이나 강력한 불이익으로 이어지지 않아 ‘걸려도 남는 장사’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또다른 전문가는 “DB를 활용한 심사위원 통합 엄격 관리, 심사 당일 무작위 추첨제 확대, 사전기획 정보의 완벽한 전면 공개 등 구멍 뚫린 법령과 지침을 철저히 보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임창희 선임기자 lch8601@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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