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끊은 돈으로 시작한 쌀 나눔, 27년째 이어갑니다 [지역에 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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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시 삼천포에서 태어나 긴 시간 살아온 차평근(64) 사천지역시민봉사단 후원회장에게 나눔은 의무가 아니라 삶의 기쁨이다. 특히 담배를 끊은 돈으로 쌀을 사서 동사무소에 전달한 것이 봉사의 시작이었다.
지금은 정대은 사천지역시민봉사단 단장과 어머니가 쉬었다가 하라고 권한다.
차 회장은 2013년부터 사천지역시민봉사단 후원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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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하루 네 갑 피우던 담배 끊고
매달 10㎏ 쌀 10포대 기부 27년 실천
장사 어려워 빚 지고도 멈추지 않는 나눔
2022년 대통령표창 받은 삼천포 토박이

사천시 삼천포에서 태어나 긴 시간 살아온 차평근(64) 사천지역시민봉사단 후원회장에게 나눔은 의무가 아니라 삶의 기쁨이다. 1999년 삼천포공업고등학교 앞에서 작은 상점을 시작했고, 유도부 학생들에게 빵과 우유를 건네기 시작했다. 특히 담배를 끊은 돈으로 쌀을 사서 동사무소에 전달한 것이 봉사의 시작이었다. 그 뒤로 매월 10㎏ 쌀 10포대를 내놓는 일이 27년째 이어지고 있다.
"어릴 때 정말 못살았습니다. 보리쌀도 제대로 못 먹던 시절이 있었어요. 그래서 나처럼 굶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집안이 어려운 학생들이 밥도 제대로 못 먹고 다니는 걸 봤고, 사람이 배는 채워야 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 쌀을 전달했습니다. 하루 네 갑씩 피우던 담배를 끊고 쌀을 샀습니다."
그의 나눔은 가난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에서 출발했다. 차 회장은 쌀이 없어 생무를 깎아먹으며 끼니를 때울 만큼 어려운 형편에서 자랐다. 중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14살부터 삼천포 시내 기름집에서 자전거로 기름을 배달하며 돈을 모았고, 부산에서 20대를 보내다 고향으로 돌아와 작은 가게를 차렸다. 그 무렵부터는 매상과 상관없이 연말마다 성금을 내고 어려운 이웃에게 라면과 쌀을 보냈다고 한다.

차 회장은 2007년부터 장소를 옮겨 자신만의 특화된 물품을 갖춘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다. 요즘 들어 장사가 크게 어려워졌다. 손님이 줄어 가게세를 겨우 채우는 형편이다. 그래도 쌀과 후원금 기부는 멈추지 않는다. 최근에는 전남광주 광양까지 직접 가서 쌀을 싣고 오고, 전기요금을 아끼려고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2시 30분까지 편의점 문을 닫는다. 한 푼이라도 경비를 줄여 기부를 이어가기 위해서다.
"예전에는 장사가 잘돼 직원도 두 명씩 두고 했습니다. 지금은 정말 어렵습니다. 빚을 지고 살 정도입니다. 주변에서는 이제 기부를 그만하고 빚부터 갚으라고 합니다."
주변의 만류는 하루이틀 된 일이 아니다. 어머니는 "우리 어려울 때는 남들이 안 도와줬는데 왜 그렇게 도와주느냐"며 아들을 걱정했다. 지금은 정대은 사천지역시민봉사단 단장과 어머니가 쉬었다가 하라고 권한다. 하지만 그는 기부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떠올리면 그만둘 수 없다고 말한다.

차 회장은 2013년부터 사천지역시민봉사단 후원회장을 맡고 있다. 전체 봉사단원은 150여 명. 매월 10만 원을 후원하고, 한 달에 한두 차례 노인과 소외계층을 위한 자장면 봉사에도 참여한다. 2007년부터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착한가게' 캠페인에 가입해 매월 40만 원씩 기부해 왔다. 착한가게는 중소 규모의 자영업소 가운데 매월 수익의 일정 액수를 기부해 나눔을 실천하는 가게를 뜻한다.
"봉사는 특별한 사람이 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조금이라도 할 수 있으면 하면 됩니다. 어르신들이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면 참 좋습니다. 많이 해드려서 좋은 게 아니라, 함께하고 있다는 마음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다만 걱정도 있다. 요즘은 후원회원도 봉사단원도 조금씩 줄고 있다는 것이다. 모두가 힘든 시절이라 기부가 줄어드는 것이 안타깝다는 그는 액수보다 꾸준함을 강조했다.

꾸준한 나눔은 여러 차례 인정받았다. 차 회장은 2021년 행정안전부 국민추천포상에 선정돼 2022년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국민이 직접 추천해 숨은 공로자를 뽑는 이 포상은 당시 추천된 512명 가운데 26명만 최종 선정됐다. 이 밖에도 경남도지사·사천시장 표창 4회, 경남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중앙회 감사패를 받았고, 2023년에는 경상남도 사회공헌자 인증서를 받았다. 특히 이달 말에는 서울에서 열리는 '사랑의 열매 기부자 가치의 밤' 행사에서 상을 받을 예정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특별한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저는 그냥 열심히 묵묵하게 봉사하는 사람으로 남고 싶습니다. 제가 태어나고, 살아가야 할 이곳이 잘됐으면 하는 마음이 큽니다. 앞으로도 독거 어르신을 비롯한 어려운 분들을 도와드리고 싶습니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 시작해 27년을 이어온 쌀 나눔과 봉사활동. 담뱃값으로 산 쌀 한 포대는 이제 삼천포 토박이가 지역에 건네는 가장 오래된 약속이 됐다.
/이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