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조사처 “사람은 배제될수록 아파···차별금지법, 건강권으로 접근해야”

우혜림 기자 2026. 10. 1.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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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 제정연대 관계자들이 2024년 4월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차별금지법의 연내 제정 등을 촉구하며 90여개의 깃발로 국회 담장을 에워싸는 깃발 포위 행동을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혐오와 차별이 정신건강뿐 아니라 신체 건강을 위협하고 집단 간 건강불평등을 키울 수 있다는 국회입법조사처의 분석이 나왔다. 연구진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등을 통해 건강권의 관점에서 차별을 예방하고 평등을 보장하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1일 국회입법조사처가 전날 발간한 보고서 ‘건강권 실현 관점에서 살펴본 차별금지법(안)’에 따르면 연구진은 혐오와 차별을 단순한 개인 간 갈등이나 인권 침해를 넘어 건강을 위협하는 ‘사회적 고통’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혐오와 차별은 한국 사회의 주요 사회문제로 자리 잡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2025년 인권의식실태조사’에 따르면 ‘인권을 보장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오히려 인권을 더 많이 누리고 있다’는 문항에 전체 응답자의 76.3%가 동의했다. 2022년 70.7%, 2023년 71.5%, 2024년 74.6% 등 동의 비율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보고서는 이 같은 차별이 반복될 경우 스트레스 반응이 만성적으로 활성화돼 우울·불안·수면장애 등 정신건강 문제뿐 아니라 고혈압과 심혈관질환 등 신체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차별과 사회적 배제가 쌓일수록 교육·고용·소득·주거·의료서비스에 접근하기 어려워져 건강 격차가 생기는 ‘건강불평등’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2025년 보고서에서 구조적 차별을 건강불평등을 발생시키는 주요 요인 가운데 하나로 제시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이러한 구조적 차별의 사각지대를 보완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시된다. 성별, 장애, 나이, 성적 지향, 종교 등을 이유로 생활 영역에서 합리적 이유 없이 벌어지는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의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정을 권고한 이듬해 처음 법안이 발의된 이후 20년 가까이 논의가 이어졌지만, 보수 개신교계 등의 반발로 입법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현재도 남녀고용평등법·장애인차별금지법 등 특정 대상이나 영역의 차별을 금지하는 개별 법률이 마련돼 있다. 다만 보고서는 개별 법률만으로는 법률 간 보호 공백이나 중첩되는 사안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이를 보완할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차별 상황에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차별금지 원칙과 피해 구제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법 제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영국처럼 공공기관이 정책을 설계·집행·평가하는 과정에서 차별과 구조적 배제를 고려하고, 독일처럼 조사·시정·피해구제 등 집행체계를 갖춰야 법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차별을 구조적 문제로 인식하고 제도적·정책적 대응을 강화하는 것은 국민 전체의 건강과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증진하기 위한 국가의 책무”라며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한국 사회의 복합적·다층적 차별에 대응하기 위한 기본적 법·정책 인프라이며 건강정책과 유기적으로 결합할 때 그 실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 ‘불평등한 사회가 자연스럽다’고 믿는 이들과 차별금지법 [플랫]
     https://www.khan.co.kr/article/202602150900001


☞ 차별금지법 아는 2030 여성 85%가 찬성…“차별·폭력 없는 세상 외침에 정치가 응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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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안한 지점’을 찾아가는 몸···트랜스젠더만의 이야기일까?[내 몸과 잘 살고 있습니다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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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혜림 기자 sa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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