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철수 이후 이라크는···주권 회복 기대 속 무장세력 통제 과제

배시은 기자 2026. 10. 1.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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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현지시간) 이라크 모술 구시가지의 하드바 첨탑에 이라크 국기가 걸려 있다. AFP연합뉴스

미군 주도 연합군이 이라크에서 전면 철수하면서 이라크의 안보가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20여년간 이어진 미군의 주둔이 종료된 가운데 이라크 내에서는 주권 회복에 대한 기대와 친이란 무장세력 통제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미 국방부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오늘 미국과 연합국은 2024년 9월 미·이라크 공동 성명 및 국익에 따라 이라크에서 진행 중이던 ‘내재적 결의 작전’을 공식적으로 종료했다”며 미군의 이라크 철수를 알렸다.

이어 “연합군 병력과 장비가 에르빌 공군기지에서 질서 있게 철수한 것은 이라크에서 이슬람국가(ISIS)를 격퇴한 군사 임무가 성공적으로 종료됐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ISIS의 남은 세력과 이란 연계 민병대 등 이라크의 남은 안보 문제에 대응할 책임은 이제 이라크 정부에 있다”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마지막 미군 병력이 이라크를 떠나는 것을 알리게 돼 기쁘다”며 “이는 미국의 승리이자 이라크의 승리이고, ISIS에 대한 결정적인 승리”라고 썼다.

알리 알자이디 이라크 총리는 같은 날 미군 주도 연합군의 철수를 알리는 인수인계식에서 “이라크의 주권, 제도적 역량, 군의 준비 태세, 의사 결정의 통일성, 그리고 우방국과 균형 잡힌 협력 관계로 정의되는 새로운 단계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미군 철수 이후 이라크 내 친이란 민병대가 세력을 확장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들은 미군의 철수를 ‘승리’라며 환영하고 있다. 미국이 이라크 철수를 발표한 뒤 친이란 무장세력 지지자들은 수도 바그다드의 거리에 모여들어 축하 행사를 열었다. 최근 미·이란 전쟁에서 이라크의 친이란 무장세력들은 이란을 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송유관을 공격한 배후로 지목되기도 했다.

이라크 내 친이란 민병대 카타이브 헤즈볼라의 보안책임자인 아부 무자히드 알아사프는 성명에서 “패배한 점령군이 이라크 땅에서 축출된 것은 완전한 주권 회복의 시작”이라며 “국민의 이익을 위해 일하지 않는 정부는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전복될 것”이라고 알자이디 총리를 향해 경고했다.

알자이디 총리는 취임 이후 이라크 내 민병대들을 무장 해제시킬 것이라고 거듭 공언해왔다. 애초 그는 9월 말까지 무장 해제를 요구했지만 일부 민병대의 반발로 내년 6월까지 이들을 해산하겠다고 밝혔다. 국제위기그룹의 중동 및 북아프리카 담당 부국장인 라히브 히겔은 “이라크 내 민병대들을 신속히 무장 해제시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며 “이란 정권이 존재하는 한, 이들이 무기를 내려놓을 것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렵다”고 CNN에 말했다.

특히 쿠르드족이 주로 거주하는 이라크 북부의 쿠르디스탄 자치지역에서는 미군의 철수로 인한 안보 공백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 지역은 이란과 이라크 내 친이란 민병대의 공격을 받아왔다. 마수드 바르자니 초대 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 수반의 고문 키파 마무드는 “쿠르디스탄 지역에도, 이라크 전체에도 방공 시스템이 없다”며 “(미군의 철수는) 불안과 불확실성을 키운다”고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이번 미군의 이라크 철수는 중동에서 발을 빼려는 미국 행정부의 움직임을 보여준다고 전문가들은 짚었다. 채텀하우스의 이라크 분석가 레나드 만수르는 “더 큰 그림에서 보면 미국의 우선순위가 더는 과거와 같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NYT에 말했다.

미국은 2003년 사담 후세인 정권을 몰아내면서 이라크에 주둔하기 시작했으나 2011년 철수했다. 2014년 미국 정부는 ISIS 격퇴 작전을 지원해달라는 이라크 정부의 요청을 받아 병력을 다시 배치했다. 미군의 이라크 철수가 합의된 것은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인 2024년 9월이다.


☞ 이라크 총리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 내년 6월 내 해산” 공언
     https://www.khan.co.kr/article/202609221400011

배시은 기자 sieun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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