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72년 만의 형사사법시스템 대변혁, 국민 편익으로 입증되어야

10월 2일은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 72년 만에 대한민국 형사사법 체계가 근본적 전환을 맞이하는 역사적인 날이다. 그동안 수사와 기소에서 핵심적인 권한을 행사해 온 검사의 직접수사권이 폐지되고 수사와 기소가 분리되면서 형사사법시스템의 기본틀이 크게 변화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검사는 경찰 수사에 대한 영장청구와 보완수사요구 등 '형사소송법'에서 정하는 직무를 중심으로 공소제기와 공소유지를 담당하고, 사법경찰관이 수사의 주체로서 수사를 책임지는 제도로 전환된다. 이를 위해 공소제기와 유지를 위한 '공소청'과 부패 경제 등 중대범죄 수사를 담당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신설된다. 경찰은 현행 수사 대상과 범위에서 큰 틀의 변화는 없지만, 명실상부한 수사의 주체로서 새로운 역할과 책임을 부여받게 되는 것이다.
사실 수사와 기소의 분리는 우리나라에서 오랫동안 논의되어 온 과제다. 1954년 형소법 제정 당시 과거 일제 순사의 부정적 이미지와 경찰의 수사역량 부족을 이유로 검사에게 수사권 및 수사지휘권, 영장청구권 등 막강한 권한이 부여됐다. 경찰 수사권 독립은 소위 '시기상조론'에 부딪혀 번번이 좌절되었으나, 검사 출신의 엄상섭 국회의원(2대·4대)조차 "장래에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시키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좋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처럼 수사와 기소의 분리는 오랜 기간 논의되어 온 형사사법제도의 하나의 방향이었다. 그리하여 마침내 지난 7월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검사의 직접수사권 폐지와 함께 수사기관에 대한 통제 권한을 보완하고, 피해자·피의자 등 사건관계인의 권익을 강화하는 한편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신설 등의 조직 개편으로 이어지게 됐다.
개편된 체계에서 검사는 직접 범죄를 수사하지 않고 공소제기와 공소유지에 집중하며, 행정기관 특별사법경찰관에 대한 검사의 수사지휘권도 폐지된다. 다만, 검사는 보완수사요구, 시정조치요구, 재수사요구 등의 권한을 통해 경찰 수사의 정당성과 적정성을 통제·보완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수사와 기소의 분리는 인권 보장 및 권력 간 견제와 균형이라는 기대와 함께 수사 지연과 범죄 대응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긍정적인 측면에서는 과거 검사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함께 행사하면서 제기된 표적수사, 별건수사, 과잉수사 등 자의적 권한 행사 폐단 시비를 차단하고, 수사기관은 수사에, 공소기관은 객관적 기소 판단에 집중함으로써 균형 있는 사법정의를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울러 중수청 신설을 통해 중대범죄 수사의 전문성을 높이고 수사권의 분산을 통해 기관간 견제와 균형을 강화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그러나, 수사와 기소의 분리가 지나치게 기계적인 기능 분할에 그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역시 만만치 않다. 우선 검사의 직접 수사가 배제되고 보완수사요구 위주로 절차가 진행될 경우, 사건 이송과 재검토 등의 과정에서 사건 처리 기간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즉, 경찰수사가 미진할 때 검사의 직접 수사가 제한됨으로써 실체적 진실 규명이 어려울 수 있고, 그 피해가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신설되는 중수청의 수사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기존 일부 신설 기관들이 겪었던 시행착오를 되풀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결국 개정 형소법의 성패는 '국민의 편익 증진'으로 입증되어야 한다. 국민들에게 중요한 것은 복잡한 법리나 정치적 찬반이 아니다. 새로운 제도의 도입으로 실체적 진실 발견과 인권보장이라는 형사소송법의 본질적 가치를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결과 국민의 안전과 권익이 실질적으로 증진되는지가 관건이다.
경찰은 이번 대변혁을 수사 주체로서의 역사적 출발점으로 삼는 동시에, 과거 검찰권 행사 과정에서 제기되었던 비판과 지적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제주 실종자 허위 종결 사건처럼 국민이 납득할 수 없는 일이 다시는 재발돼서는 안 된다. 외부의 민주적 통제에 앞서 경찰의 선제적 내부 통제와 의식 개혁이 선행돼야만,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세계적 수준의 치안역량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정부도 경찰의 수사역량 제고와 수사관들의 업무환경 개선을 위해 과감한 투자와 지원을 해야 한다. 인력 부족에 따른 업무 폭주는 수사 부서를 기피 부서로 전락시킬 수 있다. 부족한 수사 인력을 메우기 위해 비수사 부서 인력을 임시방편으로 전환 배치하는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의 인력 운용은 지양돼야 한다. 균형 잡힌 인력 확보와 실질적 지원으로 경찰의 근무 생태계가 지속 가능하게 발전할 때, 비로소 대한민국 형사사법시스템의 대변화도 국민과 현장 모두에게 진정한 편익으로 안착할 수 있을 것이다.
▨정흥남은 경찰대 5기로 포항북부경찰서장, 경주경찰서장, 주인도대한민국대사관 영사 등을 역임하고, 현재는 선린대학교 등에 외래교수로 출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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