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 느려진 것도 살펴야”…독거노인 19명 챙기는 ‘야쿠르트 아줌마’[따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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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어르신들 얼굴만 봐도 컨디션이 어떠신지 짐작이 가요. 어르신들도 저를 단순히 제품만 배달하는 사람이 아니라 매일 들르는 이웃처럼 편하게 대해주세요."
29년째 서울 광진구 중곡동 일대에서 hy(옛 한국야쿠르트) 프레시 매니저로 활동 중인 탁정숙 씨(62)는 매일 동네 어르신들의 대문을 두드린다.
탁 씨는 "프레시 매니저는 어르신의 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위험 신호가 사라지지 않도록 관계 기관에 연결하는 현장의 눈과 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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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년째 서울 광진구 중곡동 일대에서 hy(옛 한국야쿠르트) 프레시 매니저로 활동 중인 탁정숙 씨(62)는 매일 동네 어르신들의 대문을 두드린다. 오랜 기간 같은 지역의 골목을 누벼온 만큼 어르신들과 알고 지낸 지도 대부분 10년이 넘었다.
“어르신들의 평소 모습이 자연스럽게 눈에 익었어요. 어느 댁이 아침 몇 시경 제품을 가져가시는지, 어느 어르신이 요즘 걸음이 느려지셨는지 알게 됐죠.”
1일 기준 탁 씨는 일반 고객 외에도 저소득 독거노인 19명을 정기 관리하고 있다. 건강음료를 직접 전달한 뒤 “오늘은 좀 춥죠”, “식사는 하셨어요?”, “전날보다 몸은 좀 나아지셨어요?” 등 안부를 물으며 어르신들의 말벗이 돼준다. 직접 찾아가기 어려운 날에는 전화 통화로 건강을 살핀다.
“긴 시간은 아니어도 그 짧은 대화를 기다려 주는 분들이 계셔요. 어르신들은 ‘오늘도 왔네’, ‘고마워요’라며 반갑게 맞아주십니다. 오래 뵙다 보니 속상하신 일이나 건강 걱정도 편하게 털어놓으셔요. 저는 특별한 조언을 드리기보단 잘 들어드리려고 해요.”
일상생활 속 불편한 점을 묻고 돕는 데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전화요금 납부를 도와주고, 음식을 사다 주고, 쓰레기를 정리해 주는 등 세심하게 챙겼다.
“손이 필요한 작은 일들을 보통 부탁하십니다. 거창한 일은 아니지만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께는 꼭 필요한 도움이라고 생각해요.”

“혼자 지내는 어르신 대부분은 가족이나 이웃과 교류가 적은 편입니다. 건강이 갑자기 나빠지거나 생활에 어려움이 생겨도 밖으로 잘 드러나지 않아요. 마땅히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없으시기도 합니다. 저는 같은 지역을 매일 다니기 때문에 평소와 달라지신 점을 비교적 빠르게 알아차릴 수 있어요. 작은 변화라도 놓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지난해 12월 고독사 현장을 발견하고 관계 기관에 즉시 알려 후속 조치가 이뤄지도록 했다. 당시 집 앞에서 여러 차례 “어르신!”을 외쳤지만 아무 반응이 없었다. 평소와 다른 상황이라고 판단한 탁 씨는 곧바로 hy 영업점에 알렸다. 이후 주민센터와 119 등을 통해 후속 조치가 이뤄졌다.
“아무 반응이 없다는 사실을 그냥 지나치기 어려웠어요. 당황스럽고 걱정이 앞섰습니다. 다만 제가 혼자 확인하거나 판단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 이상하다고 느낀 내용을 곧바로 관계 기관에 알렸습니다. 안타까운 결과였지만 당시 신속하게 상황을 전달해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었어요.”
탁 씨는 고인이 생전 암 수술로 거동이 불편해지자 수년간 잔심부름을 도맡는 등 곁을 지켜왔다. 이 같은 선행으로 그는 올해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과 광진구청장 표창을 받았다.
“표창 소식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세상을 떠난 어르신이 떠올랐어요. 제가 특별한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평소 해오던 일을 했을 뿐인데 큰 상을 받게 돼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1인 가구 증가는 고독사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2024년 고독사 사망자 수는 3924명으로 전년 대비 7.2% 늘었다. 2020년 이후 5년 연속 증가세다. 60대가 1271명으로 가장 많았고 70대 497명, 80대 이상 202명으로 나타났다.
고독사와 사회적 고립을 예방하기 위해 hy 프레시 매니저 같은 돌봄 서비스의 역할도 중요해지고 있다. 탁 씨는 “프레시 매니저는 어르신의 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위험 신호가 사라지지 않도록 관계 기관에 연결하는 현장의 눈과 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탁 씨는 “프레시 매니저가 정기 방문으로 확인한 변화가 복지기관과 더 긴밀히 공유되고, 필요할 때 돌봄이나 의료·생활 지원으로 빠르게 이어지면 좋겠다”며 “이 같은 활동이 단순한 지원사업을 넘어 지역사회가 고립된 이웃을 조기에 발견하는 예방 체계로 발전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고독사 예방을 위해 이웃과 기업, 공공기관이 각자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까운 곳에 혼자 생활하는 어르신이 있다면 마주칠 때 먼저 인사를 건네고, 평소와 달리 며칠 동안 보이지 않는다면 한 번 더 관심을 갖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어요. 작은 이상 신호라도 발견했다면 주민센터 등 관계 기관에 알려 확인을 요청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저도 앞으로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맡은 역할을 다하며 이웃을 살피겠습니다.”
이혜원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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