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습관, 복잡한 반성 ②] 원청과 하청의 임금·고용안정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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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에서 노란봉투법 전면 시행 이후 경기도 김포시에서 결성된 파견노조의 투쟁사례를 들어 원·하청 노사관계의 오래된 습관을 이야기했다. 노조에 대한 본능적 혐오감, 사용자성 부정과 교섭 회피, 원청에 맞선 격렬한 투쟁, 최대한 원청과의 갈등을 사회정치적으로 이슈화하고 정치권에 손을 내밀 수밖에 없는 한계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 4개월여의 노사갈등 과정에서 부천고용노동지청 노사관계를 담당하는 상황실 근로감독관들은 이른 새벽 노조의 출근투쟁 현장과 지노위 조정회의 등 현장을 수시로 방문해 노사의 생각을 듣고 사측을 상대로 교섭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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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에서 노란봉투법 전면 시행 이후 경기도 김포시에서 결성된 파견노조의 투쟁사례를 들어 원·하청 노사관계의 오래된 습관을 이야기했다. 노조에 대한 본능적 혐오감, 사용자성 부정과 교섭 회피, 원청에 맞선 격렬한 투쟁, 최대한 원청과의 갈등을 사회정치적으로 이슈화하고 정치권에 손을 내밀 수밖에 없는 한계 등이 대표적이다.
물론 강고한 투쟁과 연대로 현장으로 복귀한 사례도 있지만 필연적으로 격렬한 힘 대 힘 대결이 펼쳐지고 당사자는 지쳐가며 노조가 와해되는 현실이 쳇바퀴 돌듯 반복됐다. 이번 투쟁 역시 힘 대 힘 대결로 가게 되면 과거 하청노조 투쟁의 사례들처럼 상처뿐인 영광만 남을지도 몰랐다.
우리 사건에서 주요 의제는 사실 포괄임금제 폐지, 고용안정 보장, 노조활동 보장이었다. 원청은 노동위원회가 사용자성을 판단한 산업안전만 교섭의무가 있다고 우겼다. 결국 다시 나머지 의제에 대해 교섭을 거부하는 원청을 상대로 부당노동행위를 법적으로 맞서야 했다. 그러나 입증책임이 까다로워 계약기간이 종료되는 조합원들이 잘려 나가는 상황 속에 그 결과를 기다릴 여유가 없었다. 임금과 고용안정 등 핵심 의제를 이면에 숨기고 산업안전 의제를 부각해 불안한 마음으로 쟁의조정에 들어갔다.
실마리는 뜻밖의 곳에서 풀렸다. 다행히 쟁의조정을 담당한 경기지노위 조정위원회는 노련했다. 파견회사의 사업 폐지로 고용계약 해지 위협에 놓인 조합원들의 고충을 이해하고 있었다. 노사 양측에 파견업체 소속으로 계약이 해지된 조합원들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가장 중요한 의제로 놓고 교섭을 촉구했다. 노사 간 숨은 이면의 쟁점을 제대로 포착해 교섭을 촉진했다.
여기에 노조는 과거처럼 무조건 직고용만을 고집하지 않았다 쟁의조정 과정에서 파견업체 변경을 통한 기존 계약유지, 조합원 중 지입차주가 되고자 하는 노동자는 레미콘 트럭 불하에 따른 지입차 전환 등 다양한 선택지를 제시하며 통합적 협상 전략을 펼쳤다.
직고용이 아닌 파견업체를 통한 계약직이나 도급계약은 원청이 언제든 계약을 종료하면 그뿐이기에 노조가 이룬 성취가 무엇이냐고 반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노조가 주도해 계약 해지를 막고 고용을 유지했기에 이를 지켜낼 자신이 있었다.
노조가 제시한 다양한 고용승계안에 대해 사측 역시 노조설립 초기의 본능적 거부감을 걷어 내고 차분하게 실익을 따졌다. 대기업 원·하청 관계와 다르게 중소제조업의 경우 파견업체나 도급업체에 지급하는 간접노무비와 이익준비금을 고려하면 직접고용이 큰 부담이 아닐 수 있었다. 원청이 직고용해 노사관계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 생산성 유지에 더 안전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사측을 설득했다.
여기에 더해 고용노동지청의 교섭 촉진 활동이 노사분쟁 예방과 교섭 타결에 크게 도움이 됐다. 지청장까지 나서 지역의 작은 사업장 노사분쟁에 관심을 기울였다. 지난 4개월여의 노사갈등 과정에서 부천고용노동지청 노사관계를 담당하는 상황실 근로감독관들은 이른 새벽 노조의 출근투쟁 현장과 지노위 조정회의 등 현장을 수시로 방문해 노사의 생각을 듣고 사측을 상대로 교섭을 촉구했다.
이처럼 아이 하나를 키우는 일에 온 마을이 동원된 것처럼 노사 당자는 물론 노동행정기관이 나서 교섭을 촉진하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한 끝에 노사는 고용안정 협약을 체결하고 계약이 종료된 조합원의 전원 복귀에 합의했다. 파견 노조의 활동을 보장하고 적게나마 수당 인상에도 합의했다.
이 지면을 빌려 계약해지 위협 속에서도 동료들과 현장에 복귀하겠다며 함께 단결한 조합원들에게 축하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아울러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겠다는 의지로 연대해 준 지역의 노조와 교섭 촉진에 힘써준 노동행정기관에도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결국 이번 사례는 사용자성을 회피하던 사측이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임금과 고용안정 의제에 전향적으로 합의한 사례로 기록됐다. 다른 원·하청 관계에도 선한 영향을 끼쳤으면 좋겠다.
한국노총 부천노동상담소 상담실장 (leeseyh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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