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ESS 배터리로 떠오른 나트륨…한·중 대표기업 시장 선점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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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배터리업계의 화두는 여러 종류의 배터리 제품을 동시에 개발·판매하는 '멀티 포트폴리오' 전략이다.
중국 이치제팡과 공동 개발한 339㎾h 나트륨이온 배터리 전기트럭은 약 7개월간 1만5000㎞ 이상의 주행 시험을 마쳤다.
업계 관계자는 "무게보다 가격·안전성·저온 성능과 원재료 조달 안정성이 중요한 ESS를 중심으로 조금씩 사용처가 늘어날 것"이라며 "보급형 전기차에서도 일부 나트륨이온 배터리가 사용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한국 업체도 나트륨이온 배터리를 차세대 ESS용 제품군 가운데 하나로 보고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다"며 "중국 업체가 규모의 경제를 먼저 확보하면 기술뿐 아니라 가격 측면에서도 따라잡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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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ESG] ESG Now
요즘 배터리업계의 화두는 여러 종류의 배터리 제품을 동시에 개발·판매하는 ‘멀티 포트폴리오’ 전략이다. 어떤 배터리가 미래 전기차, 에너지저장장치(ESS) 시대의 최종 승자가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고객 수요에 맞게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갖추는 것이다.
이런 흐름 속에 한·중 주요 배터리 회사가 일제히 뛰어든 분야가 소듐(나트륨)이온 배터리 분야다. 나트륨이온 배터리는 밀도가 낮아 전기차보다는 ESS에 많이 쓰일 것으로 보인다. 올해 일부 회사에서 양산에 들어간 나트륨이온 배터리 가격이 내년부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와 비슷해지며 수요가 빠르게 늘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국 기업엔 또 다른 위기가 될 수 있다. 중국의 기술·가격 경쟁력에 밀려 LFP 배터리 중심의 ESS시장 주도권을 내줬다가 최근 LFP 배터리 양산에 나선 한국 배터리업계가 또 다른 복병을 만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나가는 CATL
지난 4월 열린 세계 1위 배터리 회사 닝더스다이(CATL)의 ‘테크 데이’ 이슈 중 하나는 나트륨이온 배터리였다. 가오환 CATL 최고기술책임자(CTO)는 LFP를 비롯해 나트륨이온·삼원계·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공개하며 “지역마다 소비자 요구가 다를 수밖에 없다. 우리는 모든 수요에 대응할 준비를 마쳤다”고 강조했다. ‘LFP 강자’로만 여겨지던 CATL이 막대한 자금력으로 모든 종류의 배터리에서 1위에 오르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CATL은 특히 나트륨이온 배터리에 힘을 주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4월 ESS 제조업체인 ‘베이징 하이퍼 스트롱 테크놀로지’와 6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나트륨이온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나트륨이온 배터리 생산 계획을 깜짝 발표한 뒤 체결한 첫 대규모 계약이다. 나트륨이온 배터리는 가격이 저렴하고 화재 위험성이 낮아 ESS 분야에 많이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 CATL은 규모의 경제로 나트륨이온 배터리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중국 내에서만 약 200GWh의 생산 시설을 확충할 예정이다.
CATL이 나트륨이온 배터리에 힘을 주는 이유는 원재료를 구하기 쉽기 때문이다. 배터리의 주 재료인 리튬은 생산 가능 지역이 제한적이고 가격 변동폭이 큰 데 비해 나트륨은 지구상에 널리 분포한다. 나트륨이온 배터리는 리튬뿐 아니라 LFP 배터리 음극 집전체에 쓰이는 구리도 알루미늄으로 대체할 수 있다.
나트륨이온 배터리, ESS에 적합
LFP 배터리의 최대 약점인 추위에 강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일반적으로 배터리는 온도가 내려가면 이온의 이동이 느려져 충·방전 성능과 가용 용량이 떨어진다. CATL의 최신 나트룸이온 배터리 낙스트라는 영하 40℃에서도 90% 이상의 용량을 유지하고 영하 30℃에서는 동급 LFP 배터리의 약 세 배에 달하는 방전 출력을 낸다. 영하 50℃에서도 안정적인 출력이 가능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안전성도 강점으로 꼽힌다. CATL은 나트륨이온 배터리가 작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과 셀 팽창 스트레스가 작아 ESS의 냉각 시스템을 단순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나트륨이온 배터리라고 해서 모두 LFP보다 안전하다고 할 수는 없다. 양극재와 전해질 등 구체적인 화학 조성에 따라 열 안정성과 수명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나트륨이온 배터리의 약점은 에너지 밀도다. 나트륨이온은 리튬이온보다 크고 무겁다. 같은 무게의 배터리에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를 높이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나트륨이온 배터리는 전기차보다 무게와 부피의 중요성이 낮은 ESS에 두루 쓰인다.
CATL은 나트륨이온 배터리 시장에서 가장 앞서 있다. CATL이 2021년 공개한 1세대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는 160Wh/㎏이었는데 최신 낙스트라는 이를 175Wh/㎏까지 끌어올렸다. LFP 배터리와 비슷한 수준의 출력을 낸다는 뜻이다. 낙스트라를 장착한 중국 창안자동차의 양산형 전기차는 1회 충전으로 400㎞ 이상 주행할 수 있다.
CATL만 있는 건 아니다. BYD와 EVE에너지, 하이나배터리 등 주요 중국 배터리 업체도 일제히 뛰어들었다. 자동차 회사이자 중국 내 선두권 배터리 회사인 BYD는 나트륨이온 배터리를 차세대 핵심 제품으로 낙점했다. BYD는 기존 LFP 배터리와 마찬가지로 소재부터 셀, ESS 시스템까지 수직계열화된 공급망을 활용할 수 있다.
나트륨이온 배터리 전문업체인 하이나배터리도 빠르게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과학원 연구진의 기술을 기반으로 설립된 이 회사는 중국에서 가장 먼저 나트륨이온 배터리를 상용화한 업체다. 이미 중국 안후이성 푸양에 GWh급 생산라인을 구축했다. 하이나배터리는 전기트럭으로도 사용처를 넓히고 있다. 중국 이치제팡과 공동 개발한 339㎾h 나트륨이온 배터리 전기트럭은 약 7개월간 1만5000㎞ 이상의 주행 시험을 마쳤다.
중국 2위권 배터리 업체인 EVE에너지도 양산을 눈앞에 두고 있다. 자체 개발한 ‘NF155L’ 나트륨이온 셀은 지난해 후베이성 징먼에서 180㎾h 규모 ESS에 적용돼 계통 연계 운전을 시작했다. 올해 말 ESS와 소형 모빌리티용 제품의 대량 공급을 시작하고 내년에는 자체 나트륨이온 배터리 생산능력을 2GWh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LFP 우위는 이어질 듯
기술 개발 속도는 빠르지만 당장 나트륨이온 배터리가 LFP 배터리를 밀어낼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LFP는 이미 거대한 공급망과 생산설비를 구축해 원가가 크게 낮아졌고 에너지 밀도와 수명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했다. 반면 나트륨이온 배터리는 본격적인 대량생산이 이제 시작되는 단계다. 생산 규모와 공급망 측면에서 LFP 배터리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무게보다 가격·안전성·저온 성능과 원재료 조달 안정성이 중요한 ESS를 중심으로 조금씩 사용처가 늘어날 것”이라며 “보급형 전기차에서도 일부 나트륨이온 배터리가 사용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국내 배터리업계는 ESS시장 주도권을 또다시 잃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제 막 LFP 기반 ESS 배터리 양산에 들어간 상황인데, 나트륨이온 배터리까지 개발하고 투자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 중 가장 앞선 곳은 LG에너지솔루션이다. 이 회사는 2027년 나트륨이온 배터리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우선 자동차용 보조배터리와 무정전전원장치(UPS), ESS용 제품 등을 내놓을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나트륨이온 배터리의 최대 약점인 낮은 에너지 밀도를 끌어올리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1세대 제품은 높은 출력과 저온 성능을 앞세워 자동차 보조배터리와 ESS 시장을 겨냥한다. 이후 밀도를 높여 보급형 전기차에 적용한다는 구상이다. 생산 과정에는 건식 전극 공정을 적용해 원가를 낮출 방침이다.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설비를 나트륨이온 배터리 생산에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삼성SDI도 나트륨이온 배터리 개발에 뛰어들었다. 삼성SDI는 지난 7월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장수명과 고출력, 안전성을 나트륨이온 배터리의 장점으로 꼽으며 자체 기술을 접목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향후 양산 계획도 구체화할 방침이다.
SK온 역시 ESS용 나트륨이온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내년까지 시제품 개발을 완료하는 게 목표다. SK온은 기존 LFP 배터리에 나트륨이온과 바나듐이온 배터리를 추가해 ESS용 제품군을 확대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한국 업체도 나트륨이온 배터리를 차세대 ESS용 제품군 가운데 하나로 보고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다”며 “중국 업체가 규모의 경제를 먼저 확보하면 기술뿐 아니라 가격 측면에서도 따라잡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우섭 한국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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