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었음’ 중년 구직희망자 90% “돌아갈 일자리 없어”… 빈곤 노인될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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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춘천시에 사는 박정현(가명·57) 씨는 20년 넘게 4년제 대학과 학원에서 회계 강사로 일하다가 3년 전 강사 일을 접었다.
이렇게 노동시장에서 밀려난 중년들은 다시 돌아갈 일자리를 찾지 못해 구직 활동을 단념한 채 '쉬었음' 상태로 전락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쉬었음 중년이 노후 빈곤 등으로 이어지는 문제를 막으려면 중장년층 대상의 일자리 지원책이 강화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들이 중년 경력직을 더 쉽게 고용할 수 있도록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이고 저임금 일자리의 질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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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절반이 해고-명퇴 등 ‘비자발적’
“근로조건 미스매치” 50대 42%… “찾아봤지만 일자리 없어” 40대 31%
가계소득 공백, 사회 전반 충격 우려… “중장년 맞춤 재교육-취업지원 필요”

9개월째 쉬고 있는 박 씨는 “차라리 65세 이상이면 노인 일자리라도 많을 텐데 정년에 가까운 애매한 나이라 연봉과 근로 조건에 맞춰 원하는 일자리를 찾는 게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구직 활동을 포기하고 ‘그냥 쉬는’ 중년층이 지난해 67만4000명에 달해 한국 경제의 허리가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자녀 교육과 부모 봉양 등으로 가장 돈이 많이 들어가는 시기에 노동시장을 이탈하면서 가계를 넘어 국가 경제의 손실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국회미래연구원이 국가데이터의 경제활동인구조사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건강이나 가족 사정 등 개인적 이유로 퇴직한 ‘쉬었음’ 중년은 2015년 42.3%에서 지난해 36.5%로 줄었다. 반면 직장 휴·폐업과 정리해고, 명예퇴직 등 회사 문제로 퇴직한 중년은 31.1%에서 33.6%로 늘었다. 임시직·계약직 등의 계약 종료(15.5%)까지 더하면 비자발적 퇴직이 지난해 절반에 육박한다.
이렇게 노동시장에서 밀려난 중년들은 다시 돌아갈 일자리를 찾지 못해 구직 활동을 단념한 채 ‘쉬었음’ 상태로 전락하고 있다. 지난해 ‘쉬었음’ 중년들이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이유로 ‘원하는 임금이나 근로 조건의 일자리가 없어서’라는 응답이 40대(31.1%)와 50대(42.2%)에서 가장 많았다.
‘찾아봤지만 일자리가 없었다’는 쉬었음 중년도 40대 30.8%, 50대 22.9%에 달했다. ‘전공과 경력에 맞는 일자리가 없어서’라는 40, 50대도 각각 12.0%, 9.1%였다.
출산, 육아 등으로 노동시장에서 이탈한 여성은 재진입이 더 어려운 실정이다. 출산을 앞두고 12년 전 직장을 그만둔 원영애(가명·46) 씨는 재취업을 시도하다 포기했다. 원 씨는 “주변에 경력이 단절된 중년 여성들을 보면 보험설계사 같은 프리랜서 일자리 정도만 구할 수 있고, 정규직에 취업한 사례는 거의 없다”고 했다.
전정은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원은 “쉬었음 중년은 전반적으로 남성 비중이 높지만 최근 여성이 빠르게 늘고 있고 고학력층과 관리직, 전문직 등 화이트칼라 비중도 증가하는 추세”라며 “쉬었음 청년 못지않게 정책적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서울에 사는 자영업자 송모 씨(54)는 18년간 운영하던 이불가게를 접은 뒤 몇 달째 새 일자리를 찾고 있다. 송 씨는 “아직 집 장만도 못 했고, 독립하지 않은 성인 자녀가 둘이나 된다”며 “아직은 내가 더 일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는 중장년층의 이직과 전직을 지원하는 정책을 운영하고 있지만 내년 관련 예산은 900억 원대에 불과한 수준이다. 내년 청년 일자리 예산이 3조3000억 원인 것과 대조적이다.
전문가들은 쉬었음 중년이 노후 빈곤 등으로 이어지는 문제를 막으려면 중장년층 대상의 일자리 지원책이 강화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막연히 인공지능(AI) 교육 등을 할 게 아니라 개인의 경력과 시장 수요를 함께 고려해 중년층이 인력 부족 직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맞춤형 재교육과 취업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들이 중년 경력직을 더 쉽게 고용할 수 있도록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이고 저임금 일자리의 질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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