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L 애매하면 더 남쪽이 기준” 물러난 軍… 그만큼 밀고 내려온 北

양지호 기자 2026. 10. 1.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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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촉즉발 위기의 MDL
북한군이 지난해 3월 서부 전선 비무장지대(DMZ)에 있는 감시초소(GP) 일대에서 철책 봉쇄 작업을 진행하는 모습.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이후인 2024년부터 군사분계선(MDL)을 국경선화하겠다며 DMZ 내 철책 설치, 지뢰 매설 등을 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

30일 북한이 공개한 담화에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부장은 북한군 지뢰가 남북 간 경계인 군사분계선(MDL) 이남에 매설된 사실을 부인하며 “우리 군인들은 단 한 번도 국경선을 넘어선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우리 군 내에서는 지난 21일 지뢰 폭발이 발생한 남측 비무장지대(DMZ) 내 지역에도 북한군이 풀을 벤 듯한 흔적이 있었다는 말이 나오지만, 북한은 강경하게 MDL 침범 사실을 부인한 것이다.

김여정은 북한군이 MDL을 월선했다는 것은 “억지 주장”이라며 “최근 도발이 잦은 한국군 3군단 21보병사단 비무장지대 방향에 우리 군대는 전술적 반격 수단들을 증강하는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했다. 21사단 지역은 지난 8월부터 북한이 매일같이 MDL을 침범해, 우리 군이 경고 사격을 실시하고 있는 곳이다.

북한이 적반하장식 ‘반격’을 거론하면서 이 지역의 긴장이 고조될 전망이다. 1953년 설정된 길이 248㎞의 MDL 일대 정세가 ‘일촉즉발’의 위기를 맞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합참, 지난해 MDL 기준 후퇴시켜

강신철 국방부 장관은 지난 29일 국회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이번 건(지뢰 폭발)을 계기로 해서 (남북이) 서로 (MDL) 확인을 하자. 이것은 강력하게 주장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긴장 고조의 원인이 되고 있는 MDL에 대한 인식 차이를 확실히 정리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그래픽=김현국

이재명 정부 출범 후인 지난해 9월 합참은 전방 부대에 북한군의 MDL 월선 여부 판단 시, 우리 군의 군사지도와 1953년 유엔사가 제시한 기준선을 비교해 더 남쪽의 선을 적용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우리 기준보다 북한이 더 남측으로 내려와도 경고 사격을 하지 않도록 한 것이다.

지난해 8월 북한군 30여 명이 강원도 화천 일대에서 MDL을 월선했다가, 우리 군 경고 사격을 받고 돌아간 일이 있었다. 얼마 후 북한은 “한국군 호전광들이 남쪽 국경선 부근에서 차단물 영구화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우리 군에 엄중한 도발 행위를 감행했다”고 반발했다. MDL을 침범하지 않았다는 주장이었다. 이런 일이 되풀이되자 합참이 “MDL에 대해 남북이 이견이 있는 현실을 반영”한다며 기준선을 남측으로 후퇴시킨 것이다.

◇정전협정 후 73년 흘러 오차 발생

MDL에 대해 우리 군과 유엔사의 의견마저 일치하지 않는 이유는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 73년이나 세월이 흘렀기 때문이다. 정전협정 당시 유엔군과 북한군은 MDL을 따라 표지판 1292개를 설치했지만, 현재는 200여 개 정도만 식별 가능하다.

우리 군은 2004년 남아 있던 표지판을 기준으로 우리 군사 지도에 MDL을 표시했고, 이를 2011년 업데이트했다. 유엔사는 2만여 개의 좌표를 찍은 별도의 MDL 기준선을 2016년 만들었는데, 우리 군사지도와 약 60% 지점에서 크고 작은 불일치가 있다고 국방부는 밝혔다.

북한이 인식하는 MDL은 명확치 않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11월 ‘남북 군사 당국 회담’을 열어 남북의 MDL을 일치시키자고 제안했지만, 북한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북한 측 인식과 유엔사 기준선에 별 차이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은 2024년 이후 MDL 일대 작업을 대폭 늘렸지만, 유엔사가 ‘MDL 이남으로 월선했다’고 통지하면 수십 m 북상해 작업을 해왔다고 한다.

◇우리 지침 변경에도 北 월선 계속

과거에는 MDL 침범 여부를 두고 남북이 갈등을 빚는 경우가 적었다. MDL 남북 양측으로 각각 2㎞씩 완충 구역인 비무장지대(DMZ)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합참의 지침 변경 이후에도 북한의 MDL 침범은 계속되고 있다. 급기야는 김여정이 “국경 지역에서 우리에 대한 악의적인 트집”이 잦아진다면 “불량배 무리들은 아직 체험해보지 못한 상황을 마주해야 할 것”이라고 위협하는 상황까지 왔다.

결국 문제는 김정은이 MDL을 ‘남부 국경선’으로 규정한 후, 북한군이 MDL 일대를 수시로 드나들며 무장을 강화하는 데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안보 전문가는 “합참의 MDL 지침 변경 당시에도 ‘영토를 양보하는 꼴’이란 비판이 있었다”며 “우선 지뢰 폭발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아낸 뒤 MDL 문제도 유엔사와 협의해 원칙대로 풀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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