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송 위험 없는 호주 LNG, 연 130만t 공급길 열어
30일 오전 호주 북부 노던 준주(準州)의 주도 다윈(Darwin). 도심에서 남쪽으로 약 40분쯤 달리자, 해안가에 거대한 LNG 플랜트가 모습을 드러냈다. 축구장 약 100개 크기인 70만㎡ 부지에 선 이곳은 SK이노베이션 E&S가 산토스 등 현지 기업들과 14년간 함께 투자한 바로사 가스전 사업의 다윈 LNG 터미널이다. 북서쪽으로 약 300㎞ 떨어진 바로사 가스전에서 채취한 천연가스가 총길이 385㎞에 달하는 지름 66~86㎝ 안팎의 배관을 타고 이곳으로 향한다. 그리고 천연가스는 이 터미널에서 액화돼 LNG선을 타고 한국으로 들어온다. 이때 걸리는 시간은 단 10~12일. LNG를 중동에서 가져올 때는 18~25일, 미국은 22~28일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운송 효율이 2배 가까이 좋은 편이다.


가스전 전체 개발비 43억달러 가운데 16억달러를 부담한 SK는 이곳에서 매년 LNG 최대 130만t씩 20년 치를 확보했다. 지난 2월부터 한국 수입이 시작됐다. 130만t은 국내 전체 LNG 수입량의 약 3%에 달하는 규모이자, 300만 가구가 1년간 쓸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올해 중동 전쟁까지 터지며 이 사업의 중요성은 한층 더 커졌다. 잦은 분쟁에 노출된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는 것 같은 우려 없이 안정적으로 LNG를 수급할 수 있어서다. SK가 10년 이상 끈기를 갖고 이 사업을 붙잡은 이유다.
◇서울만 한 지하 가스전 찾았다
2012년 SK가 당시 3억1000만달러를 들여 현지 에너지 기업 산토스 등을 중심으로 막 탐사가 시작된 바로사 가스전 사업의 지분 37.5%를 사들인 게 시작이었다. 2011년 국내에서 대규모 블랙아웃(대정전) 사태가 벌어지는 등 안정적인 에너지 확보의 중요성이 제기되던 때였다. SK 역시 국내에서 운영하던 발전소와 도시가스 사업에 필요한 LNG 공급처를 절실하게 찾고 있었다.

초창기만 해도 기대가 크지 않았지만 2014~2017년 매장량 평가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면서 예상보다 훨씬 많은 양의 가스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현재 개발 가능한 매장량은 3조4000억 세제곱피트에 달한다. 매년 350만t씩 약 20년 동안 가스를 채취할 수 있다는 뜻이다. 김현준 SK이노베이션 E&S LNG사업본부 기술위원은 “가스가 묻힌 지하 구조의 크기가 서울만 하다”며 “최초 대비 2배 이상의 매장량을 확보해 경제성이 높아지면서 투자를 늘렸다”고 했다.
하지만 그 뒤에도 난관이 적지 않았다. 2020~2022년엔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가스전과 터미널 공사 등을 위한 기자재 조달에 심각한 차질이 생겼다. 인근 문화유산 훼손 등의 문제가 불거지며 다윈 지역 원주민들과 소송전이 벌어지며 1년 넘게 공사가 중단된 적도 있다.
◇현물 구매 줄여 안정성 높였다
SK이노베이션 E&S는 바로사 가동을 통해 현물 시장 의존도를 낮춘 것도 성과로 본다. 현재 SK는 세계 곳곳에서 연간 LNG 600만t을 가져온다. 바로사 가동 전에는 절반 이상을 현물 시장 등 가스 확보를 장담할 수 없는 곳에서 구해야 했지만, 가동 이후에는 이 비중이 절반 이하로 낮아졌다. 중동 사태 같은 변수가 생길 때마다 크게 오르내리는 에너지 가격 때문에 불확실성이 컸고, 수시로 치열한 경쟁이 벌어져 재고 확보에도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바로사 가스전을 통해 이 비중을 약 30%대까지 줄이며 숨통이 다소 트이게 됐다.
강륜권 SK이노베이션 E&S 경영기획실장은 “바로사 사업을 통해 가스 개발부터 활용, 전력 생산 등의 모든 단계 경험을 갖추게 돼 새로운 신사업에 또 도전할 수 있는 역량이 생긴 것도 성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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