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형입자가속기 개발 17년… 암 잡는 방사성 동위원소 수출국으로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난달 29일 오후 전북 정읍시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
기자에게 RFT-30에 대해 설명하던 박정훈 첨단방사선연구소 사이클로트론응용연구실장은 "이 장비 덕에 한국은 방사성 동위원소를 수출하는 국가 대열에 합류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첨단방사선연구소가 국내 기술을 연구해 생산 기반을 확보한 덕에, 10년 전과 달리 외국에 국산 기술과 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를 수출하는 세계적 수준으로 올라선 것이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작은 입자 가속해 얻은 동위원소… 암 위치 확인-파괴 의약품 원료로
수입하던 ‘지르코늄-89’ 98% 대체… ‘저마늄-68’ 등과 함께 해외 수출

이 장비는 2009년 국내 기술로 개발된 중형 입자가속기 ‘RFT-30’ 사이클로트론이다. 사이클로트론은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입자를 원형 궤도로 빙글빙글 돌리며 빠르게 날려 보내는 최첨단 입자가속기다. 입자를 빠른 속도를 돌리며 양성자를 날려 보내, 다른 물질과 충돌시키면 몸속 암을 찾아내거나 치료하는 데 쓰이는 ‘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를 얻을 수 있게 된다. 기자에게 RFT-30에 대해 설명하던 박정훈 첨단방사선연구소 사이클로트론응용연구실장은 “이 장비 덕에 한국은 방사성 동위원소를 수출하는 국가 대열에 합류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물질이 바로 항체 면역 연구에 쓰이는 ‘지르코늄-89’다. 항체가 몸속 어디로 가는지 영상으로 추적할 수 있게 해준다. 연구소는 2015년부터 세 단계에 거쳐 RFT-30을 고도화했고, 이 덕에 현재 지르코늄-89는 외국 수입에 의존하지 않고 국산으로 대부분 충당할 수 있다. 박 실장은 “10년 전만 해도 지르코늄-89를 국내에서 전혀 생산하지 못했다. 하지만 자체 기술을 통해 연구를 거듭한 끝에 지금은 98%를 직접 만든 국산으로 사용한다”고 말했다. 기술 수준이 높아지면서 생산 품목도 암 진단용뿐 아니라 ‘치료용’으로 넓어졌다. 연구소는 2020년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차세대 치료용 동위원소 ‘구리-67’의 생산 기술도 확보했다.
● 우주·반도체 연구로 기술 확장
이 같은 노력으로 한국은 미국과 중국 등 해외로 기술을 수출하는 선두 주자로 발돋움했다. 연구소는 신경교종암을 진단하는 방사성 동위원소 ‘저마늄-68’을 2022년 미국 샌더스 메디컬에, 2023년 중국과학원 산하 연구소에 처음 수출했다. 지르코늄-89 역시 중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 파키스탄 등에 수출되고 있다.
연구소는 우주, 반도체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방사선 기술 적용을 시도하고 있다. 입자가속기로 입자 광선을 쏴 우주 공간의 강한 방사선 환경을 지상에서 구현해 장비를 시험하거나, 반도체의 내구성을 평가하는 데 사용한다. 첨단방사선연구소는 이 밖에도 이차전지 개발, 문화재 복원, 산업 현장의 악취 제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정병엽 첨단방사선연구소장은 “연구소는 첨단소재와 의료 분야에서 출발해 전자선 기술의 활용 영역을 점점 넓혀가고 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수요에 맞춘 연구와 실증을 지원해 국가 연구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읍=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 선고하고 싶은데…판결문에 담긴 고뇌
- 李, 김지용 ‘친윤’ 논란에 직접 반박…“허위임을 알면서 하는 공격은 비판 아닌 비방”
- 농촌 이장들 만난 송미령 “농지 전수조사, 적발·처분 목표 아니다”
- 검찰청 폐지에 중견검사 줄사표…“어려운 시기 함께 못해 죄송”
- “李, 북미회담 성사로 지지율 올리려 김정은 눈치 보나”[정치를 부탁해]
- 눈꺼풀에서 ‘송곳니’가 자랐다… 어떻게 이런 일이?
- “스타일링 부족했다면 내 책임”…아이유, 스태프 감싸며 해명
- [사설]정전협정 위반 명백한데 北 “자작극” 발뺌… 엄중 책임 물어야
- [사설]‘쉬었음’ 청년 61만, 중년 67만… 스타트도, 리스타트도 어렵다
- [사설]국감에 기업인 또 줄소환… ‘복합위기 대응’ 분초가 아까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