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니] 국산 동위원소부터 문화재 복원까지…첨단방사선연구소 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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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전북 정읍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
원자력연은 첨단방사선연구소 20주년을 기념해 연구소 내부를 이날 기자단에 공개했다.
원자력연 내 12개 연구소기업 중 첨단방사선연구소에서 설립한 연구소기업이 8곳으로 3분의 2를 차지한다.
정 소장은 "첨단방사선연구소가 방사선 연구 분야에서 전 세계적으로 독보적 위치에 있다는 건 두말할 나위 없는 사실이 됐다"며 "앞으로도 분석서비스 확대 및 기술 수출을 통해 단단한 방사선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다양한 수요에 맞춘 연구와 실증을 지원해 국가 연구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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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고체 배터리·우주소재 연구로 영역 확대…35MeV급 사이클로트론 추진
![한국원자력연구원 사이클로트론 [원자력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10/01/yonhap/20261001000210397otyy.jpg)
(정읍=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29일 전북 정읍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
ㄹ자 모양으로 콘크리트 벽 사이 굽이굽이 난 통로를 따라 들어가니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으로 다채로운 색들이 칠해진 커다란 원형 장비가 벽 이곳저곳에 팔을 뻗은 채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국내 기술로 개발돼 처음 구축된 중형 입자가속기인 RFT-30 사이클로트론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원자력연은 첨단방사선연구소 20주년을 기념해 연구소 내부를 이날 기자단에 공개했다.
첨단방사선연구소는 의료와 바이오, 농생명, 첨단소재, 환경과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는 방사선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곳으로 2006년 정읍에 문을 열었다.
![원자력연 사이클로트론 [촬영 조승한]](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10/01/yonhap/20261001000210573bslr.jpg)
국내 첫 사이클로트론…의료용 동위원소 수출 기지로
이날 원자력연이 공개한 사이클로트론은 2009년 국내 기술로 개발한 첫 중형급으로 1.5V 건전지 2천만 개에 해당하는 3천만 전자볼트(30MeV)까지 수소 입자를 가속할 수 있는 연구시설이다.
수소 음이온을 나선형으로 고속 가속해 얇은 탄소 포일에 통과시켜 양성자로 바꾸면 궤도가 꺾이면서 빔라인으로 인출된다.
이 양성자가 표적 물질 원자핵과 충돌하면 핵반응이 일어나 방사성 동위원소가 생성된다.
사이클로트론에서는 빔을 인출하는 4개의 팔이 두꺼운 콘크리트 벽을 뚫고 바깥으로 향하고 있었다.
![빔라인 설명하는 이종철 원자력연 선임연구원 [촬영 조승한]](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10/01/yonhap/20261001000210812qpdd.jpg)
옆 방으로 옮겨 한쪽 팔의 끝으로 가니 다양한 모양의 샘플을 장착할 수 있는 설비가 장착돼 있었다.
이종철 원자력연 사이클로트론응용연구실 선임연구원은 "처음 만든 빔라인은 어떤 샘플이 유용할지 보기 위해 다양한 샘플을 도입했다"며 "지금은 개선을 통해 지르코늄-89를 생산하는 용도로 쓰고 있다"고 했다.
사이클로트론은 도입 초기에는 시제품 형태로 개발돼 동위원소 생산 및 양성자 빔 이용 연구에 제약이 있었지만, 3단계에 걸친 고도화 작업 끝에 현재는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 국산화를 넘어 수출에도 나서고 있다고 원자력연은 설명했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지르코늄-89는 대량생산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해 국내 병원에 공급하고 있고 최근 수요가 늘고 있는 신경교종암 진단용 저마늄-68과 차세대 치료용 동위원소인 구리-67 원료 생산에도 성공했다.
![핫셀 설명하는 박정훈 원자력연 사이클로트론응용연구실 실장 [촬영 조승한]](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10/01/yonhap/20261001000211011iaiz.jpg)
사이클로트론 옆 방에는 샘플을 로봇팔로 다룰 수 있는 핫셀(방사성 물질을 안전하게 다루기 위해 만든 특수 밀폐 차폐 시설)마다 동위원소위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박정훈 원자력연 사이클로트론응용연구실 실장은 "방사능이 나오는 물질은 이 내부에서 처리한다"며 "옆에서 이뤄지는 화학 공정까지 결합해야 순도높은 방사성 동위원소가 나오게 된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지르코늄-89, 저마늄-68 등에 대한 러브콜이 늘고 있으며 매년 1억원 이상 수출하고 있다고 원자력연은 설명했다.
박정훈 원자력연 사이클로트론응용연구실 실장은 "미국, 남아공, 파키스탄, 중국 등 전 세계 곳곳에서 방사성 동위원소를 요청하고 있다"며 특히 중국의 요청이 최근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2.5MeV 전자가속기 [촬영 조승한]](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10/01/yonhap/20261001000211230nblj.jpg)
'천 년 된 비단' 만들어 문화재 복원…산업 현장에도 활용
연구소 옆 방사선 육종이 심어진 육종시험장 논밭 옆길을 따라 전자선실증연구동으로 이동했다.
2018년 준공된 전자선실증연구동은 전자총으로 발생시킨 전자를 높은 전압으로 아주 빠르게 가속해 물질에 쏘는 방사선인 전자선을 활용해 첨단소재부터 악취 저감, 문화유산 보존, 위성 부품 성능 평가 등 다양한 기술 실증을 지원하고 있다.
연구진이 2.5MeV 전자가속기 앞에 놓인 비단을 손에 쥐자 마치 천년의 세월을 순간 지난 것처럼 비단이 사그라드는 모습이 보였다.
![인위적으로 노화시킨 비단 소개하는 윤진문 책임연구원 [원자력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10/01/yonhap/20261001000211448ehgn.jpg)
새 비단을 인위적으로 노화시키는 기술을 국산화한 것으로, 원자력연은 이를 활용해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 177호인 '관서명승도첩' 등을 보존 처리하는데도 성공했다.
윤진문 원자력연 방사선융합연구부 책임연구원은 "새 비단을 활용하면 물감 때문에 표면이 울어 질감이 달라진다"며 "복원용 비단의 경우 일본에서 전량 수입해 왔는데, 4년 전부터 국내 연구진에게 공급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수천만 원을 준대도 샘플을 공급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이곳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며 시간당 60만원 선에서 샘플을 제공한다고 원자력연은 설명했다.
![10MeV 전자가속기 이송장치 위에 놓인 원목과 풍력 블레이드 [촬영 조승한]](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10/01/yonhap/20261001000211646ybqa.jpg)
바로 옆 10MeV 전자가속기 앞에서 연구진이 버튼을 누르자 대형이송장치를 이용해 10m 길이가 넘는 원목과 풍력 블레이드가 천천히 내부로 이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박해준 원자력연 방사선바이오연구부 책임연구원은 "원목 내부에 흰개미나 벌레들이 파 놓은 것을 외부에선 알 수 없지만, 전자선으로 10m 되는 원목도 10여분이면 즉각 소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저에너지 전자선을 이용해 악취 원인물질 분자구조를 분해하는 악취제거 기술은 연구소기업 성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악취제거 장비 속에 화장실 악취 같은 냄새가 담긴 공기를 넣고 200keV 전자선을 쏘자 공기의 냄새가 수 초 만에 비릿한 오존 냄새로 바뀌었다.
![악취제거 기술 설명하는 김병남 방사선융합연구부 책임연구원 [촬영 조승한]](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10/01/yonhap/20261001000211895jtks.jpg)
20년 만에 8개 동서 29개 동으로…우주·첨단소재로 영역 확장
첨단방사선연구소는 출범 당시만 해도 정규직원 26명에 건물 8동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직원 201명에 건물 29개 동 규모로 성장했다.
출범 20년 기간 매해 건물을 한 동씩 지으며 커진 셈이다.
정병엽 첨단방사선연구소장은 "지금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외부 이용률이 높아져 외부 이용률을 낮추는 게 목표일 정도"라며 "이용 기업의 90%가 대기업"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방사선기술과 방사선 융합기술을 기반으로 성장했다면 이후로는 대체불가 방사선 강점기술(NFRT)을 통해 고도화할 예정이라고 정 소장은 설명했다.
연구소는 전자선 기반 전고체 배터리 제조 기술, 방사선 기반 이종소재 접합 기술, 감마선 이용 신약후보 물질 창출 기술 등을 새로 개발하고 있다.
![첨단방사선연구소 소개하는 정병엽 소장 [원자력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10/01/yonhap/20261001000212121qpuv.jpg)
또 최근에는 극한 우주 환경용 내방사선 반도체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연구소는 새로운 목표로 우주 신소재·부품의 우주방사선 노출 문제를 지상에서 검증하는 테스트베드 구축을 내걸고 3천억원을 투입해 35MeV급 사이클로트론을 구축하기위한 타당성용역 과제에도 착수했다.
방사선 연구가 여러 곳에 쓰이는 만큼 다양한 기술들을 이용한 연구소기업 설립도 늘고 있다.
원자력연 내 12개 연구소기업 중 첨단방사선연구소에서 설립한 연구소기업이 8곳으로 3분의 2를 차지한다.
대표 기업인 콜마비앤에이치는 2015년 연구소기업 첫 코스닥 상장을 이뤄냈고, 의료용 필러 개발기업 라비는 본임상을 완료하고 내년 제품 판매를 목표로 순항하고 있다.
기술사업화를 지원하기 위한 실용화 연구동에도 16개 기업이 모두 입주해 대기가 있을 정도라고 정 소장은 설명했다.
정 소장은 "첨단방사선연구소가 방사선 연구 분야에서 전 세계적으로 독보적 위치에 있다는 건 두말할 나위 없는 사실이 됐다"며 "앞으로도 분석서비스 확대 및 기술 수출을 통해 단단한 방사선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다양한 수요에 맞춘 연구와 실증을 지원해 국가 연구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다.
shj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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