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양 치료' 의료용 방사성, 국산화 넘어 수출...방사선연구 20년 결실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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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원통 모양을 중심으로 복잡한 관들이 연결돼 있다.
정병엽 첨단방사선연구소 소장은 "지로코늄-89는 이미 아시아권을 선점한 상태로, 미국의 승인을 받을 경우 수출은 보다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개발이 진행중인 갈륨-68 발생기의 경우 핵심기술요소 개발에 성공한 상태로, 역시 국산화시켜 병원에 공급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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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IAEA 국제협력센터 4차례 연속 지정
8개 연구소 기업 설립...산업화 성공모델 제시


#2. 대형 냉장고 크기의 전자가속기. 이곳에 악취발생기를 통해 악취가 나는 기체를 넣는다. 가속기 속에서는 전자선이라는 방사선이 나온다. 전자선의 움직임은 기계 앞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서 관찰할 수 있다. 화면 움직임이 멈추자 기체의 악취는 사라졌다. 1분도 채 되지 않은 시간이다. 전자선이 물질의 분자구조를 바꾸거나 미생물을 사멸해 악취를 제거해한 것이다.

지난 9월29일 방문한 전북 정읍의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 모습이다. 개원 20년을 맞은 연구소에는 이처럼 의료나 산업현장, 생활 속에서 유용한 방사선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국내 최초의 중형 사이클로트론은 연구소의 핵심 인프라다. 사이클로트론은 도입 초기 수동모드 시제품 수준으로 개발됐지만, 2015년부터 3단계에 걸쳐 대대적으로 고도화했다. 이를 통해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의료용 동위원소들을 완전 국산화한 것은 물론 국내 의료기관에 정기적으로 공급하고, 해외로도 수출하고 있다.
실제 항체면역 연구용 지르코늄-89(Zr-89)을 국산화한 데 이어 신경교종암 진단용 저마늄-68(Ge-68)과 차세대 치료용 동위원소로 각광받는 구리-67(Cu-67)의 원료 생산도 국산화에 성공했다. 현재는 난치암을 진단할 수 있는 갈륨-68 발생기의 국산화 연구개발이 한창이다.
박정훈 첨단방사선연구소 사이클로트론 연구실장은 "사이클로트론 시설은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시설"이라며 "2022년부터 미국, 중국, 남아공, 태국 등 주요국에 반감기가 긴 지르코늄-89와 저마늄-68 등 국산 동위원소들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지르코늄-89은 곧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도 승인 예정이다.

정병엽 첨단방사선연구소 소장은 "지로코늄-89는 이미 아시아권을 선점한 상태로, 미국의 승인을 받을 경우 수출은 보다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개발이 진행중인 갈륨-68 발생기의 경우 핵심기술요소 개발에 성공한 상태로, 역시 국산화시켜 병원에 공급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연구소는 이외에도 다양한 방사선 연구 성과를 이뤘다. 오래된 목조 문화유산인 금강송의 보존을 위해 나무 속 벌레를 방사선을 통해 사멸하고, 유형문화재 '관서명승도첩'과 '영산회상도'를 고에너지로 보존처리하기도 했다. 이는 바로 '전자선(Electron Beam)'을 통해 가능했다.
정 소장은 "전자선은 전자총(Electron Gun)으로 발생시킨 전자를 높은 전압으로 아주 빠르게 가속해 물질에 쏘는 방사선"이라며 "전자선은 첨단소재와 의료 분야에서 출발해 산업현장 악취 저감, 문화유산 보존·복원, 미래 우주 부품 신뢰성 평가까지 전자선 기술의 활용 영역을 점점 넓혀가고 있다"고 전했다.

방사선연구소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국제협력센터로 2012년부터 현재까지 4차례 연속 지정되며 글로벌 연구기관으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총 8개의 연구소기업을 설립해 방사선 기술의 성공적인 산업화 모델을 제시해왔다.
정우식 원자력연구원장은 9월 30일 열린 연구소 창립 20주년 기념식에서 "지난 20년은 방사선 기술이 연구실을 넘어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는 혁신의 힘임을 증명한 시간이었다"며 "미래를 선도할 융복합 연구를 확대해 국민 건강과 안전, 국가 경쟁력에 기여할 세계적 연구거점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jiany@fnnews.com 연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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