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타워] 느린 韓 자율주행, 기술만의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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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로보 택시네."
자율주행 택시를 '안전 요원'과 함께 타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 등에서 운행 중인 웨이모 로보택시는 약 4000대에 달한다.
서울 일부 지역을 달리는 자율주행 로보택시는 사고가 나면 정부 조사를 받는데, 수개월에서 길게는 1년 이상 걸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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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로보 택시네.”

서울 강남에서도 심야 자율주행 택시가 달린다. 그러나 막상 타면 묘한 느낌을 받는다. 자율주행 택시를 ‘안전 요원’과 함께 타야 하기 때문이다. 운전자 없는 택시를 기대했을 텐데 실상은 업체 측 인력과 함께 이동해야 하는 어색함을 감수해야 한다. 이 요원은 골목길 등 일부 구간에서 직접 운전을 하고, 사고 등 돌발 상황에 대응한다. 운행을 마친 자율주행차를 이동시키는 역할도 맡는다.
자율주행 관련 업체들은 한국 기술이 뒤처져서가 아니라 규제와 실증 환경의 차이 때문이라고 말한다. 미국은 좌충우돌 상황을 겪으며 시행착오를 진보의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 등에서 운행 중인 웨이모 로보택시는 약 4000대에 달한다. 지난해 12월 샌프란시스코에 정전이 발생하자 대다수 로보택시가 멈춰 서며 도시 일대에 교통 체증을 일으켰다. 올해 5월 폭우가 쏟아진 미 애틀랜타에선 로보택시가 물에 빠져 오도 가도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러한 사건 덕분(?)에 경험치를 쌓으며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하고 운행 방식을 바꾼 웨이모 로보택시는 앞으로 점점 더 뛰어난 임기응변 능력을 발휘할 것이다. 같은 일이 국내에서 벌어졌다면 이러한 차가 다시 도로를 달리기까지 얼마나 걸렸을까.
서울 일부 지역을 달리는 자율주행 로보택시는 사고가 나면 정부 조사를 받는데, 수개월에서 길게는 1년 이상 걸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문제는 자율주행 기능과 무관한 사고라고 해도 업체 입장에선 ‘피 말리게 하는’ 조사를 받아야 하는 점이다. 예를 들어 업체 직원이 직접 운전하다 낸 사고도 자율주행차라는 이유로 같은 조사 절차를 거쳐야 한다. 차량 몇 대로 기술을 개발하는 업체는 수개월의 조사만으로도 실증 일정이 흔들릴 수 있다. 자율주행 기능과 무관한 사고까지 들여다보느라 귀한 개발 시간을 묶어두는 게 과연 합리적이냐는 업계의 성토가 거세다.
이렇다 보니 국토교통부가 올해 말까지 광주에 자율주행차 200대를 투입하기로 한 실증사업을 놓고도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안전 요원’과 함께 타야 하는 서울 로보택시와 달리 광주에선 드디어 운전자 없는 로보택시가 달리게 될 전망이다. 정부는 안전관리자가 운전석에 타는 단계부터 시작해 2028년 완전 무인 운행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그 과정에서 미국처럼 폭우나 정전으로 차량이 도로를 막거나 교통사고로 사람이 다친다면 어떻게 될까. 사고 원인을 철저히 밝히면서도 문제를 개선한 차가 다시 도로로 나올 수 있는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시각이 강하다.
신기술이 안착하려면 기술 자체의 발전만큼이나 시행착오를 다루는 제도와 이를 받아들이는 사회의 인식도 함께 성숙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규범과 인식 면에서 더 뒤처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전과 개인정보 보호, 사고 책임 규명이라는 가치를 지키면서도 불필요한 절차가 기술 개발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균형을 찾아야 한다.
이현미 산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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