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지뢰 사고에 “한국 자작극”이라며 군사 대응 경고…국경선 요새화 작업 정당화

북한이 30일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 명의 담화에서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고의 책임을 전면 부인하며 군사적 대응 가능성을 언급했다. 한국군 당국의 강경 대응을 견제하는 한편 국경선 요새화 작업을 차질없이 이어가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 부장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지뢰 폭발 사고에 대해 “10여년 전 ‘목함 지뢰 사건’을 방불케 하는 명백한 자작극”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고에 대한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며 사과 가능성 등을 일축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2015년 목함지뢰 사건은 6·25 전쟁 이후 한국의 강경 대응에 북한이 유감 표명을 한 거의 유일한 사례”라며 “이번에는 당시와 달리 한국의 상응 조치에 강력 대응해 한반도에 긴장을 조성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라고 말했다.
담화에서 김 부장은 2024년부터 군사분계선(MDL)에서 벌이고 있는 국경선 요새화 작업을 “철저한 주권 행사”라며 이를 정당화했다. 김 부장은 요새화 작업 중 북한군이 단 한 번도 MDL을 넘은 적이 없다면서 MDL 인근 한국군의 경고 사격을 두고 “도발”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뢰 사고와는 상관없는 동부전선 한국군 21사단을 겨냥해 “전술적 반격 수단을 증강하는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 국방정보본부는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에서 “북한군은 8월 20여회, 9월 30여회 등 총 50여회 MDL을 침범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이런 북한군의 MDL 월선은 동부전선 21사단 지역에 집중돼 온 것으로 알려졌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1사단 방향은 국경선화 공사가 집중되고 있는 현장으로, 북한의 우려는 지뢰 책임론보다는 이로 인한 (국경선 요새화) 공사 인력에 대한 실사격 가능성과 공사 중단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대북 확성기 재가동 등 한국 내 대북 강경 기조가 국지전 위기를 초래한다는 불안감을 남한 사회에 확산하려는 의도”라며 “한국군에 군사적 부담을 가해 접경지역 내 경고 방송·사격 등 대응 수위를 낮추도록 심리적 위축을 유도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이 이재명 정부의 대북 유화 조치에도 적대적 두 국가 기조를 고수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정부의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의 동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미 대화 가능성을 고려해 이번 담화를 발표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박용한 한국국방연구원 핵안보연구실장은 “이번 사고로 한국의 대북 정책이 북한에 책임을 묻는 방향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선제적으로 강하게 부인하는 입장을 낸 것으로 보인다”며 “북·미 정상회담 성사 시 논의 과정에서 한국 여론도 중요하다는 점도 복합적으로 고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책연구기관 연구원은 “북한이 사고에 대해 침묵할 수도 있었는데 굳이 담화를 내고 부인한 것은 장기적인 진실 공방 속에서 대화 여지를 남겼다고 보인다”고 했다.
김병관 기자 bg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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