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미도 하늘 아래 40년 삶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화가 송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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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의 눈 앞에 펼쳐진 월미도 앞바다가 노을로 붉다.
여전히 바다는 오래된 기억을 품은 채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간 떠난 주인을 따라 거리의 상점 간판은 몇 번이나 바뀌었고 송준일 화가만이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놀이기구의 불빛도 꺼지고 사람들의 아우성도 여운이 되겠지만 송준일이 마주한 사람들의 표정과 겹겹의 기억은 그가 그린 그림 속에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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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바다는 오래된 기억을 품은 채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월미도 역시 그렇다. 누군가에게는 놀이공원이고, 누군가에게는 추억의 장소요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전쟁과 이주, 상처와 상실의 기억이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영종도를 오가는 배와 유람선, 바다를 따라 걷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정겹다. 놀이기구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과 누군가의 웃음소리. 이제 바다 건너 영종도는 하나둘 불빛이 켜지며 치열했던 낮 동안의 삶을 잠시 내려놓은 채 평온에 들 것이다.

한쪽에서는 색소폰을 연주하고 다른 한쪽으로 버스킹이 한창이다. 천천히 몇 걸음 옮기다 보니 음악을 틀고 어깨춤을 추는 젊은이들이 마냥 흥겹다. 연인들의 사랑이 깊어지고 바닷물이 서서히 안으로 들 때면 낚시를 드리운 강태공은 하염없이 바다에 집중한다.
월미도의 웃음 뒤에는 어제의 역사가 있고, 화려한 조명 아래로 오래된 기억들이 잠들어 있다. 이곳이 달랑 오래된 휴대용 의자와 야외용 이젤을 갖춘 송준일의 아틀리에다. 아니 어쩌면 평생직장이라고 하는 것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송준일 작가는 일명 거리의 화가로 불린다. 그가 오랜 세월 전업으로 작업해 온 이곳 월미도 거리는 수많은 사연과 함께하는 애환의 아틀리에다. 한여름의 뜨거운 아스팔트 열기를 고스란히 견뎌야 하고, 겨울에는 바다를 가르는 매서운 바람을 두꺼운 외투에 의지하며 시린 손으로 도화지를 펼쳐야 했다.

언제 왔는지 불콰하게 술을 마신 중년의 사내가 한참이나 서성이다 가던 길을 다시 향한다. 눈빛을 교환하던 한 쌍의 연인이 빈 의자에 앉는다. 흥정 같지 않은 흥정을 몇 마디 나누던 화가는 말없이 도화지를 펼치고 접시 위에 놓인 먹물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재료라고 해야 고작 먹물과 물통, 채색용 팔레트와 붓 몇 자루가 전부다.
길지 않은 망설임 끝에 붓끝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얼굴의 윤곽이 나타나고, 눈매가 생기고, 표정이 살아난다. 자신감 있는 붓질과 담백한 선묘, 몇 번의 붓질만으로 종이 위에 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의 그림에는 아이들의 천진한 표정이 있고,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이 있다. 음악에 몰입한 연주자의 모습과 역동적인 스포츠 한 장면이 화면을 생동하게 이끈다. 우리가 한 번쯤 보았거나 기억하고 있는 인물들의 순간도 담겨있다.
작가가 그림의 소재로 사람(인물)을 택한 이유는 얼굴 너머의 시간과 감정에 대한 존중에서 비롯되었다. 아이의 웃음 한 자락, 세상을 바라보는 눈빛과 긴장된 순간의 몸짓, 평범하고 지나쳐버리기 쉬운 장면들 안에는 그 사람이 걸어온 삶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송준일 작가에게 그림은 한 사람의 순간을 기록하는 일이요 나아가 그 사람이 살아온 여정을 담아내는 일이다. 그래서인지 담백한 먹의 농담과 절제된 선묘는 오히려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필선을 통해 적당히 덜어내고 비워냄으로써 표정과 감정의 깊이를 드러내는 그의 표현양식은 우리의 회화 정서에 가까이 다가간다.

송준일 작가에게 또한 그림은 사람을 이해하는 방법이다. 월미도의 바다가 과거와 현재를 함께 품고 있는 것처럼 그의 화폭에도 지나간 시간과 지금의 순간이 함께한다. 어쩌면 화가 송준일이 그리고자 하는 것은 그 사람과 함께 흘러가는 주름진 세월인지도 모르겠다.
영종도 구읍 배 터에서 출발한 막배가 월미도 선착장에 도착한다. 잠시 후면 사람들은 왔던 곳으로 되돌아갈 것이다. 놀이기구의 불빛도 꺼지고 사람들의 아우성도 여운이 되겠지만 송준일이 마주한 사람들의 표정과 겹겹의 기억은 그가 그린 그림 속에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글·사진=이창구 화가(도든아트하우스 대표)

송준일은 12회의 개인전과 다수의 부부전, 가족(부부와 아들, 며느리) 그리고 400여 회의 단체전과 기획 초대전을 통해 작품활동을 꾸준히 이어왔으며 인천미술대전 운영위원 및 심사위원을 역임했다. 현재 인천미술대전과 경인미술대전 초대작가로 한국미술협회, 일수회, 연수구미술협회, 인천미술협회 등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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