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위기서 더 빛났다..14년만에 결실 맺은 SK '호주 가스전' 투자[르포]

다윈(호주)=박한나 기자 2026. 9. 30.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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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호주 북부 노던테리토리주의 주도인 다윈의 도심을 벗어나 해안을 따라 40분가량 남서쪽으로 이동하자 빽빽한 맹그로브 숲이 펼쳐졌다. 이를 가르고 들어선 길 끝에는 크고 작은 은빛 배관이 얽힌 LNG(액화천연가스) 플랜트와 거대한 원통형 저장탱크가 모습을 드러냈다.

강륜권 SK이노베이션 E&S 경영기획실장은 "중동 분쟁으로 시황이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바로사 가스전과 다윈 LNG 터미널을 통한 대응력 강화는 공급 안정성으로 연결된다"며 "유연 물량을 활용해 시장과 수급 상황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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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LNG플랜트 LNG 저장탱크와 액화플랜트./사진=SK이노베이션

30일 호주 북부 노던테리토리주의 주도인 다윈의 도심을 벗어나 해안을 따라 40분가량 남서쪽으로 이동하자 빽빽한 맹그로브 숲이 펼쳐졌다. 이를 가르고 들어선 길 끝에는 크고 작은 은빛 배관이 얽힌 LNG(액화천연가스) 플랜트와 거대한 원통형 저장탱크가 모습을 드러냈다. SK이노베이션 E&S가 지분 25%를 보유한 다윈 LNG 터미널(DLNG)이다.

이곳은 북쪽으로 약 380㎞ 떨어진 바다 한가운데의 바로사 가스전에서 나온 천연가스가 파이프라인을 타고 들어와 LNG로 바뀌는 핵심 거점이다. 현장에서 만난 김현준 SK이노베이션 E&S LNG사업본부 기술위원은 "액화를 마친 LNG를 18만㎥ 규모의 대형 저장탱크를 옮겼다가 해상 부두시설인 제티(Jetty)에 배가 붙으면 선적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 E&S는 올 들어 '바로사 프로젝트'에 14년간 전념한 끝에 연간 약 130만톤의 LNG 장기 도입 물량을 확보했다. 국내 연간 LNG 도입량의 약 3% 수준으로, 향후 20년간 총 2600만톤의 LNG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 국내 민간 기업이 해외 자원개발 초기 단계부터 참여해 생산까지 성공한 첫 사례다. 개발 단계부터 참여한 해외 가스전인 만큼 이란 전쟁 등으로 LNG 구입 비용이 상승하더라도 일정 물량을 안정적인 가격에 들여오는게 가능하다.

'바로사 효과'는 LNG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 8월 가스전에서 생산된 초경질유 약 30만 배럴이 인천항으로 들어왔다. 국내 민간기업이 해외 자원개발로 확보한 초경질유를 직접 들여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물량은 SK인천석유화학 정유 설비로 공급돼 석유제품과 석유화학 원료 생산에 활용됐다.

최근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전 세계 원유와 LNG 공급량의 약 20%가 드나들던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자원 공급이 어려워지면서 SK이노베이션 E&S의 '바로사 프로젝트'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강륜권 SK이노베이션 E&S 경영기획실장은 "중동 분쟁으로 시황이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바로사 가스전과 다윈 LNG 터미널을 통한 대응력 강화는 공급 안정성으로 연결된다"며 "유연 물량을 활용해 시장과 수급 상황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의 자원 공급선 다변화 시도는 '바로사 프로젝트'에 그치지 않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에너지 자원개발 자회사인 SK어스온은 중국과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에서 석유·가스 확보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2013년부터 미얀마 가스전을 운영하고 있고 2022년에는 호주의 가스회사 세넥스를 인수하며 거점을 확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심 사업인 미국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참여도 추진 중이다.

다윈 LNG 터미널에서 선적 중인 SK이노베이션 E&S의 자사선 프리즘 어질리티호./사진=SK이노베이션


자원 확보전의 필수 요소는 역시 '기술'이다. 가스만 해도 극저온의 액체로 부피를 줄여야 장거리 해상 운송을 할 수 있다. 다윈 LNG 터미널 플랜트에서도 '콜드박스(COLD BOX)'라는 글자가 적힌 원통형 액화설비들이 눈길을 잡아 끌었다. 액화 공정의 핵심은 바로사에서 온 가스에서 이산화탄소(CO₂)와 수분, 수은 등을 걷어내는 전처리를 거친 뒤 천연가스를 영하 162도까지 냉각하는 것이다. 현장에서도 프로판과 에틸렌, 메탄을 냉매로 사용하는 3단계 냉각을 거치면서 기체 상태의 천연가스가 액체인 LNG로 바뀌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부피는 기체 상태의 약 600분의 1로 줄어들었다. 김 위원은 "회사마다 사용하는 냉매와 액화 방식이 다른데 어떤 냉매를 사용해 얼마나 저렴하고 빠르게 영하 162도까지 냉각하느냐가 액화설비의 효율성을 좌우한다"고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 E&S는 2012년부터 호주 바다에서 가스전 개발을 끈질기게 이어왔다. 가스전 개발부터 LNG 생산·선적, 국내 도입까지 전 과정을 완성하는 여정이었다. 이를 통해 지난 2월 자사 LNG 운반선 '프리즘 어질리티(PRISM AGILITY)'를 통해 충남 보령 LNG터미널에 첫 물량을 하역할 수 있었다. 김 위원도 "민간 기업이 하나의 프로젝트에 14년을 매달리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바로사 가스전과 다윈LNG플랜트/그래픽=이지혜


다윈(호주)=박한나 기자 park2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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