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금 100원 걷는데 건강 편익은 7원… 설탕세의 역설

설탕이 많이 든 음료에 별도 부담금을 매기면 그 부담의 상당 부분이 소비자에게 넘어가 음료 값이 최대 5.6% 오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반면 설탕 부담금으로 얻는 건강상 이익은 정부가 걷는 부담금 수입의 4~7% 수준에 그칠 것으로 추산됐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30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 포럼에서 김동영 국민대 교수, 김평식 경희대 교수와 함께 진행한 ‘설탕 부담금 도입이 건강과 경제에 미치는 비용·편익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올해 들어 가당 음료에 설탕 부담금을 매기는 방안이 본격적으로 논의되는 가운데, 이번 연구는 건강 개선 효과뿐 아니라 소비자가 추가로 내야 할 돈과 산업·고용에 미칠 영향까지 국내 자료를 이용해 금액으로 비교했다. 설탕 부담금으로 건강이 얼마나 좋아질지만 따지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이를 위해 국민과 산업이 치러야 하는 비용까지 함께 저울질한 것이다.
연구팀은 현재 국회 등에서 나온 세 가지 설탕 부담금 방안을 분석했다. 모두 음료에 든 당이 많을수록 부담금을 더 매기는 방식이지만, 부담금을 부과하기 시작하는 당 함량과 금액에는 차이가 있다. 연구팀은 이 방안을 실제 국내 음료 시장에 적용했을 때 가격과 소비량, 건강, 산업 등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계산했다.
연구팀은 해외 연구에서 나타난 평균치를 토대로 기업에 부과된 부담금의 82%가 제품 가격에 반영될 것으로 봤다. 기업에 100원의 부담금을 매기면 이 가운데 82원가량은 결국 소비자가 더 높은 음료값으로 부담하게 된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부담금 대상 음료 가격은 방안에 따라 1.07~5.58% 오를 것으로 추산됐다.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가 잃는 경제적 이익도 연간 507억~1954억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가당 음료 소비가 줄어 비만·당뇨·고혈압·충치 등이 감소하면서 생기는 의료비 절감과 생산성 향상 등 건강 편익은 연간 44억~104억원으로 계산됐다. 예상되는 연간 부담금 수입 613억~2324억원의 4.3~7.2% 수준이다. 정부가 부담금으로 100원을 걷을 때 건강 개선으로 돌아오는 경제적 가치는 많아야 7원 안팎이라는 계산인 셈이다. 건강 개선 효과를 최대한 크게 잡아도 편익은 연간 205억~330억원으로 추산됐다.
연구진은 소비자 부담과 산업 피해 등을 종합하면 사회가 100원의 경제적 비용을 치를 때 얻는 건강상 이익은 4~9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한 방안을 기준으로 설탕 부담금 도입으로 줄어드는 성인 비만율도 연간 0.0018%포인트, 약 600명 정도로 추산됐다. 상당한 비용을 들이는 것과 비교하면 실제 비만 예방 효과는 크지 않다는 게 연구팀의 판단이다.
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음료 판매 감소로 관련 산업의 부가가치는 연간 604억~1261억원, 취업자는 889~1854명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가격이 오른 음료 대신 카페 음료나 빵·과자 등 부담금이 붙지 않는 단 음식으로 소비가 옮겨가면 당초 기대했던 건강 효과가 최대 56%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음료 소비를 줄여도 다른 음식으로 당을 다시 섭취하면 부담금을 매긴 효과의 절반 이상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저소득층이 상대적으로 더 큰 부담을 질 가능성도 제기됐다. 한 방안을 적용해 계산한 결과 소득에 견줘 부담금이 차지하는 수준은 소득 하위 25%가 상위 25%보다 약 20배 높았다. 같은 음료 값이 100원 오르더라도 소득이 적은 가구일수록 살림에 미치는 충격이 더 커지는 셈이다.
연구팀은 부담금을 매기지 않은 상태에서도 가당 음료를 통한 당 섭취가 이미 줄고 있다는 점도 들었다. 2016~2024년 19~64세가 가당 음료로 섭취한 하루 당의 양은 10.8g에서 7.9g으로 26%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이 연령대 비만율은 35%에서 38.5%로 올랐다. 연구팀은 이를 근거로 가당 음료 섭취 감소가 곧바로 비만 감소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홍 교수 연구팀은 설탕 섭취를 줄여야 한다는 목표와 별개로 음료값을 올리는 부담금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지는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의 저당 제품 개발을 지원하고 영양 표시와 식생활 교육을 강화하는 등 가격을 직접 올리지 않는 정책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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