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취임 후 업무추진비 30배로…"이유 안 밝혀"

임병선 에디터 2026. 9. 30.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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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459만원→ 2024년 1억 3652만원
지난해 6879만원 사용, 올 상반기만 4564만원
지난해 회의 이름·총액만, 올해 인원수까지 공개
법원행정처장, 인원수 허위기재 “잘못 인정 죄송”
정작 대법원장은 사과 않고 실무자 징계도 없어
사법부 수장의 신뢰 추락 위중한데 안이한 인식
조희대 대법원장이 30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2026.9.30 연합뉴스

조희대 대법원장이 2023년 12월 취임한 뒤 이듬해 대법원장 업무추진비가 1억 3652만원으로 30배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그 전 해 대법원장 업무추진비는 459만원 밖에 되지 않았다. 진짜 문제는 대법원장 업무추진비가 그렇게 급증한 이유를 모른다는 데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김동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0일 법원행정처로부터 제출받은 대법원장·법원행정처장 업무추진비 분기별 집행 내역을 연도별로 합산한 결과 이렇게 나타났다. 대법원장 업무추진비는 2021년 677만원, 2022년 811만원, 2023년 459만원에서 2024년 1억 3652만 원으로 30배 늘었다. 조 대법원장이 2023년 12월 취임한 직후 급증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6879만원으로 줄었다가 올해 상반기에만 5747만원이 집행돼 이 추세라면 올해도 1억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법원행정처장 업무추진비는 2021년 2900만원, 2022년 5746만원, 2023년 7117만원, 2024년 8483만원, 2025년 9625만원으로 꾸준히 일정한 폭으로 늘어났다. 올해 상반기엔 4564만원이 집행됐다.

대법원장의 업무추진비 상세 내역은 이번 정기국회에 처음으로 제출됐다. 대법원은 지난해 국정감사 때 상세내역을 요구받고도 회의 이름과 총액만 낸 바 있다.

대법원장의 업무추진비 사용내역 허위 기재 사례가 잇따라 보도돼 빈축을 사고 있다. 2025년 11월 25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식당 간담회는 참석자 38명에 115만 2000원으로 기재돼 있으나 해당 식당의 가장 큰 방 수용 인원은 19명으로 알려져 청탁금지법 위반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인원 수를 부풀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뉴스타파는 조 대법원장의 2026년 상반기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을 입수했다며 건수로는 총 59건이라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조 대법원장이 서울에 위치한 식당에서 카드로 결제한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 26건을 중심으로 검증했는데 카드 영수증을 다시 발급받는 방식으로 교차 검증이 가능한 13건 모두 식사 인원을 허위 기재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덧붙였다. 허위 기재의 목적은 분명해 보인다며 대법원은 많게는 4배 넘게 식사 인원을 부풀려 일인당 최고 20만원이었던 식사 금액을 5만원 이하로 떨어뜨려 청탁금지법 위반 의심을 벗어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동아 의원은 "대법원장 업무추진비의 연도별 증감 사유와 2016년 이후 건별 집행내역을 요구했으나 법원행정처가 제출하지 않고 있다"며 "2023년 대비 2024년에 30배가 증가한 사유도 밝히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기관은 기관장 업무추진비를 홈페이지에 공개하게 돼 있고, 법원은 다른 기관의 업무추진비는 공개하라고 판결해 왔다"며 "대법원장 업무추진비와 출장·행사·경호 경비를 같은 기준으로 공개하도록 이번 국감에서 약속받겠다"고 강조했다.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이 2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열린 긴급현안질의에서 법사위원 질의를 듣고 있다. 2026.9.28 연합뉴스

법원행정처는 실무자의 단순 실수로 인원을 잘못 적었다고 했으나, 잘못 적은 사례가 모두 몇 건이고 실제 참석 인원이 몇 명이었는지는 일일이 바로잡지 않았다. 업무추진비 외의 대법원장 관련 경비 지출 내역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이 지난 28일 국회 법사위 긴급현안 질의 도중 대법원장의 업무추진비 인원 부풀리기 의혹에 대해 "참석 인원이 사실과 다르게 기재되었다"고 인정했으며 "수치가 잘못 기재된 부분에 대해서는 죄송하다"며 사과했다고 뉴스타파와 MBC를 비롯해 많은 매체들이 다음날 보도했다.

그런데 노 처장이 과연 제대로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한 것일까, 업무추진비를 집행하는 과정을 총체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조 대법원장의 책임은 어디로 사라지고, 노 처장이 대신 고개를 숙이고, 언론들은 이를 사과했다고 받아들이는 것이 사뭇 이상하게 여겨지는 것이다.

더욱이 노 처장이 이번 업무추진비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않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그는 "기획재정부 작성 원칙에 따라 인원수를 기재하지 않았다"면서 "국회에서 세부 자료로 참석 인원을 알려달라고 해 적는 과정에서 실무자가 임의로 적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처음 업무추진비 의혹을 제기한 민주당 김기표 의원은 "인원수는 제출해달라고 한 적이 없다"면서 "이미 작성된 문건을 그대로 냈으면서 저희 의원실에 제출하며 인원을 적은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서영교 법사위원장도 "(기재부 업무추진비 지침에는) 업무추진비를 집행하고자 하는 경우엔 증빙 서류에 일시, 장소, 집행 목적, 집행 대상 등을 기재하고 사용 용도도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되어있다"고 추궁하자 노 처장은 "그 부분을 다시 한번 확인해 보겠다"며 얼버무리고 넘어갔다.

업무추진비 관련 논란은 사법부 불신을 불러오는 매우 중차대한 사안이다. 하지만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은 매우 안이하게 바라보는 것 같다. 대법원장은 행정처장에게, 행정처장은 실무자에게 떠넘기는 것으로 국민 눈에 비친다. 노 처장은 실무자를 어떻게 징계하겠다는 얘기도 꺼내지 않았다. 대법원장에게는 청탁금지법 위반, 형법상 허위 공문서 작성 범죄 혐의가 제기될 수 있다.

업무추진비 논란이 불거진 지 열흘이 돼가는 시점에도 조 대법원장은 매일 출근길에 낯빛 하나 변하지 않고 취재 카메라를 바라본다. 대법관들이 격무에 시달란다며 월 200만원씩을 지출 근거도 대지 못한 채 척척 안기며, 업무추진비를 고급 식당에 가서 쓰고도 부끄러운 기색조차 없다. "국정감사를 통해 필요하면 공보관을 통해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한다. 취재 카메라가 앞에 있는데 나중에 누군가를 통해 대신 말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때문에 일각에서 '제왕적 대법원장'이란 얘기가 나돌고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올해 상반기 지출한 업무추진비 가운데 서울 지역의 음식점에서 신용카드 영수증을 다시 발급받아 교차 검증할 수 있었던 13건의 지출 내역을 일인당 식대로 환산해 허위 기재 전후를 비교했다. 일인당 20만원이던 2월 5일의 지출이 일인당 5만원으로 확 떨어졌다. 유튜브 뉴스타파 화면 갈무리

사실 28일의 법사위 현안질의는 민주당이 조 대법원장을 증인으로 채택해 잔뜩 벼르고 있는 다음달 6일 대법원 국정감사의 전초전 성격이었는데 국감에서 어떤 식으로 대법원이 나올지를 보여준 예고편처럼 받아들여졌다. 조 대법원장은 여느 해 국감처럼 인사말만 하고 떠나버리고,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노 처장은 "아직 모르는 것이 많다"며 알 듯 모를 듯 답답한 발언만 늘어놓아 의원들과 국민들 속만 뒤집어놓고 끝나는 그림 말이다.

재제청 거부로 대통령의 임명권을 훼손하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는 조 대법원장의 잘못을 바로잡는 것 못지 않게 업무추진비의 잘못된 집행 관행을 바로잡는 일은 중요하다. 업무추진비를 투명하고 엄정하게 관리하라고 판결을 내린 대법원 수장이 국민의 세금으로 지급되는 업무추진비를 제 혀끝의 달콤함을 만족시키고, 관계기관이나 출입기자 접대,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되는 이들의 환심과 직원들의 충성을 이끌어내는 수단으로 악용하는 일이 계속되어선 안 된다. 직원의 단순 실수로 퉁 치고 넘어가기엔 사법부의 신뢰 추락이 너무 위중하다.

byeongseon1610@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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