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넘어 '시장 설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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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한스경제 전시현 기자 |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논의가 '누가 발행할 것인가'에서 '어떻게 쓰고 돌려받을 것인가'로 옮겨가고 있다. 은행 지분율이나 발행 자격만 정해서는 시장이 작동하기 어렵고, 준비자산과 상환 통로, 유통망, 외환, 자금세탁방지(AML), 인공지능(AI) 결제까지 한꺼번에 설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국회 토론회에서 나왔다.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열린 '해외 사례를 통한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미래 거버넌스와 시장생태계 구축 방안' 세미나에서는 유럽연합(EU)의 은행 공동 발행 모델과 미국의 민간 주도 모델을 놓고 국내 제도화 방향을 논의했다.
이어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발행된 뒤 실제 시장에서 어떻게 움직이고, 어떻게 상환되며, 어떤 금융서비스와 연결될지를 놓고 논의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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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 인프라는 협력, 서비스는 경쟁···AI 결제까지 규율 과제

| 서울=한스경제 전시현 기자 |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논의가 '누가 발행할 것인가'에서 '어떻게 쓰고 돌려받을 것인가'로 옮겨가고 있다. 은행 지분율이나 발행 자격만 정해서는 시장이 작동하기 어렵고, 준비자산과 상환 통로, 유통망, 외환, 자금세탁방지(AML), 인공지능(AI) 결제까지 한꺼번에 설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국회 토론회에서 나왔다.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열린 '해외 사례를 통한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미래 거버넌스와 시장생태계 구축 방안' 세미나에서는 유럽연합(EU)의 은행 공동 발행 모델과 미국의 민간 주도 모델을 놓고 국내 제도화 방향을 논의했다. 유럽에서는 37개 은행이 독립 발행사를 공동으로 두는 키발리스(Qivalis) 모델이 소개됐고, 미국에서는 서클(Circle)을 중심으로 민간 사업자가 결제·송금·토큰화 자산을 연결하는 구조가 제시됐다.

▲ "발행은 시작일 뿐"···공통망은 함께, 서비스는 각자
류창보 오픈블록체인·DID협회장은 한국형 모델의 출발점으로 '경쟁과 협력의 병행'을 제시했다.
류 회장은 "중요한 것은 어떤 해외 모델을 따라가느냐가 아니라 한국 환경에 맞는 생태계를 설계하는 것"이라며 "발행은 시작일 뿐이고 유통, 컴플라이언스, 상환, 글로벌 연결까지 같이 작동해야 실제 시장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되면 은행뿐 아니라 카드사, 전자지급결제대행(PG), 플랫폼, 핀테크, 기술기업, 글로벌 사업자가 동시에 시장에 들어오게 된다. 업권별 역할도 겹친다. 은행은 계좌와 고객 기반을 갖고 있고 결제사업자는 가맹점망, 플랫폼은 고객 접점, 기술기업은 지갑과 보안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류 회장은 "기존 업권의 경계가 중첩될 가능성이 크다"며 "고객과 상품·서비스에서는 경쟁하되 여러 사업자가 반복적으로 구축하거나 혼자 만들기 어려운 부분은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도를 먼저 완성한 뒤 시장을 여는 방식에도 신중한 입장을 냈다. 일본은 현행 법령 안에서 공동 발행과 증권 결제 연계를 시험하고, 영국은 규제 틀을 제시한 뒤 제한된 사업자를 대상으로 실증을 진행하고 있다.
류 회장은 "두 나라의 접근법은 다르지만 정답을 먼저 정해 놓지 않고 실험한 뒤 결과를 제도에 반영한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정부와 금융회사, 기술기업이 함께 활용 사례를 검증할 공동 테스트베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규제를 단순히 빨리 완화하자는 것이 아니라 안전한 환경에서 실험하고 그 결과를 제도에 반영하자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 준비자산·상환권이 신뢰 좌우···규제기관 공조도 과제
이어진 세션1에서는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가 좌장을 맡아 '원화 스테이블코인 규제 및 거버넌스 구축 방향'을 놓고 토론을 진행했다. 논의의 무게는 발행 인가보다 준비자산과 상환권, 이용자 보호에 실렸다.
강현구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발행부터 소비자 보호까지 이어지는 규제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며 "은행이 중심 역할을 맡더라도 핀테크와 빅테크 등이 참여하는 컨소시엄 구조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준비자산은 발행사의 고유재산과 분리하고, 보유자가 언제든 액면가로 원화를 돌려받을 수 있도록 상환권을 법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규모 환매가 몰리는 '코인런'에 대비해 정상·주의·위기 단계별 대응 기준도 미리 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강 변호사는 "스테이블코인이 예금과 다르다는 점을 이용자에게 알려야 한다"며 "발행사 파산 때의 권리와 상환 절차까지 제도에 담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정두 금융연구원 박사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통화·외환정책과 맞물리는 만큼 관계기관 간 상시 협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속도감 있는 입법을 위해 금융위원회를 중심으로 재정당국과 한국은행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며 "별도 기구를 새로 만들기보다 기존 협의 구조 안에서 실무 협조를 강화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외국 사업자의 국내 영업 규율도 입법 대상에 넣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원화 스테이블코인만 볼 것이 아니라 달러·유로 스테이블코인이 국내에서 어디까지 영업할 수 있고 어떻게 감독받을지도 함께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김영석 보난자팩토리 대표는 발행 이후 유통 단계의 통제를 문제 삼았다. 김 대표는 "누가 스테이블코인을 만드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디에 쓰지 못하게 할 것인지도 논의해야 한다"며 "스테이블코인이 마약이나 도박, 자금세탁에 먼저 쓰인다면 시장 신뢰를 얻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금융회사 등이 관리하는 수탁형 지갑과 개인이 직접 관리하는 비수탁형 지갑의 규제 범위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AI 에이전트가 사람 대신 결제하는 시장이 열릴 경우에는 거래 권한과 한도, 불법 구매 차단 기준까지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유원규 금융위원회 사무관은 "스테이블코인은 화폐와 연동되고 준비자산을 토대로 상환청구가 가능해야 하는 만큼 안정적인 운영을 뒷받침하는 규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위와 재정당국, 한국은행이 긴밀하게 협의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입법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고객 자산을 발행사 자산과 분리하고 기관에 문제가 생겨도 고객이 돌려받을 돈이 훼손되지 않도록 보호장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만드는 것보다 어디에 쓰나"···유통·수요가 시장 좌우
세션2에서는 류혁선 카이스트 교수가 좌장을 맡아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구조와 지속가능한 생태계 구축방안'을 주제로 토론을 이끌었다. 발행 주체를 정하는 문제에서 한발 더 나아가 실제 사용처와 유통 구조, 원화 자산과의 연결 방식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정상훈 전북은행 부행장은 "스테이블코인은 지급결제 수단을 넘어 머니마켓펀드(MMF), 채권, 환매조건부채권(Repo) 등 전통자산의 투자·유통·담보를 연결하는 금융 인프라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이 디지털자산 지갑을 통해 가상자산과 토큰화 자산을 수탁·유통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누가 어떤 조건으로 발행할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돼 있지만 이제는 어디에서 어떻게 쓰이게 할 것인지, 즉 유통을 봐야 한다"며 "발행이 첫걸음이라면 유통은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움직이는 힘"이라고 말했다.
차상진 법무법인 비컴 변호사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경제성을 먼저 검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편의점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한다고 할 때 기존 결제수단보다 어떤 이익이 있는지 현실적으로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토큰증권(STO)과의 결합도 단순하지 않다고 봤다. 컨소시엄형 증권 시스템과 퍼블릭 블록체인의 스테이블코인을 연결할 경우 증권대금동시결제와 중앙청산소 체계가 어떻게 맞물릴지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AI가 콘텐츠 이용료를 자동 지급하는 초소액결제에 대해서도 "돈을 받는 상대방에 대한 고객확인(KYC)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와 같은 구체적인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용민 고려대 교수는 발행사의 지분 구조보다 준비자산과 상환 통로가 가치 안정성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A사의 100만원과 B사의 100만원이 같은 100만원으로 받아들여져야 하나의 시장이 돌아간다"며 "그 단일성을 떠받치는 것이 언제든 액면가로 원화를 돌려받을 수 있다는 태환성"이라고 말했다. 이어 "태환성은 지분이 주는 효과보다 준비자산과 상환 조건이 주는 효과에 더 크게 좌우된다"고 설명했다.
실시간 결제가 모든 비용을 없애는 것도 아니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실시간 총액결제는 결제 위험을 줄이지만 그만큼 유동성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며 "온체인 결제가 없애는 것은 프리펀딩의 위치이지 유동성 부담 자체는 아니다"고 말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성장 가능성도 원화 자산의 토큰화와 연결해 설명했다. 그는 "국내 소매결제만 놓고 보면 당장 수요가 크지 않을 수 있다"며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원화 자산이 체인 위로 올라갈 때 대금을 지급하는 수단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구조는 발행에서 시작되지만 지속 가능한 생태계는 발행 이후에 결정된다"고 강조했다.
안병남 법무법인 광장 전문위원은 국내 시장에서 예금토큰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주요 경쟁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어디에 쓰이고 어떤 혁신을 가져올 수 있는지부터 살펴야 한다"며 "국경 간 송금과 기업 자금결제에서는 예금토큰과 경쟁할 수 있고 소비자 결제에서는 카드나 간편결제보다 어떤 편익을 줄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시장구조는 단순하게 가져가되 소비자 접점에서는 경쟁을 붙이는 방식을 제안했다. 안 전문위원은 "발행 구조는 가능한 한 단순하게 설계해 안정성과 신뢰를 높이고, 소비자 접점에서는 경쟁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공동으로 구축할 수 있는 인프라는 함께 만들고 상품과 서비스에서는 경쟁하는 구조가 적합한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의 초점은 발행 자격 자체보다 발행 이후의 시장 작동 방식에 맞춰졌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제도권에 들어오더라도 준비자산과 상환 통로가 막히거나 실제 사용처가 없다면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국경 간 결제와 토큰증권, 예금토큰, AI 결제까지 연결되는 만큼 입법 과정에서 발행과 유통, 상환을 하나의 시장구조 안에서 다뤄야 한다는 논의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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