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혈당 쇼크로 응급실행 죽을 각오로 덤볐어요”

이혜진 프리랜서 기자 2026. 9. 30. 07:0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변요한이 '타짜: 벨제붑의 노래'로 20년 대장정의 마지막 승부에 나섰다.

2006년 시작된 영화 '타짜' 시리즈가 20년 만에 마지막 이야기를 선보인다.

실제 홀덤 테이블에서 캐릭터의 심리를 찾아간 과정부터 몸과 감정의 변화를 만들어낸 시간까지, 변요한이 '타짜: 벨제붑의 노래'에서 장태영을 완성해간 이야기를 들어봤다.

허영만 선생님의 세계관으로 이어진 '타짜' 시리즈가 4편으로 종결됐으니 저희 영화도 꼭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타짜: 벨제붑의 노래’ 변요한

변요한이 ‘타짜: 벨제붑의 노래’로 20년 대장정의 마지막 승부에 나섰다.

2006년 시작된 영화 '타짜’ 시리즈가 20년 만에 마지막 이야기를 선보인다. '타짜: 벨제붑의 노래’는 허영만 화백의 원작 만화 '타짜’ 시리즈 중 '벨제붑의 노래’를 바탕으로 한 네 번째 작품으로, 화투 대신 텍사스 홀덤을 무대로 두 친구의 서늘한 배신과 복수를 담아낸다.

절친했던 두 사람의 관계는 질투와 배신으로 갈라진다. 타고난 운과 매력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던 장태영(변요한)은 가장 믿었던 친구 박태영(노재원)에게 배신당한 뒤 베트남으로 밀려난다. 복수의 칼날을 연마해 다시 돌아왔을 때는 더 이상 예전의 모습이 아니었다. 변요한은 이 변화를 보여주기 위해 실제 '홀덤’ 게임을 수개월 동안 익히고, 캐릭터의 서사에 맞춰 몸을 2차례나 바꿨다. 나락으로 떨어진 인물의 피폐한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몸을 만들다 저혈당 쇼크로 응급실에 실려 갈 만큼 자신을 몰아붙였다.

하지만 그가 가장 오래 붙들고 있었던 것은 타짜의 기술이 아니었다. 20년을 이어온 시리즈의 마지막에서 자신만의 색깔로 이 이야기를 완성하는 일이었다.

실제 홀덤 테이블에서 캐릭터의 심리를 찾아간 과정부터 몸과 감정의 변화를 만들어낸 시간까지, 변요한이 '타짜: 벨제붑의 노래’에서 장태영을 완성해간 이야기를 들어봤다.

20년 역사의 마침표를 향한 도전

20년 동안 이어진 '타짜’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입니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는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처음에는 '아, '타짜’ 시리즈가 또 만들어지네?’ 싶었어요(웃음). 그런데 이 대본이 제 손에 들어왔잖아요. 일단 '한번 읽어보자’ 하고 대본을 펼쳤는데, 이야기에 마성같이 끌려 들어갔어요. 덜컥 두려움도 커졌죠. 두려움 때문에 만약 이 작품을 안 하고 다른 배우가 연기하는 걸 본다면 저 스스로가 너무 비겁한 사람이 될 것 같더라고요. 2006년 '타짜’ 1편이 나오고 20년이 지난 지금, 나만의 색깔과 우리들만의 새로운 색깔로 또 다른 '타짜’를 완성해보자는 각오로 탑승하게 됐어요.

막상 촬영에 들어갔을 때 고민도 많았을 것 같아요.

가장 큰 고민은 '타짜’에서 보여줄 '변요한의 색깔이 뭐지?’라는 물음이었어요. 장태영이라는 인물을 연기할 수는 있지만, 20년 역사의 마침표를 찍는 작품에서 나만의 색을 어떻게 보여줘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더라고요. 다행히 현장에서 상대 배우들을 만나며 답을 찾았어요. 노재원 씨를 비롯해 조우진 선배님, 윤경호 선배님 등 동료들과 에너지를 주고받다 보니 자연스럽게 저희만의 색깔이 잡혔어요. 처음엔 '잘 가고 있는 건가’ 불안하고 무서웠지만, 함께 고뇌하는 과정을 거치며 바라보는 방향이 하나로 같아졌죠.

완성된 결과물을 본 소감이 궁금합니다.

무엇보다 감독님이 정말 고생 많으셨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편집본이 4시간 30분 분량이었는데, 그걸 2시간 조금 넘는 상영시간으로 압축하는 게 결코 쉽지 않거든요. 밤낮으로 연습한 칩 셔플과 카드 손기술 신이 많이 편집돼 아쉽기도 하지만, 영화의 본질을 생각하면 감독님의 선택이 깊이 이해돼요. 결국 이 영화의 핵심은 두 친구의 감정이에요. 질투, 야망, 무너졌다가 다시 일어나는 회복. 손기술로만 넘어가면 자칫 독자적인 '타짜’ 시리즈로서의 깊이가 옅어질 수 있거든요. 

이번 작품은 화투가 아닌 포커(텍사스 홀덤)를 소재로 합니다. 준비 과정도 남달랐을 텐데요.

정말 카드를 원 없이 쳤어요. 우리나라 최고 포커 권위자인 김슬기 선생님께 수개월 동안 밀착 트레이닝을 받았고, 홍진호 씨를 비롯해 실제 내로라하는 포커 플레이어들과 주야장천 한 테이블에 앉아 게임을 했어요. 어느 순간 '내가 영화를 찍으러 왔지, 카드를 치러 왔나? 나 지금 여기서 뭐 하고 있지?’ 싶을 정도였죠(웃음). 그런데 몇 개월 동안 테이블을 지키다 보니 어느 순간 상대의 심리가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어떤 심리들이 보이기 시작했나요.

상대의 아주 미세한 생체 신호들이 눈에 들어왔어요. 이 사람이 지금 불안한지, 카드를 쥐었을 때 초조한지, 음료를 마실 때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는지, 테이블 밑에서 다리를 떨고 있는지 같은 세세한 행동들이죠. 배우는 인물의 심리를 얼굴 표정과 몸짓으로 전달하는 사람인데, 포커 테이블 위에서 벌어지는 그 치열한 심리전이 연기적 직관을 깨워주는 데 결정적인 도움이 됐어요.

그리고 홀덤을 하면서 얻은 가장 중요한 깨달음은 '지나간 패에 연연하면 다음 판을 제대로 볼 수 없다’는 점이었어요. 이미 내려놓은 패, 지나간 판에 미련을 두면 다음 판단이 흐려지고 결국 판 전체를 그르치게 되거든요. 흘러간 것은 미련 없이 흘려보내는 법을 배우면서, 비로소 '장태영’이라는 인물의 뼈대가 잡혔어요. 장태영은 과거의 상처나 그늘에 매달리지 않고, 스스로에 대한 강한 자존감으로 지금 자기 앞의 삶을 당당히 살아내는 인물이거든요. 테이블 위에서 배운 그 냉철함과 자존감이 장태영이라는 캐릭터를 지탱하는 결정적 토대가 됐어요.

장태영을 연기하며 절제와 폭발 사이의 감정 조율이 쉽지 않았을 텐데요.

감정의 높낮이를 어디까지 보여줄 것인가가 최대 숙제였어요. 특히 극 마지막으로 갈수록, 그리고 가장 믿었던 친구 박태영의 배신을 마주하거나 하나뿐인 누나의 생사를 확인하기까지의 과정에서 분노와 배신감을 폭발시킬 것인지, 아니면 끝까지 누르고 갈 것인지 정말 많이 고민했죠.

하지만 제가 내린 결론은 '침착함’이었어요. 장태영은 결코 감정이 없는 냉혈한이 아니라, 감정을 제어하고 다루는 방식이 남다른 인물이에요. 포커 테이블에서 승리를 거머쥐려면 아무리 분노가 치밀고 감정이 요동쳐도 엉덩이를 무겁게 붙이고 앉아 끝까지, 침착하게 상대를 읽어내야 하잖아요. 배신감과 슬픔에 휩싸여 감정을 터뜨려버리면 그 순간 판이 깨지고 마니까요. 그래서 홀덤을 하며 배운 '흔들리지 않는 침착함’을 장태영의 감정선에도 그대로 이식했죠. 그리고 끝까지 눌러 담은 감정 속에서 묵직한 에너지를 전달하고자 했어요.

타짜:‘벨제붑의 노래’는 허영만 화백의 원작 만화 중 가장 밀도 높은 심리전으로 꼽히는 ‘벨제붑의 노래’를 영화화했다. 배우 변요한은 어둠의 도박판에서 복수와 용서 사이에 놓인 주인공 장태영으로 분해 열연을 펼쳤다.

응급실 문턱에서 맹세한 연기를 향한 각

작품을 위해 몸을 만드는 과정도 배우에게는 큰 숙제잖아요. 이번에는 어땠나요.

극 중에서 몸을 두 번 완전히 바꿔야 하는 숙제가 있었어요. 잘 먹고 잘살던 시기의 둥글둥글하고 여유 있는 몸에서, 모든 걸 잃고 베트남으로 건너가 거칠어진 시기의 사납고 각진 몸으로 극명한 차이를 보여줘야 했거든요. 그런데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다 보니 단기간에 가속도를 붙여 식단을 짜고 다이어트를 했어요.

결국 한계를 넘어서니 급격한 저혈당 쇼크가 와서 응급실로 두 번이나 이송됐죠. 병원에서 처치를 받고 돌아오자마자 함께 고생하던 (노)재원이에게 "아 재원아, 그냥 죽자. 우리 죽을 각오로 연기해보자"라고 말했어요. 극단적인 표현이었지만, 진짜 좋은 장면을 만들고 싶다는 열정 하나로 똘똘 뭉친 배우들이 낼 수 있는 가장 심플하고 뜨거운 답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재원이가 저보다 훨씬 더 죽을 각오로 덤벼들더라고요(웃음). 그 열정에 '내가 솔선수범해야겠다’는 마음이 들면서 반성했어요.

액션도 이전 작품과는 다른 방식으로 준비했을 것 같아요.

베트남 스태프들이 정말 열정적이었어요. 진짜 맞은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액션을 펼쳤죠. 그런데 기분 나쁜 게 아니라 너무 행복했어요. 목표 지점이 같으니까요. 장면만 잘 나오면 된다는 생각이었어요. 물론 다치거나 병원에 가면 안 되는 선에서요. 그런 부분에서 정말 즐겁게 촬영했던 것 같아요. 베트남 스태프들에게도 정말 감사해요.

원래 연기할 때 스스로를 극단까지 모는 편인가요.

저는 가진 걸 다 쏟아붓는 편이에요. 그렇게 다 내던지지 않을 거면 연기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해도 늘 부족하다고 느끼고요. 마흔이 되고 보니 배우라는 직업이 왜 존재하는지 더 깊이 깨닫게 돼요. 요즘처럼 스치듯 지나가는 빠른 시대일수록, 관객에게 단순히 보여주고 들려주는 연기가 아니라 피부로 느껴지는 정확한 감정을 전달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연기하고 있어요.

지금의 변요한에게 연기는 어떤 의미인가요.

마흔이 되고 나니까 제가 왜 연기를 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아요. 요즘 세상이 쉽지 않잖아요. 그래서 감정을 정확하게 짚어서 관객에게 전달하고 싶어요. 그러려면 고통도 필요하고, 고뇌도 필요하고, 고독도 필요한 것 같아요.

배우가 감당해야 하는 고통까지 연기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건가요.

꼭 물리적인 고통만 이야기하는 건 아니에요. 어떤 역할을 하든 그 안에 딜레마와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전에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봤는데, 신구 선배님과 박근형 선배님이 등장해서 15분쯤 말없이 객석을 바라보기만 했는데도 눈물이 날 것 같더라고요. 그 안에 고도가 보이는 느낌이었어요. 그냥 그 인물이 보였어요. 저는 아직 그 정도가 안 돼요. 그래서 몸으로 때워야 할 것 같고, 그래야 인물이 만들어질 것 같아요.

연기에 대해 이전엔 관찰이라고 했다면 지금은 '탐구’라는 말을 많이 쓰는 것 같아요.

맞아요. 예전에는 관찰이라는 말을 많이 썼는데 지금은 탐구라는 말을 많이 써요.

정보가 너무 많으면 오히려 스킵해버리는 것들이 있잖아요. 그래서 이제는 하나하나 정확하게 보고, 의미 없이 지나가게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결국 배우가 잘해야 하는 거니까요. 더 깊이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배우로서 당연한 욕심인 것 같아요.

노재원 씨와는 이번 작품을 통해 상당히 가까워진 것 같아요.

재원 씨 연기를 오래 보고 싶었어요. 원래도 굉장히 좋아하고, 연기 잘하는 친구라는 걸 알고 있었어요. 이 친구가 주연이 돼서 긴 호흡으로 연기할 때 어떤 고민을 하고, 무엇을 탐구할지 분명히 눈에 보였죠. 좋은 연기를 통해 저도 배울 수 있고, 관객분들도 좋아해주실 것 같았고요. 그래서 고민을 많이 하고 전화했어요. 열심히 해서 꼭 빠른 시일 안에 주연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배우를 오래 보고 싶은 마음이 그렇게까지 확신에 차서 말로 나온 건 저도 처음인 것 같아요.

이제 영화가 관객을 만날 차례입니다. 

이제 시작인 것 같아요(웃음). 지난주에 사전 무대인사를 갔는데, 아침부터 관객분들이 많이 와 계시더라고요. 특히 어르신들이 많이 계셨어요. 무대인사를 하면서 정말 힘이 났어요. 인사가 끝났는데도 관객분들이 나가지 않고 계속 남아 계시더라고요. 여기까지 오려고 시간을 많이 할애하셨을 텐데, 정말 감사했어요. 관객과 조금이라도 가까워지는 그 시간이 제가 기다리는 시간인 것 같아요.

허영만 선생님의 세계관으로 이어진 '타짜’ 시리즈가 4편으로 종결됐으니 저희 영화도 꼭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이 영화를 관람하시고 다시 꺼내 보고 싶은 '타짜’ 시리즈가 있다면 이참에 찾아보셔도 좋을 것 같고요.

#변요한 #타짜벨제붑의노래 #여성동아

 사진제공 CJ ENM 

이혜진 프리랜서 기자

Copyright © 여성동아.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