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의 신뢰 1위 손석희 인터뷰 ‘알고리즘이 좀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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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신뢰받는 언론인' 1위는 손석희 앵커다. 2007년 첫 조사 이래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2008년과 2011년에 조사 미실시). 응답자의 11.2%가 그를 '신뢰하는 언론인'으로 꼽았다.
프로그램을 열면서 손석희 진행자는 '국제 시사와 서사가 있는 음악, 〈손석희의 12시〉입니다'라고 소개한다.
〈손석희의 12시〉 제작진 인터뷰에서 '대략 2~3년 전부터 섭외를 시작했고, 지난해 말에 최종 결심을 하고 귀국했다. 그 과정이 6개월가량 걸린 것 같다'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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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신뢰받는 언론인’ 1위는 손석희 앵커다. 2007년 첫 조사 이래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2008년과 2011년에 조사 미실시). 응답자의 11.2%가 그를 ‘신뢰하는 언론인’으로 꼽았다. 이 수치는 2010년(12.9%), 2020년(11.2%), 2021년(12.4%), 2022년(11.3%) 때와 비슷하다.
그는 일본 리쓰메이칸 대학 코리아연구센터(RiCKS)의 상석연구원으로 재직 중인데, 정규 강의는 지난 학기 강의로 끝냈다. 올해 6월부터 MBC 라디오 〈손석희의 12시〉를 매일 진행하고 있다. ‘시선집중’ 하차 후 13년 만의 MBC 라디오 복귀다. 프로그램을 열면서 손석희 진행자는 ‘국제 시사와 서사가 있는 음악, 〈손석희의 12시〉입니다’라고 소개한다. 37년 전인 1989년에 같은 시간대 음악 프로그램(〈정오의 희망곡〉)을 진행했다. 그때 이야기를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그때 보도국에 있다가 아나운서국으로 돌아와서 회사의 지시로 맡게 되었는데, 당시 사회적 분위기가 매우 첨예했을 때입니다. 그래서인지 약간 한가해 보이는 프로그램 분위기가 그리 저의 취향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6개월 만에 그만둔 것도 그래서였을 겁니다. 당시 라디오국장이 제게 ‘음악 프로그램을 맡겼더니 시사 프로그램으로 만들어버렸다’고 역정을 낸 기억이 납니다(웃음).”
‘국제 시사와 서사가 있는 음악’ 프로그램으로 돌아온 그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답변의 어떤 대목에서 그는 이모티콘(^^)을 사용했는데, 그 부분은 ‘(웃음)’으로 표기했다).

‘신뢰받는 언론인’ 1위로 꼽혔는데, 소감은? 첫 조사 이후 계속 1위인데, 이제는 ‘덤덤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덤덤할 수 없습니다. 매년 소식을 들을 때마다 마음 깊이 감사함을 느낍니다. 부담스러운 건 틀림없습니다. 지난 세월 동안 저의 상당 부분을 규정해온 것인데 부담을 느끼는 건 당연합니다. 그저 제 생각으로는 딴청 안 피우고 한 우물을 계속 파고 있어서 격려해주시는 걸로 받아들이곤 합니다.
〈손석희의 12시〉 제작진 인터뷰에서 ‘대략 2~3년 전부터 섭외를 시작했고, 지난해 말에 최종 결심을 하고 귀국했다. 그 과정이 6개월가량 걸린 것 같다’고 했는데. 섭외가 들어왔을 때 ‘하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오래 고심한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결심한 것은 무슨 대단한 이유에서는 아니고, 굳이 표현하자면 수구초심이었던 것 같습니다. 라디오는 어찌됐든 제 방송 인생의 고향이니까요. 그래서 기왕에 돌아온다면 지금까지 없었던 프로그램을 만들어보자… 그렇게 마지막으로 기여해보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국제 시사와 서사가 있는 음악’이라는 콘셉트는 라디오로 돌아오기로 한 이후에 제작진과 함께 만들어낸 것입니다.
이전에 진행한 JTBC 〈뉴스룸〉에는 엔딩곡이 있었고, 이번에는 ‘국제 시사와 서사가 있는 음악’ 프로그램이다. 음악을 폭넓게 듣는 것 같다.
우리 연배들은 임진모 음악평론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말 그대로 다양한 장르의 음악적 세례를 받은 세대입니다. 저도 그중의 하나이고, 그 후 개인의 취향 때문이든 일 때문이든 음악과의 끈을 놓지 않았을 뿐입니다.
〈손석희의 시선집중〉 때 ‘공격적으로까지 느껴지는 집요한 질문, 균형에 대한 집착’이라는 평이 많았다. 그때와 현재 〈손석희의 12시〉 진행을 비교하자면?
처음부터 국내 정치 이슈는 다루지 않기로 했습니다. 저는 이미 국내 정치를 수십 년 다뤘습니다. 다시 돌아오면서 또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국내 정치는 MBC 라디오에서도 아침 ‘시선집중’과 저녁 ‘뉴스하이킥’에서 잘 다루고 있지요. 대신 저는 제가 과거부터 필요하다고 생각해온 국제 이슈를 다루기로 했고, 청취자들도 그것을 필요로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우리 언론은 국제 이슈를 본격적으로 다루는 데에는 인색합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프로그램 성격을 그렇게 정했고요. 국내 정치를 다루지 않다 보니 제가 과거처럼 인터뷰할 이유도 거의 없습니다.
〈손석희의 시선집중〉 때와 〈손석희의 12시〉 진행, 혹시 프로그램 관여도에 차이가 있나?
‘시선집중’ 때 제가 어떻게 했는지를 알고 있는 것처럼 질문하시네요(웃음). 요즘 흔히 하는 말로 사람은 고쳐 쓸 수 없다면서요(웃음). 그렇게만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무엇보다도 제작진이 정말 열심히 하고 있고, 그 덕분에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어젠다 세팅(의제 설정)’만큼이나 ‘어젠다 키핑(의제 유지)’이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어젠다 키핑이란 용어는 언론인 손석희가 처음 만든 것인가? 최근 ‘호르무즈 파병’과 관련해 〈손석희의 12시〉에서 5일 연속으로 다루던데.
어젠다 키핑은 제가 아는 한, 제가 처음 쓴 건 맞습니다. 그러나 그 전에 세상의 어느 구석에서 누군가가 썼는지는 모르지요. 호르무즈 파병 문제는 최대 난제여서 당연히 다뤄야 하는데, 한 주 동안 다룬 것은 가능하면 다각도로 짚어보기도 하고, 각자 다를 수 있는 의견을 들어보기 위해서였습니다. 그건 무슨 균형을 위해서가 아니라 충분한 의견이 개진되고, 청취자 여러분도 판단에 도움을 받으셨으면 해서입니다.
현재 ‘어젠다 키핑’이 필요한 어젠다는?
제가 국내 정치를 프로그램에서 다루지 않기로 했으니 국제 이슈에 국한해서 말씀드리는 게 맞겠지요? 이건 국내 이슈가 되기도 하는 문제인데 기후위기입니다. 이미 많은 보도가 나왔지만 아직도 그 심각성에 대해선 피상적으로 알고 있는 게 많습니다. 재앙이 급격히 일어나지 않는다 해서 위기가 늦게 오는 것도 아니고요. 게다가 요즘은 급격히 일어나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역시 트럼프의 미국입니다. 여전히 초강대국이고 우리에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나라이니, 저 나라가 과연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들여다보고 판단하는 게 우리에겐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BS의 다큐멘터리 시리즈 〈시대목격〉에 출연하기로 했다.
제가 맡아서 정기적으로 방송하는 프로그램이 아닙니다. EBS의 특집 프로그램인데, 각 분야 인물 열두 명을 통해 한국 현대사를 들여다보는 기획입니다. 저는 그 열두 명 중의 한 사람이고, 저를 통해 한국 언론 역사와 시대적 고민을 살펴보는 다큐 프로그램입니다.
〈시대목격〉 제작진이 ‘저널리스트 손석희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 하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제가 일본에 있을 때, 제작 프로듀서와 메인 작가가 교토까지 와서 저를 만났습니다. 그 전에 온다는 연락을 받고, 며칠 동안 생각을 좀 깊이 해봤는데… 개인으로서가 아니라 한 사람의 방송쟁이로서… 그리고 레거시에서 디지털 미디어로 넘어오는 이 시기에 아직 현역에 남아 있는 레거시 미디어 출신의 방송쟁이로서 뭔가 정리할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아무래도 엄숙한 시대를 살아온 사람이다 보니 ‘시대’라는 단어가 들어간 프로그램 타이틀을 보고 좀 쉽게 넘어간 것 같습니다(웃음).
혹시 유튜브 시사 프로그램을 보나? 아니라면 왜 그런지?
네, 일부러 안 보는 건 아닌데 그렇다고 일부러 보지도 않습니다. 저는 알고리즘이 좀 불편합니다. 저의 주체성이 훼손되는 것도 그렇고, 이 넓고 볼 것 많은 세상에 한쪽으로만 뭔가를 보고 있어야 하는 건 좀 억울합니다. 그래서 저의 유튜브는 ‘검색 이력’ 기능도 꺼두었습니다. 그렇다고 유튜브 저널리즘을 완전히 무시한다든가, 유튜브 채널을 열심히 잘 운영하는 분들에 대한 편견이나 선입견이 있지도 않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저는 제가 진행하던 뉴스를 유튜브 콘텐츠로까지 확장한 최초의 앵커였고, 그보다 앞서서 제가 진행하는 그 뉴스를 역시 최초로 포털에 통째로 라이브로 넘긴 당사자이기도 했습니다(웃음). 그러니 제가 꽉 막힌 레거시 미디어맨이라고 오해하실 필요는 없습니다(웃음).
‘유튜브 저널리즘’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미디어 지형이 변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유튜브 미디어의 도래를 막을 수는 없지만, 가능하면 레거시 미디어에 대해 그래도 낙관을 가지려 노력 중입니다.
유튜브든, 레거시 미디어든 언론인 손석희가 생각하는 저널리즘의 원칙은 무엇인가?
그건 이미 과거에 정리해두었고, 지금도 유효합니다. 팩트(사실)는 기본이고 이해관계에서의 공정, 이데올로기에서의 균형, 이 모든 것을 전함에 있어서의 품위. 이렇게 네 가지입니다. 그동안 레거시 미디어들이 그걸 잘 못 지켜왔다는 비판도 잘 알고 있고요. 물론 디지털 시대에 미디어나 광고 시장이 모두 파편화되고, 결국 시장경쟁 논리 때문에 이런 것들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도 잘 압니다. 그러나 원칙이 존재한다는 건 그걸 지키지 못했을 경우 부채 의식을 가지라는 의미이고, 부채 의식이 쌓이다 보면 언젠가는 그걸 조금이라도 갚으려는 움직임이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위에서 말씀드린 조심스러운 ‘낙관’이긴 합니다.
2021년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글을 쓴 기자가 ‘삶이 100이라면, 98 정도는 일에 몰두하는 사람’이라고 평했다. ‘시선집중’을 진행할 때는 ‘아침 4시50분에 일어난다’고 했는데, 지금도 그런가?
저를 인터뷰한 분이 그렇게 느끼셨다면 제가 할 말은 별로 없네요. 100에 98이라면 너무 삭막한데, 그냥 90 정도라고 해주시면 어떨까요(웃음). 그리고 그때는 정말 일도 많고 다른 겨를이 없을 때이긴 했습니다. 지금은? 글쎄요… 일의 가짓수가 줄었다 해서 제가 투자해야 하는 시간이 줄어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주변에 가끔 농담으로 늘그막에 너무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요즘은 그렇게까지 일찍 일어나진 않습니다. 대개 6시쯤 일어나서 자료도 읽고, 인터뷰 준비도 하고 그럽니다.
1984년 언론계에 들어온 이래 ‘어떤 결정이 인생을 가장 크게 바꾸었다’고 생각하는지?
제 생각에 사람의 삶에서 ‘가장’을 붙여서 얘기하는 건 정말 쉽지 않습니다. 어느 하나를 딱 골라서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중견 사원이 됐을 때 노조집행부로 들어간 것, 어느 날 갑자기 다 접고 미국으로 떠난 것, 회사를 그만두고 학교로 간 것, JTBC에 간 것, 결국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것 등이 모두 ‘가장’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올해 4월까지 〈손석희의 질문들〉 시즌4까지 했는데, 시즌5 계획이 있는지?
네, 그 팀도 지난 2년여간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시즌5는 아직 결정된 바 없습니다.
차형석 기자 ch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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