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스포츠무대 돌아왔지만… 北 “경기 왔을 뿐” 교류엔 철벽 [심층기획-신국제질서, 한반도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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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4일까지 일본에서 열리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 북한은 축구와 역도, 탁구, 레슬링 등 14개 종목에 선수 107명을 출전시켰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한동안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자취를 감췄던 북한이 다시 각종 국제대회에 선수단을 보내며 활동 반경을 넓히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스포츠·문화 교류를 대외관계 변화, 특히 남한과의 관계개선을 이끄는 계기가 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는 북한의 태도를 볼 때 국제대회 참가가 남북 대화, 교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본다. 따라서 스포츠 교류가 단기간에 정치적 성과로 이어지기를 기대하기보다는 북한이 국제무대로 다시 나오고 있는 흐름을 활용해 가능한 한 접촉의 공간을 넓혀가야 한다는 의견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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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5월 여자축구팀 방남 이어
나고야 아시안게임 107명 파견
‘방남’ 정치적 의미 해석엔 경계
일본 측 교류 제안도 호응 안 해
충청 유니버시아드 北 참가 촉각
성사땐 당국 공식 대화채널 구축
“체육·문화 활용 경색국면 풀어야”
다음달 4일까지 일본에서 열리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 북한은 축구와 역도, 탁구, 레슬링 등 14개 종목에 선수 107명을 출전시켰다. 김일국 체육상도 직접 일본을 찾았다. 북한 장관급 당국자의 일본 방문은 8년 만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한동안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자취를 감췄던 북한이 다시 각종 국제대회에 선수단을 보내며 활동 반경을 넓히는 모습이다.

북한은 스포츠 교류에 정치적 의미를 두지 않겠다는 의사를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분명하게 보였다.


그렇다고 스포츠 교류가 남북관계의 긍정적 변화를 이끄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를 아예 접을 이유는 없다. 한반도의 긴장이 높은 상황에서 국제대회를 계기로 양측 선수와 관계자들이 만나고, 그것을 위해 당국 간 접촉을 이어간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은 스포츠 교류가 남북한 대화를 선도하고, 우호적 밀착을 최고조로 끌어올린 사례다. 북한은 선수단과 응원단, 예술단을 파견했고 김여정 당시 노동당 제1부부장과 김영남 당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이 포함된 고위급 대표단이 평창을 찾았다. 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남북 고위급 접촉이 재개됐고, 올림픽 이후 특사단의 방북을 거쳐 그해 4월 판문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다.

북한이 국제적인 스포츠·문화 교류 자체를 확대하고 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일단은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으로 급속도로 밀착한 러시아와의 교류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6월 올가 류비모바 러시아 문화장관이 125명 규모의 대표단을 이끌고 평양을 찾아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났다. 같은 해 8월 광복 80주년과 10월 노동당 창건 80주년을 계기로 러시아 예술단이 잇따라 평양에서 공연했고 김 위원장도 직접 관람했다. 양국은 2025∼2027년 문화협력 계획에 따라 예술단체와 문화기관 간 교류도 확대하고 있다.

2027년 8월 충청 유니버시아드가 열린다. 조직위원회는 북한을 포함한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 회원국에 공식 초청장을 발송했다. 북한은 2003년 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에는 북한 선수단과 대규모 응원단이 참가한 전례가 있다. 북한이 충청 대회에 참가한다면 24년 만에 남한에서 열리는 유니버시아드에서 남북한 선수들이 다시 만나게 된다.
내년 브라질에서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월드컵도 남북한이 마주할 수 있는 무대다. 남북 여자축구 대표팀이 나란히 본선 진출권을 확보하면서 대회 기간 선수단이 자연스럽게 접촉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2028년 아시아탁구선수권대회 개최권도 확보한 상태다. 대회가 예정대로 평양에서 열리고 남한 선수단이 참가할 경우 선수들과 스포츠계 관계자들이 국제대회를 매개로 평양에서 만나는 것이 가능해진다.
전문가들은 스포츠·문화 교류를 대외관계 변화, 특히 남한과의 관계개선을 이끄는 계기가 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는 북한의 태도를 볼 때 국제대회 참가가 남북 대화, 교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본다. 스포츠 교류를 남북관계 개선의 수단으로 지나치게 해석하거나 정치적 이벤트로 만들려 들 경우 오히려 접촉 공간 자체가 좁아질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북한의 국제대회 참가가 늘어난다는 것은 남한을 포함한 국제사회와 만날 수 있는 접점이 그만큼 넓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스포츠 교류가 단기간에 정치적 성과로 이어지기를 기대하기보다는 북한이 국제무대로 다시 나오고 있는 흐름을 활용해 가능한 한 접촉의 공간을 넓혀가야 한다는 의견이 강하다. 북한의 태도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이는 동시에 그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만남과 교류의 기회를 지속적으로 축적하는 것이 향후 남북 대화의 가능성을 높이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태형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남북 당국 간 소통이 막힌 상황에서는 민간 교류를 통해 활로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며 “국제대회와 체육·문화예술단체 등을 활용해 교류부터 늘려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 과정에서 쌓인 경험과 신뢰가 향후 더 큰 대화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태욱 기자 tae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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