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만 쓰는 이중국적자”…여명학교 갈등 속 탈북청소년 향한 혐오[팩트체크]

박민규 기자 2026. 9. 30.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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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성 김 현대차그룹 사장 등이 지난 7월 서울 강서구 여명학교에서 ‘여명학교 교사 건립을 위한 업무협약식’을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탈주민(탈북민) 청소년 대안학교인 ‘여명학교’를 서울 강서구 옛 염강초등학교 부지에 건립하는 문제로 지역 내 갈등이 이어지며 탈북민 혐오로까지 번지고 있다. 학교 건립에 반대하는 이유 대부분이 사실이 아니거나 과도한 불안감을 조장하는 내용들이다.

29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여명학교 건립에 반대하는 주민 등으로 구성된 온라인 단체대화방에서 재학생과 탈북민을 향한 혐오성 주장들이 잇따르고 있다. “여명학교 학생들은 중국어만 쓰는 이중국적자”라거나 “탈북민은 범죄율이 높아 동네 치안이 불안해진다”, “탈북 청소년이 대거 유입돼 탈북민 동네가 될 것”이라는 등의 내용이다.

재학생들이 중국 이중국적자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중국 국적법은 이중국적을 인정하지 않기때문에 외국(한국) 국적을 취득하면 중국 국적은 자동 상실된다. 조명숙 여명학교 교장은 “여명학교 입학 대상은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학생들로 한정한다”며 “여명학교 출신 남학생 9명은 군 복무 중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일부 재학생이 중국어로 소통하는 건 사실이지만 이들의 출생 및 이주 배경을 보면 불가피한 사정이 있다. 교육부 등에 따르면 탈북학생의 70% 이상은 탈북민 여성이 제3국에 체류하는 과정에서 태어났다. 북한과 접해있는 중국에서 출생해 거주해온 이들이 다수이며, 부모가 중국을 떠나 한국으로 이주하는 과정에서 함께 입국한 사례다.

조 교장은 “입국한 지 한두 달도 안 된 아이들은 한국어를 배울 때까지 중국어를 쓸 수밖에 없다”며 “여명학교에는 한국어를 공부하고 한국에 적응하려는 의지가 뚜렷한 아이들이 온다”고 말했다. 그는 “일주일에 12시간씩 한국어 수업을 하고, 한국 적응을 위해 추가적인 방과 후 교육을 진행한다”며 “교육 과정을 거치며 학생들은 한국어로 소통하고 한국인 정체성을 확립해 나간다”고 말했다.

탈북민을 범죄와 치안 불안 요인으로 직결시키는 주장도 수치나 통계에 기반한 내용이 아니다. 탈북민의 범죄 실태를 한국 사회에 본격적으로 진출하지 않은 여명학교 재학생들에게 적용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여명학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재학생들의 학교폭력이나 범죄 발생 사례는 없다.

여명학교 주변이 탈북민 동네가 될 것이라는 주장도 근거가 빈약하다. 여명학교에 따르면 재학생 정원은 100명 정도이며 이들의 상당수는 서울 각지에 분산된 여러 기숙사에서 10명 내외 단위로 지내며 통학하고 있다. 조 교장은 “여명학교가 정식으로 들어온다고 해도 학생들이 강서구로 이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7일 서울 강서구 여명학교에서 열린 옛 염강초등학교 부지 내 유아교육 진흥원과 여명학교 교사(校舍) 건립안에 대한 주민설명회에서 주민들이 여명학교 건립을 반대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여명학교는 그간 지역 사회와 교류하며 어울리기 위한 노력을 이어왔다는 입장이다. 특수 대안학교로서 지원받는 교육 기회를 인근 학교와 나눈 사례가 대표적이다. 미국 메사추세츠공대(MIT) 교수들이 지난 1월 여명학교에서 과학캠프를 개최했을 당시, 여명학교는 인접한 세현고 재학생들을 초대해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조 교장은 “여명학교 학생들은 이미 세현고를 비롯해 주변에 있는 학교 학생들과 교류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북하나재단의 ‘2022 탈북청소년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탈북 청소년의 87.4%는 “평소 남한 출신 친구와 주로 어울린다”고 응답했다. 그는 “일반 공교육에는 중도 입국 청소년을 위한 보완 시스템이 없다”며 “여명학교는 한국말조차 모른채 상처를 안고 온 아이들이 한국 사회에 안착하도록 규범과 문화를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박민규 기자 mingyu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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