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는 골목길’ 닮은 쇼핑센터… 걷고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스페이스도슨트 방승환의 건축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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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점은 길을 향해 열린 방이다.
단, 방문자들이 쇼핑센터의 이곳저곳을 배회하며 생각하지도 않은 구매를 하도록 유사 업종의 상점을 모으고 의도적으로 배치를 혼란스럽게 했다.
문제는 파크 스트리트가 상점과 길 간의 관계, 즉 '상점은 길을 향해 열린 방'이라는 전제와 무관하게 존재한다는 점이다.
그 길이 도시 공간의 실제 가로든, 쇼핑센터에 실제 가로를 모방한 가로든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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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갈래 방향으로 4개 판매시설 관통
550m 길이에 공공보행통로 지정돼
인근 아웃렛·지하철역과도 이어져
즐거움과 체험 원하는 방문객을
상층부로 자연스럽게 끌어들여
모임 등 생활의 중심으로 만들어
상점은 길을 향해 열린 방이다. 적어도 온라인 상점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온라인 거래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오프라인 상점이 선택한 전략은 사람들 간의 ‘모임’과 그 속에서의 다양한 ‘경험’이다. 상품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그렇게 모인 사람들끼리 경험을 이루며, 그 경험을 통해 다시 사람을 모으는 선순환의 흐름이다. 이런 전략에서 여전히 유효한 전제는 사람들이 길을 통해 상점으로 이른다는 것이다.

이름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트리플 스트리트는 세 개의 가로 (Ground Street, Under Street, Park Street)가 북서∼남동 방향으로 놓인 네 개의 판매시설을 관통한다. 전체 550m 길이의 이 가로들은 인접한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송도점을 지나 인천지하철1호선 테크노파크역과 연결된다. 사실, 지구단위계획의 내용을 보면 트리플 스트리트의 외부공간 테마가 가로로 선정된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결정이다. 그라운드 스트리트가 조성된 위치에 지구단위계획상 공공보행통로가 지정돼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파크 스트리트의 역할은 명확했다. 바로 방문객들을 상층부로 자연스럽게 끌어들이는 것이다. 이는 계단, 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로는 충분히 해결하기 힘든 문제다. 트리플 스트리트의 운영사가 ‘원 테넌트-원 빌딩(One Tenant-One Building)’ 개념으로 임차인을 유치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일차적으로는 브랜드별로 하나의 건물을 사용하게 함으로써 고객에게 브랜드 정체성을 더 적극적으로 어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만 그 배경에는 1층과 2층을 하나로 묶어 임대함으로써 상층부의 공실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길의 기본적인 속성은 ‘연결’이다. 여기에 재미와 활력을 더하는 역할은 길을 향해 열린 상점과 이용자들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장소들이 맡는다. 그 길이 도시 공간의 실제 가로든, 쇼핑센터에 실제 가로를 모방한 가로든 마찬가지다. 미국의 도시설계가 제프 스펙(Jeff Speck)이 도시가 사람을 걷게 만들기 위해 충족해야 할 4가지 필수 조건으로 안전성(Safe), 편안함(Comfortable), 흥미로움(Interesting)과 함께 유용성(Useful)을 제시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유용성은 일상생활에 필요한 주거, 상업, 업무, 여가 시설을 도보권 내에 촘촘하게 섞는 혼합 용도 개발을 통한 ‘걷기의 생활화’를 의미한다.(‘걸어다닐 수 있는 도시’, 도서출판 마티)
1978년, 런던의 한 강연장에 나이 든 건축가가 등장했다. ‘쇼핑센터의 창시자’라 불리는 빅터 그루엔이었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그는 이런 호칭을 공식적으로 거부하며, 미국 교외 지역의 쇼핑센터 개발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변질시켰다고 개탄했다. 빅터 그루엔의 원래 구상은 지금과 같이 상점만 모여있는 ‘거대한 쇼핑 기계’가 아니었다. 그는 상점과 함께 도서관, 병원, 학교 심지어 주거시설까지 포함된 복합 커뮤니티 센터를 의도했다. 빅터 그루엔은 미국 교외에 오스트리아의 도심 광장과 같은 ‘공동체의 심장’을 이식하고자 했다. 하지만 그가 “사생아 같은 개발들”이라고 평가한 쇼핑센터는 오히려 오스트리아를 미국처럼 만들어버렸다.
빅터 그루엔이 우려한 상황은, 역설적으로 온라인 상점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오프라인 상점에 실마리를 제공해 준다. 그건 쇼핑센터가 더이상 쇼핑만 하는 공간이 아니라 생활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권유다. 그러려면 쇼핑센터는 상품을 거래하는 곳을 넘어 생활 속 필요를 해결할 수 있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 결국, 상점은 사람들이 모여 생활의 장(場)을 이루는 ‘진짜 길’을 향해 열린 방이 되어야 한다.
방승환 도시건축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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